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추모 사진전 ‘눈물은, 진하다’에 가보니…

2009.07.17 13:15 입력 2009.07.17 13:59 수정

현직 사진기자 13명 참여…180점 전시

도록 발간·‘작가와의 만남’도 예정 “정치적 의도보다 기록 의미”

49재가 끝났지만,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는 참배객들이 줄을 잇고 서점가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다시읽기’가 계속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49재를 맞아 다음달 15일까지 열리는 사진전 <눈물은, 진하다 - 안녕 노무현>에도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대학로 갤러리카페 ‘포토텔링’ 입구에는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이 크게 걸려있다. 웃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현수막을 배경으로 한 여성이 눈물을 훔치고 있는 모습이다. 카페로 내려가는 계단에도 사진들이 빼곡하다. 노 전 대통령의 영정사진부터 봉하마을과 덕수궁 앞 시민분향소, 그를 추모하는 촛불까지. 현장을 누빈 사진기자들의 눈에 비친 서거정국의 기록이 담겨있다.

예상은 적중했다. 기자 한 명당 20장씩의 사진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처음 모인 사진은 400장. 13명이 찍은 사진이니까 비슷한 작품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같은 시각, 한 공간에 있었지만 포착한 장면은 달랐다.

사진을 고르는 데 공을 들였다. 7명의 자문위원을 구성해 3차에 걸쳐 선별했다. ‘보도사진 같지 않은 사진을 전시하자’는 게 기준이었다. 한 장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대신 담담히 볼 수 있는 사진들로 구성했다. 전시회에 참가한 기자들의 소속매체를 내세우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였다. 모든 판단과 느낌은 오롯이 보는 이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전시회 제목을 정하는 데도 고민이 많았다. 무언가를 규정하고 평가하기보다 두루뭉술하게 포괄하는 의미를 찾았다. <눈물은, 진하다>의 쉼표에는 ‘똑같이’라는 말이 빠져있는 것이다. “보수나 진보나 죽음에 대해서는 누구나 슬프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부제 <안녕 노무현>도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안녕’이란 헤어질 때뿐만 아니라 만날 때도 건네는 인사라는 것. 누군가는 떠난 그를 기리는 의미로, 또 누군가에게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의미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전시된 사진 180여점은 대부분 차분하다. 오열하며 격하게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국화와 노란 풍선으로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분위기다. 애잔하다. 문학평론가 고영직씨는 이번 전시회에 대해 “어쩌면 ‘사람은 결국 무엇으로 사는가?’를 묻고 있는 전시회가 될 것”이라며 “이제 그가 없는 세상에서 나와 우리들이 추구해야 할 자유를 위한 자유의 가치들에 대해서도 성찰하게 한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에는 쏟아지는 장대비에도 수 십 여명의 사람들이 길을 물어물어 이곳을 찾아왔다. 22일에는 도록이 발간된다. 조만간 이번 전시에 참여한 사진기자들과 함께하는 ‘작가와의 만남’ 시간도 가질 계획이다.

이씨는 이번 전시회를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남겨야 되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 전시회를 어떻게 바라보기를 바랄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생각은 없어요. 미처 내가 보지 못한 장면들을 여기에 오면 다 볼 수 있다는 정도죠. 커피 한잔 하면서 ‘그 땐 그랬지’ 하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전시회를 보고 기억에 남는 사진이나 장면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의 : (02) 747-7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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