민물고기 기생충 여전히 ‘공포대상’

2006.08.01 07:50

후진국 병인 기생충이 여전히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회충, 편충, 십이지장충 등은 국민 감염률이 1% 미만으로 떨어져 ‘추억의 질병’으로 변했지만, 간디스토마(간흡충) 감염률은 2.5%대로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 주민 10명 가운데 3명이 감염된 것으로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길이 1㎝ 정도의 간흡충은 민물고기 몸 속에 있다 이를 먹은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간다. 담관에 염증을 일으켜 담석이나 황달을 유발시킬 수 있다. 그러나 ‘프라지관텔’과 같은 효능 좋은 치료제가 나오면서 간디스토마의 위험성은 잊혀졌다. 또한 간흡충이 1,000마리 이상 체내에 축적돼야 간디스토마에 걸리는 것도 경각심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민물고기에는 대체로 마리당 6~10개의 간흡충이 있어 감염은 40~50대의 장년층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간흡충의 수명은 20년이나 된다. ‘귀찮다’는 이유로 치료제를 먹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간디스토마 감염률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간디스토마 감염과 치료, 재감염이 반복될 경우 ‘간암’에 걸릴 수도 있다면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신해림·임민경 박사팀은 31일 ‘간흡충 감염현황과 간담도암 발생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2000~2004년 경남 함안군, 강원 춘천시, 충북 충주시의 30대 이상 성인 3,169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결과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함안군의 경우 조사대상 주민 1,942명 가운데 31.3%(607명)에서 간디스토마 알이 발견됐다. 충주시 감염률은 7.8%(44명), 춘천은 2.1%(14명)로 각각 나타났다. 함안 주민과 충주 주민의 감염률은 보건복지부에서 2004년에 조사한 전국 평균치 2.9%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이다.

민물고기 회를 즐기는 지역주민들에게서 간디스토마 감염자가 많다는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전남 광양시가 지난 6월 섬진강 인근 진월면 주민 941명을 조사한 결과 13.5%(127명)가 간디스토마 양성반응을 보였다. 함양군도 관내 주민들 상대로 지난 2월 자체 조사한 결과 전체의 13%(339명)가 간디스토마에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주민들이 ‘좋은 약’을 믿고 민물회 즐기기를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간디스토마 감염과 치료, 재감염 등이 반복될 경우 간에 무리가 와 간담도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간담도암은 간에서 나오는 담즙을 운반하는 담관에 생기는 암으로 사망률이 매우 높다.

신박사는 “이번 조사에서 함안 주민들의 간담도암 발병률이 인구 10만명당 5.1명으로 충주(1.8명), 춘천(0.3명)보다 크게 높았다”면서 “간디스토마가 간담도암으로 발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사지역뿐 아니라 전국의 하천 지역 어디를 조사해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면서 “민물고기를 익혀 먹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김성일 사무총장은 “요즘은 기생충을 너무 얕보는 측면이 있다”면서 “일부 기생충은 여전히 건강에 치명적인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황인찬기자 hi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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