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①우린 붕괴를 원한다]그래도 세상은 변하지 않을 거야…현실은 비관적

2015.12.31 22:26 입력 2016.02.02 18:10 수정

닥칠 것 같은 미래는 ‘보존사회’

청년들은 ‘붕괴와 새로운 시작’을 가장 선호하면서도 2035년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회 모습으로는 ‘자원 보존사회’를 꼽았다. 성장에만 매몰된 사회의 부작용과 한계가 표출된 시나리오를 그린 것이다. 파격적으로 내비친 ‘붕괴’의 희망과 현실의 괴리는 미래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b>어디로 가야 하나</b><br />사회가 ‘원하는 대로’만 가면 더 나은 삶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학졸업생의 또다른 이름은 ‘취준생’이다.

어디로 가야 하나
사회가 ‘원하는 대로’만 가면 더 나은 삶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학졸업생의 또다른 이름은 ‘취준생’이다.

2015년 12월 경향신문의 ‘청년 미래인식 조사’에 참가한 103명 중 절반이 넘는 52명이 20년 후 한국 현실로 ‘보존사회’를 택했다. 그래프로 그리면 성장곡선이 최고점에 도달하고 내려온 후 다시 완만하게 상승하는 사회다. 기후변화나 석유 고갈 같은 성장의 부산물이 전 지구적 문제로 돌아와 성장에 제동을 거는 시나리오다. 이 사회의 인류는 좌절을 경험 삼아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한다. 단, 국가가 에너지와 식량의 소비를 강하게 통제하는 전체주의적 성향을 띤다.

대학원 이상의 고학력자 81.8%가 보존사회를 ‘가능성이 높은 미래’로 꼽았다. 현재와 같은 성장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이유가 많았다. 대학원생 ㄱ씨(24)는 “민간 기업의 자유가 거의 무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기 때문에 자원 고갈과 기후변화 문제는 예상보다 빠르게 우리 사회를 찾아올 것”이라며 “이런 사회가 온 뒤에야 우리는 비로소 현재 인류와 우리 이후의 인류를 고민하고 그 대안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청년 66.7%도 보존사회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들은 성장의 부작용이 조만간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고 봤다. 대학생 ㄴ씨(26)는 “기후변화협약 같은 국제협약이 타결돼도 나라마다 자국 이익을 위해 에너지 아끼기를 꺼릴 수 있다”며 “환경 문제로 인한 위기를 북한과 협력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존사회를 가능성 높은 미래로 내다본 청년들 중 일부는 한국이 이미 저성장사회에 진입했음을 지적했다.

울산의 대학생 ㄷ씨(26)는 “딱 2~3년 전 선배들만 해도 울산에서는 취업이 잘됐다”며 “지금은 졸업 후 취업까지 1년~1년6개월 정도 걸리고 주변에서 취업한 친구가 3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체로 이들은 ‘붕괴와 새로운 시작’ ‘과학기술이 변화를 이끄는 사회’는 현실적이지 않고, ‘계속 성장사회’는 이미 불가능한 목표가 됐다고 판단했다. 에너지 고갈 등 전 지구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는 ‘보존사회’라고 본 것이다.

F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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