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40~50도… “여성 2명 건강 몹시 악화”

2007.08.01 18:25

피랍 14일째를 지나며 피랍자들의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탈레반 카리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은 1일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와의 통화에서 “여성 인질 2명의 건강 상태가 악화돼 사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아프간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심리전일 수도 있지만, 객관적 상황에 비춰봐도 인질들의 건강 상태는 매우 나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무엇보다 억류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피랍자들은 신체적으로 대단히 지쳐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만복 국정원장이 억류 장소로 지목한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주 카라바그와 안다르, 데약 지역은 환경이 매우 열악한 곳이다. 3곳 모두 고도 2000m 이상의 산악 지대다. 대낮에는 섭씨 40~50도를 오르내린다. 가장 큰 문제는 물과 병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안다르 지역에는 병원이 단 한 곳만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탈레반은 또 밤을 틈타 억류 장소를 수시로 변경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피랍자들은 잦은 이동으로 고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달 31일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를 통해 공개된 동영상에 비춰진 8명의 여성 피랍자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 동영상은 최소 4~5일 전에 제작된 것으로 분석돼 현재 피랍자들의 건강 상태는 더 좋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피랍된 21명 가운데 동영상에 공개되지 않은 10명의 여성들과 3명의 남성들의 상태는 더욱 심각할 수도 있다.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난달 29일 NHK 방송에 인터뷰 한 김지나씨(32·여)는 “병에 걸리지는 않았으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모두 충분한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한 유정화씨도 “우리는 과일만 약간씩 먹고 있다”고 말했다. 갑상선 암을 앓았던 유경식씨(55)와 척추 질환으로 장기간 약을 복용하고 있는 김지나씨는 약을 제공받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공산이 크다.

피랍 상황이라는 정신적 고통 또한 피랍자들을 극한 공포로 내몰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 살해된 심성민씨가 지난달 29일 이지영(36·여)·김경자(37·여)·김지나씨 등과 함께 억류돼 있었던 것에 비춰 적어도 이들은 심씨의 살해 소식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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