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성추행·명예훼손’ 공방…경찰 “박현정 누명 썼다”

2016.03.03 22:12 입력 2016.03.03 22:23 수정

‘인권유린·인사전횡’ 등 혐의 일부 직원 ‘조작극’ 판단

정명훈 부인 구씨, 직원들과 600여차례 문자 메시지

10명 기소의견 송치…구씨 프랑스 거주, 기소중지 의견

박현정 전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대표(54)를 둘러싼 직원 인권유린·성추행·인사전횡 의혹들이 경찰 수사 결과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향 직원 17명이 박 전 대표의 막말과 성추행 의혹을 공개하면서 가해자로 몰렸던 박 전 대표는 경찰 수사 끝에 근거가 불분명한 명예훼손의 피해자로 바뀌었다.

서울시향 ‘성추행·명예훼손’ 공방…경찰 “박현정 누명 썼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박 전 대표가 회식 자리에서 남자 직원을 성추행하고 내규를 바꿔가며 특정 인사를 승진시켰다는 의혹이 담긴 e메일의 작성·유포에 가담한 혐의(명예훼손)로 불구속 입건된 백모씨(40) 등 서울시향 직원 10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경찰은 또한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63)의 부인 구모씨(68)를 기소중지 의견으로 함께 송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소중지란 피의자 소재가 불분명하거나 검거할 수 없을 때 수사를 중지하는 처분이다. 경찰은 미국 국적자인 구씨가 현재 프랑스에 체류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경찰 조사 결과 2014년 12월 서울시향 직원 17명이 서울시향 이사, 서울시의원, 기자 등에게 ‘서울시향 박현정 대표 퇴진을 위한 호소문’을 e메일로 보내며 제기한 각종 의혹은 모두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서울시향 직원들은 이 호소문에서 박 전 대표가 회식 자리에서 남자 직원을 성추행하고, 평소 “회사 손해가 발생하면 너희들 장기라도 팔아라” “너는 미니스커트 입고 네 다리로 음반 팔면 좋겠다” 등 폭언과 성희롱성 발언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결과는 달랐다. 일단 2013년 9월 서울시향과 예술의전당 간 업무협약(MOU) 체결을 기념하는 회식 자리에서 “한 남자 직원의 넥타이를 잡고 손으로 주요 부위를 접촉할 듯했다”는 직원들의 주장과 관련해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경찰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박 전 대표에게 강제추행 혐의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나아가 직원들의 명예훼손 혐의를 가리는 이번 수사에서 경찰은 직원들의 성추행 주장을 허위로 판단했다. 경찰은 일부 서울시향 직원이 아닌 예술의전당 직원 등 나머지 회식 참석자들은 “성추행으로 여길 만한 상황이 없었고 회식이 화기애애하게 끝났다”는 취지의 진술을 일관되게 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가 직원들에게 수시로 막말과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주장 또한 경찰은 허위로 결론내렸다. 직원들끼리도 해당 발언을 들었다는 일시와 장소에 대한 진술이 서로 엇갈리고, 박 전 대표 발언을 전해들었다는 직원들은 그 말을 그대로 믿고 호소문 작성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호소문에 관여하지 않은 나머지 직원들에게선 오히려 박 전 대표의 그런 언사를 들은 적이 없다는 진술들이 나왔다.

직원들이 제기한 박 전 대표의 인사전횡 의혹도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경찰은 판단했다. 특정 직원의 부정 승진, 지인 제자 무기계약직 채용 특혜, 자원봉사자로 채용된 지인 자녀에게 보수 지급 등 의혹들이 근거 없다고 경찰은 결론내렸다.

경찰은 특히 정명훈 전 감독의 부인 구씨가 이번 사건과 관련된 서울시향 일부 직원들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구씨와 직원들은 호소문을 보내기 두 달 전인 2014년 10월부터 2015년 6월까지 문자메시지를 600여차례 주고받았다. 여기서 구씨와 직원들은 박 전 대표의 퇴진과 정 전 감독의 재계약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대화를 나눴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구씨가 호소문 작성에 사실상 가담한 것으로 판단해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구씨에게 4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고 현재 강제로 조사할 방안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향은 입장자료를 내고 “수사 결과에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이 지난해 말 이번 사건을 조사한 후 (박 전 대표에 의한) ‘성희롱 및 언어폭력에 의한 인권침해가 인정’된다고 한 결정을 신뢰하고 지지한다”고 반박했다. 구씨 측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평은 “구씨는 직원들에게 허위 사실 유포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직원들의 인권침해 피해 구제를 도왔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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