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어찌할 것인가

2024.06.02 20:52 입력 2024.06.02 20:55 수정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이라는 책을 통해서 우리 시대 가장 뜨거운 경제학자가 되었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자산 불평등이 최근에 매우 심각해졌다는 사실이다. 임금 불평등은 여러 가지 복지 장치 등을 통해서 최근에 약간은 해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자산 불평등은 21세기 자본주의에서 거의 제어되지 않았다. 상위 50%가 전체 자산의 97~98% 정도를 보유한다. 보통은 상위 1% 혹은 10% 아니면 20%에 집중된 부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하는데, 자산의 경우는 상위 50%가 기준선이다.

정말로?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1980년대 이후로 집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마치 황금률처럼 55~60% 사이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 누군가 새로 집을 사는 동안 누군가는 망해서 집을 팔게 된다. 그 비율이 50년째 거의 같다. IT 업계 등 일부의 슈퍼리치를 제외하면 한국 경제의 많은 불평등은 집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그 부자의 기준은 이제 종합부동산세가 되었다.

나는 집이 있지만,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나는 부자가 아니다. 상위 50%에는 해당하겠지만, 그렇다고 ‘리치’는 아니다. 그러면 지금 종부세를 내는 모든 사람은 부자인가? 세금 기준으로는 그렇지만, 부채와 소득까지 전체적으로 봐야 할 것이다. 문제가 되는 사람은 은퇴해서 세금은 없는데, 집은 비싼 경우다. 여러 가지 공제 조치를 통해서 구제할 방법이 있기는 한데, 너무 많은 경감조치를 해주면,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다른 국민들에게서 역차별 불만이 나오게 된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종부세에 대해서도 고민을 할 수 있다는 언론 인터뷰를 한 뒤, 좋든 싫든 우리는 다시 종부세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종부세는 한국에만 있는 세금이다. 부동산이 워낙 민감하다 보니까,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딱 나누는 정책이 되었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폭등기에 도입이 되었다.

재산세와 종부세 합치는 방안도

나는 부동산에 대한 과세에 찬성하지만, 종부세에 대해서는 도입기에도 그렇고 지금도 전면적 찬성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재산세가 너무 약하다. 여기에 부유세의 속성을 갖는 아주 특별한 세금이 하나 더 추가되는 형태가 되었는데, 부자들의 조세 저항이 아주 강하다. 조세 설계 측면에서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쳐도 사실 무방하다. 1가구 1주택에 대한 정책 철학을 2가구·3가구 등 추가적인 주택 보유에 따라서 세율을 누진시키는 방법으로 해도, 다가구 주택 소유에 대한 중과세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다.

종부세는 기존 세금에 추가되는 성격이 강해 항상적인 정책이라기보다는 임시 정책의 성격을 강하게 갖는다. 게다가 납세의 기준선을 얼마로 할 것인가, 이런 기술적 논쟁도 피하기가 어렵다.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킬 것인가, 부동산 급증에 연동시킬 것인가, 혹은 공제 조건을 어떻게 할 것인가, 부차적이고 세부적인 기술 논쟁을 피하기 어렵다.

영국의 카운슬세는 집주인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 집에 거주하는 모든 성인에게 부가되는 매우 독특한 형태의 보유세다. 집이 비쌀수록 세율이 높아진다. 재산세 성격과 주민세 성격을 모두 갖는다. 1993년에 도입되었고, 지방세이기 때문에 지자체 운영에 큰 기여를 한다. 투기용 다가구 보유는 비과세요건이 엄격한 자본이득세로 제어한다. 2018년에 도입된 프랑스의 부동산부유세는 우리나라의 종부세와 가장 유사하다. 해외 자산을 포함하여 130만유로 이상의 부동산에 부가되는 부유세다. 집이 비쌀수록 세율이 높아진다.

부동산 세제는 국가별로 상이하며, 정답은 없다. 보유세와 양도세 사이의 조화도 어려운 문제다. 우리의 세제는 다주택에 대해 매우 엄격하게 설계되어 있는데, 그 틈새를 뚫고 갭투자 등 전세사기 씨앗이 계속해서 자라난다. 게다가 우리는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공공 임대주택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부족하다.

부동산 조세에 대한 논의 시작을

이런 조건들을 놓고, 종부세를 포함한 전체적인 부동산 세제에 대해서 국가적인 논의를 해야 할 때가 되기는 했다. ‘방살이’로 상징되는 집을 살 수 없는 청년들의 주거권, 구조화된 저출산과 솔로 사회,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 등 2005년에 종부세가 처음 도입될 시기와는 분명히 다른 조건들이 생겨났다. 재산세로 평균 1% 정도를 내는 미국에 비하면 우리의 재산세는 너무 낮다. 재산세 강화가 맞지만, 저소득자를 위한 소득별 조정도 필요한 일이다. 이런 걸 전체적으로 조정해서 종부세 취지가 재산세에 반영된다면 종부세와의 통합도 가능한 일이다. 고민정 의원에게 배신자니 아니니, 그렇게 얘기할 건 아니라고 본다. 다음 세대를 위한 최적의 부동산 조세에 대해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

우석훈 경제학자

우석훈 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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