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 땅에 온 생명들을 우리는 어떻게 맞고 있나

2019.01.02 06:00 입력 2019.01.02 06:01 수정

초저출산 지속에 인구절벽 위기감

우리 사회 ‘비정상성’ 질문 계기도

설문조사에서 찾은 희망의 역발상

2019년 1월1일. 기해년 새해둥이들의 울음소리가 새해를 밝혔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돌파한 후 첫해, 가장 여유 있는 시기에 태어났는데, 이 아이들을 보는 시선은 안쓰럽다.

이 아이들이 30대 중반이 되면 전체 인구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이 되고, 돈을 버는 인구 100명당 노인 76명을 부양해야 한다. 점차 사회 활력이 떨어지고 성장동력이 사라져 국가가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이른바 인구절벽의 위기와 두려움이다.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랜 기간 극심한 초저출산을 겪고 있다. 여성 1명이 일생 동안 아이를 1.3명 이하 낳는 상황이 2001년 이래 18년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합계출산율 1이 깨지며 심리적 마지노선까지 무너졌다.

그러나 이러한 초저출산 상황은,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의 ‘비정상성’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하는 계기가 됐다.

주변을 돌아보면 아이부터 노인까지 행복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 사람값은 싸고, 한 명 한 명 사람의 가치는 기업, 국가 등 집단의 가치보다 한없이 가볍다.

돈과 권력이 사람 위에 있는 사회, 나라는 잘살게 됐지만 1%, 0.1%의 독점이 심화되며 극소수만 군림하고, 나머지는 극한투쟁을 벌이고 있는 사회에 누가 새 생명을 기꺼이 내놓고 싶을까.

비정상적인 초저출산 상황, 집단적인 출산파업은 더 이상 납세자로, 소비자로, 충직하고 값싼 노동자로 이 사회를 떠받치기 싫다는 집단 비명과 다름없다.

다시 질문해 봐야 한다. 인구가 늘면 사회가 달라질까. 아니다. 오히려 사회가 달라져야 인구가 변화하리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추론이다.

사회변화의 핵심은 ‘이 땅에 온 생명들을 우리는 어떻게 맞고 있는가’이다. 돈이나 지위 때문이 아니라 사람으로 환대하고, 환대받고 있는가.

인구 감소가 어쩌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좁은 땅에 발 딛고 사느라 치열해진 경쟁과 적대감의 촉수를 누그러뜨리고, 이웃과 온기를 나눌 계기가 될지 모른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성장, 경쟁, 성과지상주의라는 인구팽창 시대의 가치와 결별하고 사회의 체질을 개선해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키울 정책을 발굴하고 있다. 정부도 최근 그동안의 출산장려 정책에서 삶의 질 향상으로 인구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발표했다.

경향신문의 신년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희망의 실마리가 보인다. 인구 감소를 위기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동시에 사회경제적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답변도 절반을 넘어섰다.

경향신문은 ‘인구 감소, 저출산 = 위기’라는 낡은 전제를 깨고, 인구 전환기의 시대에 함께 생각해 볼 만한 몇 가지 질문을 던지려 한다.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은 우리가 만드는 것. 늘 그래왔듯 시민들의 집단지성이 이 사회를 지탱하리라 믿는다.

2019년생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물려줄 것인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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