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②건물주의 물주가 되다]‘지·옥·비’에 우는 청춘

2016.01.31 22:59 입력 2016.02.02 18:54 수정

직장인 박모씨(31)의 첫 ‘서울 방’은 4평이었다. 9년 전 대학입시를 위해 상경해 얻은 보증금 100만원, 월세 28만원짜리 옥탑방이었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손빨래도 찬물로 해야 하는 추운 방이었다.

박씨는 2년 뒤 ‘차라리 지하가 낫겠다’ 싶어 보증금 2배에 월세가 10만원 비싼 지하로 내려갔다. 벽과 옷에 ‘곰팡이 꽃’이 피었다. 그때부터 중이염도 달고 산다. 소득의 30~50%를 월세로 지출해온 그는 은행 계좌에 임대업자의 ‘빨대’만 꽂혀 있다고 생각한다. 박씨는 “나도 지옥비의 끝이 보이지 않는 청춘”이라고 말했다.

[부들부들 청년][2부②건물주의 물주가 되다]‘지·옥·비’에 우는 청춘

‘지옥비’는 지하방·옥탑방·비주택(비닐하우스 등)을 전전하는 청년들이 꽉 막힌 현실을 자조하는 말이다.

2014년 국세청 통계를 보면 연간 임대료 수익은 주택임대업자가 1조8896억원, 상가임대업자는 56조2383억원이다.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연간 주택임대료만 23.5배 많은 44조5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탈세가 만연해 있고, 월 167만원(연 2000만원) 이하 임대수익은 비과세되는 현실을 짚은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성인 805명에게 ‘월소득 대비 임차료 비율(RIR)’은 얼마가 적정할지 물어봤다. 돌아온 답은 14.9%였다. 소득이 100만원이면 14만9000원이라고 말한 격이다. 반면 정부가 발표한 한국인의 RIR는 2014년 기준 24.2%로 크게 높다. 누군가에겐 돈벌이나 재산 증식의 욕망이 된 부동산이 세상을 시작하는 청년들에겐 하루하루 삶의 희망을 뺏어버리는 올가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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