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

코레일, 무리한 대체인력 투입…결국 사망사고

2013.12.16 23:58
박철응 기자

대학생 차장으로 투입된 전동차서 80대 노인 참변

교통대 “안전에 악영향 판단 투입 학생 모두 철수”

지난 9일 철도 파업이 시작된 후 첫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한국교통대학 재학생이 차장으로 대체 투입된 전동차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철도노조는 “코레일의 무리한 대체인력 투입이 원인”이라고 공박했다. 교통대는 대체 투입된 재학생들을 모두 철수시키기로 했다.

지난 15일 밤 9시쯤 서울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승객 김모씨(84·여)가 오이도행 전동차에서 내리던 중 문에 끼여 끌려가다 스크린도어 등에 부딪쳐 숨졌다. 문에 끼인 것이 신체 일부인지, 옷가지인지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은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기관사는 차량 뒤쪽에 승차한 차장이 문 개폐 여부를 확인한 후 내려주는 신호에 따라 전동차를 출발시킨다. 사고 전동차에 타고 있던 차장은 교통대 재학생으로 파업 첫날인 지난 9일부터 근무해왔다. 출입문 기기나 개폐 장치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조사돼 대체 투입된 차장이 승객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출발 신호를 내렸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철도노조는 “코레일이 무리하게 수립한 KTX·전동차 100% 운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과도하게 대체인력을 투입한 것이 사고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08년 코레일 필수유지업무 결정문에서 파업에 들어가면 KTX는 평상시 운행률의 56.9%, 도시철도차량(전동열차)은 63%를 유지하도록 했다. 철도노조는 이 기준에 맞춰 필수업무 인력을 파업에서 제외했으나, 코레일은 파업 돌입 후 줄곧 KTX 운행률 100%, 전동열차 90%대를 고수하고 있다.

최은철 철도노조 대변인은 “예전에는 역무원과 승무원 경력을 갖춘 자에 한해 차장 시험을 봤는데 코레일이 몇 해 전 이 규정을 삭제했다”면서 “노조는 그동안 수차례 무자격자의 열차 승무 중지를 요청했으나 무시해왔다. 이번 사고는 무책임한 대체인력 투입이 초래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철도 파업이 진행 중인 16일 서울역 승강장에 ‘인화(人和)’라고 쓰인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코레일은 사상 최장기인 9일째 철도 파업에 들어가는 17일부터 운행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철도 파업이 진행 중인 16일 서울역 승강장에 ‘인화(人和)’라고 쓰인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코레일은 사상 최장기인 9일째 철도 파업에 들어가는 17일부터 운행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교통대는 16일 내부 회의를 열어 재학생들의 철도 대체 투입을 중단하기로 했다. 대학 관계자는 “파업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학생들의 피로와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안전에도 좋지 않다고 여겨 학생들을 철수시키기로 했다”며 “구체적인 시기와 형식은 추후 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파업을 앞두고 교통대에 대체인력을 요청해 현재 학생 238명이 전동차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전동차는 10㎜ 이상 문이 열린 상태에서는 주행할 수 없게 돼 있으므로 신체 일부가 끼이지는 않았을 것이며 옷가지가 끼였을 개연성은 있다”면서 “대체 투입된 차장도 문이 모두 닫힌 것을 확인하고 출발 신호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는 “차장 규정을 바꾼 것은 과거와 달리 전동차가 시스템화되면서 차장의 역할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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