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권력 부여’한 대통령·국회 견제할 권리 가져야

2018.02.19 20:55 입력 2018.02.19 20:59 수정

직접민주주의

간접민주제의 권력 남용 위험성…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며 절감

[헌법 11.0 다시 쓰는 시민계약]국민이 ‘권력 부여’한 대통령·국회 견제할 권리 가져야 이미지 크게 보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1조에 따라 한국은 국가권력 행사의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택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직접민주제 방식으로 국민이 직접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주권자인 국민이 대통령·국회의원 등 대표자를 선거로 뽑아 국가권력을 대신 행사하도록 하는 간접민주제 방식이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은 간접민주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직접민주제가 민주주의 원칙에 더 가깝지만 일하고, 가정을 꾸려가기도 바쁜 국민들이 국가의 정책이나 법률안을 일일이 들여다보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간접민주제는 전문성을 가진 대표자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간접민주제의 문제점도 적지 않다. 대표자의 의사가 국민 대다수의 의사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 대표자가 국민 전체가 아닌 자신이나 일부 국민을 위해 국가권력을 남용할 위험성도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비롯해 정치인들의 비리 사건 등 지난 수십년 동안 한국 국민들은 간접민주제의 한계를 느끼고 경험해왔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불가능하거나 쉽지 않았던 직접민주제가 거론되고 있다. 직접민주제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제도로 국민발안제, 국민소환제, 국민투표제 등이 있다.

국민발안제는 일정한 사람들의 서명으로 법률안이나 헌법 개정안을 제안하는 것이다. 국민발안제는 한때 헌법에 있던 권리다. 1960년 개정·시행된 헌법 제98조는 헌법 개정안 발의를 대통령, 민의원 또는 참의원(국회의원) 등뿐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권자 50만명 이상의 찬성 서명이 있으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1972년 유신헌법 때 삭제됐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또는 국회만이 헌법 개정안을 발안할 수 있게 했다.

국민발안제의 구체적인 절차로 세 가지가 거론된다. 첫째는 국민이 발안한 법안의 가부를 국회 의결로 결정하는 독일 방식이다. 이 방법은 국회가 거부하거나 의도적으로 지연할 수 있어 유명무실할 수 있다. 둘째는 국민이 발안한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으로 미국 일부 주에서 시행한다. 셋째는 국민이 발안한 법안을 국회가 심의·의결하되 국회가 거부하거나 지연하는 경우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식이다. 직접민주제의 모범 국가라는 스위스에서 시행한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는 셋째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국민소환제는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선출직 공무원을 파면시키는 제도다. 국민소환제의 대상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거론된다. 이들에 대해서는 현재 탄핵과 제명이 있지만 실제로 구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탄핵의 경우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와 과반수 찬성으로 소추되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파면이 결정돼야 한다. 대통령은 요건이 강화돼 과반수 발의와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을 국회가 제명하는 방법만 있는데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는 거의 작동하지 않아 1979년 김영삼 의원 제명 파동이 유일하다.

국민소환제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자칫 낙선한 후보자를 지지하는 이들에 의해 정치보복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서다. 찬성론자들은 선출직 공무원들이 상시적으로 주권자의 눈치를 보고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 국민투표제는 국회가 의결한 법률안을 국민투표로 견제하는 제도다. 국회가 주도권을 가진 입법 권한에 국민이 제동을 걸 수 있는 셈이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만 국회가 의결한 법률안을 거부하고 국회로 돌려보낼 수 있다.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는 국민 다수가 요구하는 법률안이지만 국회가 법률안 처리를 합의하지 못할 경우 국회 스스로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자는 의견도 냈다. 선거를 치른 뒤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면 이전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은 모두 폐기되는데 이를 보완하는 효과도 있다. 현행 헌법에서는 대통령만이 외교·국방·통일 등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스웨덴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연금제도를 국민투표에 부쳐 결정한 바 있다. 다만 이 제도에 대해서는 국회의 국민투표 부의권이 남용될 경우 국회가 무력화되고 소수 정당에 의해 원외투쟁이 빈발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직접민주제가 도입되면 정치적 혼란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전문적인 사안이나 국가의 위기상황 해결 방식을 결정할 때 국민투표나 국민발안 등의 방식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권자가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정보와 관련한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다. 소셜미디어 등은 주권자의 정보 접근권을 향상시켰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정치 성향에 맞는 정보만 접근하도록 구조화돼 있다. 또 가짜뉴스와 같은 사실과 다르거나 부정확한 정보 등을 걸러내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같은 직접민주제의 위험성에도 한국은 직접민주제 관련 제도가 빈약한 편에 속한다. 특히 현행 간접민주제의 대표자들을 견제하고, 책임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 장용근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직접민주제의 핵심은 국민의 직접 결정에 있다기보다 주권자인 시민의 참여와 토론을 보장하는 문제”라며 “국민주권주의 아래서의 이념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고 대의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직접민주제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