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면하시라” 3만 애도… 연꽃모양 석함에 안치

2009.07.10 18:07

개인적 인연 깊은 시민대표 14명 초대

노란 손수건·풍선 봉하마을 뒤덮어

봉하마을 사저 옆 묘역에서 10일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골함 안장식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추모객은 안장식장에 설치된 3000여개의 의자를 모두 메웠으며, 묘역 주변 도로, 인근 산 기슭에도 추모객으로 가득 찼다. 다목적광장에서는 많은 사람이 대형 화면으로 중계되는 안장식을 지켜봤다. 3만여명의 추모객이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1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골함 안장식에 참석한 한 여성 추모객이 눈물을 흘리며 고인을 애도하고 있다.  김해 | 김문석기자

1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골함 안장식에 참석한 한 여성 추모객이 눈물을 흘리며 고인을 애도하고 있다. 김해 | 김문석기자

◇엄숙한 분위기 속의 안장식=이날 낮 12시쯤 49재를 마친 노 전 대통령의 유골함이 유족들과 함께 묘역에 입장함으로써 안장식이 시작됐다. 안장식은 고인에 대한 경례, 종교의식, 헌화 및 분향, 추모영상 상영, 봉안, 허토, 조총발사와 묵념 순으로 차분하게 진행됐다.

안장식은 유골을 담은 백자합을 연꽃 모양의 석함에 안치하고 석함이 담긴 석관에 모래를 넣는 순으로 진행됐다. 모래 위에는 ‘참여정부 5년의 기록’이란 5부작 DVD 영상물과 추모영상물, 참여정부 백서 등 부장물이 올려졌다. 석관 덮개를 닫고 이어 의장대가 태극기로 석관을 덮었다. 조총발사와 묵념을 끝으로 안장식은 마무리됐다.

안장식 직후 기중기로 자연석 비석을 설치했다. ‘대통령 노무현’ 6자가 새겨진 가로 세로 각각 2m 정도 화강암 재질의 너럭바위가 봉분처럼 올려졌다. 곧바로 추모객의 참배가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의 백자유골함이 연꽃모양석함에 봉안되고 있다.  김해 | 김문석기자

노 전 대통령의 백자유골함이 연꽃모양석함에 봉안되고 있다. 김해 | 김문석기자

◇시민대표 14인 초대=유골함 안장식에는 영결식과 달리 평범한 시민들의 대표 헌화와 분향 행사가 마련됐다. 전례위원회 측은 노 전 대통령의 인간적 면모를 대변하는 14명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헌화한 윤연희씨는 노 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시절 변론을 한 국가보안법 연루자다. ‘부림’사건으로 기소된 차상호씨, 대선 때 아이의 돌 반지를 내놓은 김성례씨도 초청됐다. 과거사 진상 규명으로 억울함을 벗은 사람들도 초청됐다. 홍성수 4·3사건 유족대표와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조카 조웅재씨도 참석했다.

이 밖에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양과 암투병으로 숨진 성민영 학생의 어머니, 봉하마을 장군차를 함께 재배한 강병호씨, 오리농법을 전파한 주형로씨 등이 헌화했다.

◇봉하마을은 노란 물결=이날 오전 9시부터 봉화산 정토원 법당에서 열린 49재는 2시간 넘게 진행됐다.

49재에는 유가족과 참여정부 인사, 민주당 관계자, 일반 조문객 등 20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토원 선진규 원장은 “(고인은) 수구보수 정치세력, 보수언론, 기득권에 철저히 짓밟혔다”며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살신성인의 죽음은 잠자던 국민들을 눈뜨게 했다”고 말했다.

법회 내내 눈물을 흘린 아들 노건호씨는 “이 자리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저희가 힘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달라”고 말했다.

49재가 진행되는 동안 봉하마을 광장에서는 추모문화제 ‘잘 가오, 그대’가 열렸다. 노 전 대통령이 직접 기타를 치며 ‘상록수’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추모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봉하마을에는 수만개의 노란색과 검은색 풍선이 물결을 이뤘다. 추모객들도 티셔츠나 모자, 손수건, 머플러 등을 대부분 노란색으로 착용해 조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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