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예산 감사 결과 발표

‘어린이집’ 보육예산…국고지원이냐, 교육감 의무냐

2016.05.24 23:08 입력 2016.05.25 10:27 수정

되풀이되는 쟁점은

현재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두고 되풀이되는 논란은 어린이집 예산 편성 의무와 교육청의 재정여력 등 크게 두 가지다. 쟁점을 둘러싼 정부·여당과 교육청들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교육청들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반복했다”며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예산 편성 교육청 의무?

감사원은 24일 “교육과 보육이 서로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고, 시행령에서는 구체적 집행방법을 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이 관련 시행령 등을 위헌·위법으로 결정하지 않은 현 단계에서는 유효하다”고 밝혔다.

교육감들은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가 국가책임보육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 후에도 국고 지원 소신을 밝힌 만큼 별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교육부는 교육감에게 법적으로 누리과정 예산 편성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어린이집 보육예산이다. 교육부는 ‘누리과정 보육료 예산 지원은 교육감 의무’라고 지방재정법 시행령까지 고쳤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지자체가 교육·교육행정기관을 경영할 때 필요한 재원을 정부가 교육청에 주는 것이다. 교육감들은 이를 교육청 관할이 아닌 어린이집에 쓰도록 규정한 시행령은 상위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반발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정부가 19대 국회에서 지방교육재정 의무 편성 개정안을 제시한 것 자체가 문제 소지를 고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졸라맬 허리띠가 없다

정부는 출산율 저하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교육재정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감사원도 예산을 미편성한 11개 교육청의 2016년도 재정여력을 확인한 결과 “추가 세입을 활용하고 과다편성된 세출예산을 조정하면” 편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이미 지난해 10월 교육교부금 41조원을 시·도교육청에 전액 지원했다”고 했다. 하지만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더 준 것은 아니다. 교부금은 내국세의 20.27%로 고정돼 있다. 추가 예산 없이 기존 교부금에서 누리과정 소요예산 4조원을 떼어낸 뒤 교육청에 쪼개 준 것을 “관련 예산 4조원을 내려보냈다”고 표현하고 있다. 또 교육부는 올해 교부금이 41조2000억원으로 1조8000억원 증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누리과정용 목적예비비 3000억원과 지방자치단체 전입금 1조여원을 합치면 예산 편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감들은 실제 예산이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3000억원으로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2조1000억원을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자체 전입금은 불확실한 재원이다.

교육청들은 “교육감 공약사업을 축소해 누리과정 예산 등 정부 사업만 집행하라는 압박”이라며 “보육대란 피하려다 교육대란이 온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청 “감사원 계산 잘못됐다”

감사원은 “순세계잉여금과 지자체 전입 등 추가 세입을 활용하고 인건비와 시설비 등 과다편성된 세출예산(인건비, 시설비)을 조정하면 서울·경기·경남·충북·부산·강원·전북·제주·전남 등 9개 교육청은 전액 누리과정 예산 편성이 가능하고 인천과 광주는 일부 편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교육청들은 예산 계산이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반박자료를 통해 “지자체 전입금 1559억원은 실제 전입이 불확실한 재원”이라며 “지자체 전입금이 들어올 것이라는 가정하에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상수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은 “감사원에서 빼서 쓰라는 예산은 학생들이 석면에 노출되지 않도록 시설을 바꾸고 LED 등을 교체하는 데 사용되는 돈”이라며 “예산이 붕괴된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학생들 안전예산을 가져다 보육예산으로 쓰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도교육감협의회장 장휘국 광주교육감도 “비가 새는 화장실, 찜통교실을 고칠 비용이라도 가져다 누리예산에 편성하라는 주장인데 감사원이 교육청 예산을 직접 들여다보고도 어떻게 이런 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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