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독교계 구호단체라도 직원에게 종교강요 못 해”

2013.08.01 17:25

ㄱ씨(42)는 2011년 1월 온라인 마케팅 및 홍보담당으로 외교부에 등록된 한 국제구호단체에 입사했다. 해외 개발도상국의 빈곤아동 지원 등의 업무를 하는 곳이었다. 종교가 없는 ㄱ씨는 면접에서 “종교는 강요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진 단체인 만큼 교회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채용공고에 없던 내용이지만 ㄱ씨는 “알았다”고 답하고 일을 시작했다. 종교와 무관한 일을 하니 심하게 강요받지는 않을 것이라 믿었다.

현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견디기 어려웠다. 이 단체의 모든 직원들은 매일 30분씩 사내 성경공부 모임에, 매주 월요일에는 한 시간 일찍 출근해 예배에 참여해야 했다. 두 달에 한 번은 수도권의 대형교회 목사인 이사장이 주관하는 대규모 부흥회에도 가야 했다. 예배에는 노래와 율동이 포함됐다. 지난해 8월 춤에 소질이 없는 ㄱ씨는 동작을 따라할 수 없어 예배시간 가만히 앉아 있다가 상사에게 질책을 들었다.

굴욕감을 느낀 ㄱ씨가 이후 예배에 거부하자, 즉각 홈페이지 개편 등 담당 업무에서 배제됐다. 또 상담 명목으로 매일 인사 담당자에게 불려가 시말서를 쓰거나 “이럴거면 그만두라”는 질책을 30분 동안 들었다. 조회에 빠진 시간만큼 야근을 하기도 했다.

ㄱ씨는 결국 지난 1월 사표를 내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6개월 간의 진상조사 끝에 1일 “ㄱ씨에게 교회 출석과 예배 등을 강요하고 불리하게 대우해 퇴사하게 한 책임이 인정된다”며 “직원들의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종교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해당 구호단체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성별·종교·사회적 신분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고, 인권위법도 종교를 이유로 고용과 관련 특정인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구호단체는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설립됐지만 외교부에 등록된 NGO로서 종교법인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또 NGO가 아니라 특정 종교에서 설립하는 영리기관인 ‘경향사업체’로 볼 여지가 있더라도 ㄱ씨가 정규 근무시간 외 종교행사에 불참한 것은 업무수행에 반한 행위가 아니라 밝혔다. 또 업무연관성에 대한 고려 없이 모든 직원에게 종교행사를 강요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종교의 자유와 관련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위를 이용해 다른 이에게 예배 등 종교행위를 강요할 수 없고, 예배에 참여하지 않을 권리가 존중돼야 한다”며 해당 기관에 재발방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권고를 받은 구호단체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예배는 보통 직장에서 하는 통상의 조회 개념과 같은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차별이라 느껴 유감이지만 직원들이 종교 문제로 차별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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