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일베 조형물' 부순 남성 3명 경찰 입건.."반대 입장 전하고 싶어 부쉈다"

2016.06.01 16:24 입력 2016.06.01 16:48 수정

서울대 홍익대 정문 근처에 전시된 ‘일베 조형물’을 망가뜨린 남성 3명이 1일 경찰에 입건됐다. 지난달 30일 해당 조형물이 설치되자마자 불거졌던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관한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조형물을 훼손한 혐의(재물손괴)로 ‘랩퍼’ 김모씨(21)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새벽 2시 20분쯤 홍대에 설치된 일베 손가락 모양의 조형물을 파괴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김씨는 ‘랩퍼성큰’이란 예명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홍익대 재학생인 ㄱ씨와 ㄴ씨도 전날인 31일 오후 10시쯤 조형물을 부수려한 혐의로 입건됐다.

1일 오전 파괴된 채 발견된 ‘일베 조형물’.  최미랑 기자

1일 오전 파괴된 채 발견된 ‘일베 조형물’. 최미랑 기자

김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한 후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이들은 “조형물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하고 싶어 조각상을 부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형물은 조소과 수업의 전시 작품으로, 당초 이달 22일까지 전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30일 설치 이후 대학 안팎에서 반발이 일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계란이 날아들었고 항의 쪽지가 나붙었다.

결국 일베 조형물은 1일 오전 심하게 훼손된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너에겐 예술과 표현이 우리에겐 폭력임을 알기를, 예술과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인 권리가 아님을, 모든 자유와 권리엔, 다른 권리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다” “랩퍼 성큰이 부수다”란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파괴된 잔해는 현재 미술대학으로 옮겨졌다.

김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확한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일베 상징물을 홍익대 정문에 설치해 많은 사람에게 혐오감을 줬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다고 봤다”며 “표현의 자유라면서 6월 한 달 동안 그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생각했다. 이 무책임함을 질타하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한 “제가 작품의 모양을 임의로 바꿔서 대중들이 쉽게 작품의 진의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하고 싶었다”며 “작품의 모양을, 지금은 너무나 멀쩡하고 깨끗한 작품이었는데 그것을 부숴서 일베 회원들은 가상에선 멋있고 센 척하는 사람들이지만 현실에선 부서지고 망가진 사람들이란 뜻으로 작품을 바꿔보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품 파괴가 표현의자유 침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작가가 오해받을 짓을 한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표현할 것이라면, 예를 들어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나쁜데 사람들이 그를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다고 홍익대 거리 가운데에 김정은 동상을 다짜고짜 세운다. 그리고 이 사람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 위해 세웠다고 얘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주장했다.

‘일베 조형물’이 놓였던 곳 인근에 남겨진 메시지. 최미랑 기자

‘일베 조형물’이 놓였던 곳 인근에 남겨진 메시지. 최미랑 기자

논란이 커지자 작가인 홍익대 4학년 홍기하씨(22)는 지난 31일 작품명이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작품의 창작 의도가 “사회에 만연하게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는 일베라는 것을 실체로 보여줌으로써 이 것에 대한 논란과 논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홍씨는 또한 “작품을 훼손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품이 파괴된 이후에도 갑론을박은 계속되고 있다. 홍대 미술대학 학생회는 1일 입장문을 내고 “작품이 파괴된 행위를 작가가 의도한 범주 안으로 포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작가 본인의 생각이 궁금하다”고 밝혔다. 학생회는 또한 “해석하고 판단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 될 수 있고 그것이 작품의 의도가 될 수는 있으나, 작품이 현실에서 발현되는 과정에서 윤리적 문제나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 역시도 작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일베 조형물을 두고 학생들이 불쾌함과 불편함을 느꼈다”는 취지다.

학생회는 이어 “작가가 이런 상황을 예견했다고 해도, 일베 조형물을 정문에 둘 때 벌어질 일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작가의 역할은 이런 판을 형성하는 데 멈추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1일 오전 파괴된 채 발견된 ‘일베 조형물’.  최미랑 기자

1일 오전 파괴된 채 발견된 ‘일베 조형물’. 최미랑 기자

앞서 총학생회 역시 지난달 31일 “환경미술에서 작품이 놓이는 장소는 작품과 결부돼 공간과 상징적으로 결합한다”며 “그러나 현재 작가가 밝힌 입장은 왜 전시 장소가 홍대 정문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답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총학은 또한 “조각물이 설치되는 공간이 공공성과 특정집단을 상징하는 곳이라면 표현의 자유의 범위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