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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이 부른 첫 ‘겨울녹조’ 4계절 녹조 현실화되나

2015.12.29 07:10 입력 2015.12.29 09:51 수정

경북 구미시의 낙동강 칠곡보에 지난달 6일 녹조로 때문에 짙은 녹색 물감처럼 변한 물이 저장돼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경북 구미시의 낙동강 칠곡보에 지난달 6일 녹조로 때문에 짙은 녹색 물감처럼 변한 물이 저장돼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낙동강에서 12월에도 기준치를 크게 넘어선 독성 남조류가 번무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처음으로 ‘겨울 녹조’ 경보가 울린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1년 내내 녹조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환경부가 매주 발표하는 낙동강 조류현황을 보면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에서는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2주 동안 남조류 세포 수와 클로로필-a가 기준치를 넘어 조류주의보가 발령됐다. 조류경보제가 도입된 2013년 이후 겨울철에 주의보가 첫 발령된 것으로, 이번 주의보는 지난 22일 해제됐다. 조류주의보는 남조류 세포 수가 1㎖당 500개 이상, 클로로필-a(녹조 정도를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엽록소의 일종)가 15㎎/㎥ 이상인 상황이 2주 연속 이어질 때 발령된다.

특히 강정고령보에서는 한여름 녹조가 번무하기 쉬운 조건일 때보다 더 많은 남조류 세포 수가 나타났다. 강정고령보의 남조류 세포 수는 11월 16일 1㎖당 4만2819개에서 23일 7164개, 30일 1만8830개 다소 줄어들었다가 12월 7일에는 5만8300개까지 급증했다. 12월 14일과 21일의 남조류 세포 수는 각각 9670개와 7270개다. 12월 하순에는 클로로필-a 수치가 기준치를 넘지 않아 조류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되지는 않았지만 이 같은 남조류 세포 수는 조류경보 기준치(1㎖당 5000개 이상)의 2~12배에 달하는 수치다. 겨울철임에도 이례적으로 많은 남조류가 물속에 남아있는 것이다. 보통 녹조는 기온이 25~30도가량일 때 번무하는 경우가 많다.

[단독]4대강사업이 부른 첫 ‘겨울녹조’ 4계절 녹조 현실화되나


강정고령보의 남조류 세포 수는 환경부가 2016년 1월부터 새로 도입하는 조류경보제 기준을 적용해도 주의보가 아닌 경보에 해당하는 수치다. 환경부는 오는 1월부터 현재의 남조류 세포 수와 클로로필-a 두 가지 기준 중 클로로필-a 기준을 없앨 방침이고, 주의보·경보·대발생의 구분 단계를 관심·경계·대발생의 명칭으로 바꿀 계획이다. 기존의 경보에 해당하는 경계 단계의 새로운 기준은 남조류 세포 수가 1㎖당 5000개 이상에서 1만개 초과로 상향된다. 남조류 숫자로만 기준할 때 12월의 강정고령보는 녹조 경보가 내려지는 셈이다.

강정고령보만큼은 아니지만 낙동강 내 다른 구간의 남조류 세포 수도 예년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경북 칠곡군 칠곡보의 남조류 세포 수는 11월 30일 2172개, 12월 7일 3850개였다. 12월 7일 경남 함안군 창녕함안보는 2360개, 대구 달성군 달성보는 2591개, 경북 구미시 구미보는 2370개까지 높아졌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이들 지역은 예년에는 겨울철에 남조류 세포가 0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고, 겨울철에 남조류가 확인되더라도 수십~수백개 정도에 그쳤던 곳이다. 이례적으로 남조류 세포 수가 많아졌던 2012년 12월 합천창녕보에서 나타난 남조류 세포 수도 2032개 정도였다.

환경부는 겨울철임에도 낙동강에서 남조류가 창궐하는 이유에 대해 4대강 보로 인해 유속이 느려진 것과 겨울 치고는 기온이 높았던 것 등을 들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여름 강수량이 적고 최근 기온이 높았던 탓에 수온도 예년보다 5도가량 높아 남조류가 겨울임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기온이 내려가면 남조류 세포 수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무처장은 “겨울철임에도 남조류 세포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것은 4대강 보로 인한 낙동강물의 담수 기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기온이 상승하는 내년 봄에는 더욱 심각한 녹조 현상이 초래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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