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검색하면 쉽게 나오는데?…마음대로 ‘복붙’해 돈벌이에 썼다간 큰일 납니다

2019.02.07 06:00 입력 2019.02.20 16:15 수정

온라인 저작권

다큐 사진작가인 ㄱ씨가 웹사이트에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 원본. 2015년 국회 행사에서 찍은 것으로 저작권 보호 표시가 있다. ㄱ씨는 문 대통령의 ‘웃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 행사 시작 전부터 객석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ㄱ씨 홈페이지

다큐 사진작가인 ㄱ씨가 웹사이트에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 원본. 2015년 국회 행사에서 찍은 것으로 저작권 보호 표시가 있다. ㄱ씨는 문 대통령의 ‘웃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 행사 시작 전부터 객석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ㄱ씨 홈페이지

잘 찍었다 싶은 사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많이들 올리시죠. 다른 사람들이 찍은 좋은 사진도 SNS를 통해 많이 감상할 겁니다. ‘공유’가 일상이 되면서 문화적으로 풍요로워진 면이 있는데요. 한편으론 모르는 새 내 권리를 침해당하거나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생길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내가 찍은 사진을 누군가 허락 없이 가져다 쓴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어떨까요. 반대로 별생각 없이 남의 사진을 가져다 썼다가 고초를 치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SNS에는 출처나 원작자를 알 수 없는 사진이 무수히 떠다닙니다. 인기가 많을수록 ‘좋아요’나 ‘공유’ 기능을 통해 널리 퍼지니 ‘공공재’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마음대로 가져다 써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이윤과 관련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창작물을 만든 이에게는 ‘저작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별도의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이 권리는 창작과 동시에 생깁니다. 저작권법을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민사소송에 걸리면 금전적 손해배상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ㄱ씨의 문재인 대통령 사진이 무단 사용된 책자 표지(왼쪽). 출판사 측이 구글에서 찾아 썼다고 주장하는 문 대통령 사진. 2017년 대선 때 누리꾼이 사진을 선거 포스터처럼 변형해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오른쪽).

ㄱ씨의 문재인 대통령 사진이 무단 사용된 책자 표지(왼쪽). 출판사 측이 구글에서 찾아 썼다고 주장하는 문 대통령 사진. 2017년 대선 때 누리꾼이 사진을 선거 포스터처럼 변형해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오른쪽).

■ 내가 찍은 사진이 책 표지에

ㄱ씨는 행사와 다큐 사진을 주로 찍는 전업 작가입니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정치인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었습니다. 문제가 된 사진은 ㄱ씨가 2015년 12월에 찍은 것입니다.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복지후퇴 저지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입니다. 평소 문 대표가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을 때 자연스럽게 웃는 얼굴이 ‘핵심 이미지’라고 여겼던 ㄱ씨는 행사 시작 전부터 객석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카메라를 세팅한 끝에 이 장면을 담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1월 ㄱ씨는 지인을 통해 어느 책 표지에서 이 사진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찾아보니 문재인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책 표지에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사진이 나란히 실려 있었습니다. 문 대통령 얼굴은 자신이 찍은 사진을 편집해 넣은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사전에 출판사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적이 없었던 ㄱ씨는 이 출판사 대표 ㄴ씨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저작권법은 복제, 전시, 배포, 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 등 방법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사람을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또 저작자의 인격권을 침해해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합니다. 다만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해 인용하는 것은 정당한 범위 내에서 허용하고 있습니다.

ㄱ씨의 사진을 쓴 출판사 측은 어떻게 해명했을까요. ㄴ씨는 구글에 ‘잘생긴 대통령 문재인’을 검색해 이 사진을 찾아냈다고 합니다. 허락을 구하지 않고 사진을 사용한 점은 인정했지만 ㄴ씨는 “이 사진이 유명 정치인의 것인 데다 검색도 쉽게 됐기 때문에 저작권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 구글에 쉽게 나오면 괜찮나

검찰은 ㄴ씨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저작권법 위반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불기소이유서를 보면 검찰은 “이 사진은 유명 정치인의 인물 사진이어서 그 사진에 저작권이 있을 것이라고 쉽사리 예상하기는 어렵고, ㄴ씨가 구글 검색으로 다운받은 사진에는 저작자 표시나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라는 문구가 전혀 없다”며 “ㄴ씨가 이 사진이 저작권 보호 대상이라는 것을 알면서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ㄱ씨는 검찰의 이 같은 판단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똑같은 결과가 나오자 재정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ㄱ씨는 “처음에 변형된 이미지를 접했더라도 ‘구글 이미지 검색’ 등을 이용하면 원작자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인데 ㄴ씨는 이런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단지 유명인의 사진이고 쉽게 검색된다고 해서 저작권 침해를 용인한다면 창작자들이 설 땅은 너무 좁아진다”고 ㄱ씨는 소송을 진행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상담 사례를 보면, 저작권자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허락 없이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추후에 저작권자가 나타나면 이용료를 지불하겠다고 밝히고 쓰더라도 면책사유는 되지 않습니다.

ㄱ씨가 웹사이트에 공개한 사진 원본에는 닉네임과 저작권 보호 표시가 찍혀 있습니다. 하지만 ㄴ씨가 다운로드해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사진에는 이런 표시가 사라져 있는데요. 누리꾼이 ㄱ씨의 사진을 편집해 다시 꾸며 올리면서 지운 것으로 추정됩니다. 마치 선거 포스터처럼 기호 ‘1’을 붙여 넣고 소속 당명 자리에는 ‘잘생긴 대통령’이라고 쓴 것이었습니다. ㄴ씨는 이 같은 정황을 들어 “선거 포스터를 썼으니 저작권법 28조에서 허용한 ‘공표된 저작물 인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ㄱ씨는 결국 ㄴ씨에게 “저작권 침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민사소송도 냈습니다. ㄱ씨의 법률대리인 방수란 변호사는 “검찰은 ㄴ씨가 저작권을 고의로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출판업자로서 저작권자를 찾으려는 사전 조사와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이라고 해서 상업적으로 이용하도록 허락한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더 널리 퍼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양경수 작가의 작품을 무단으로 사용해 만든 상업 광고. 저작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 인터넷 갈무리

양경수 작가의 작품을 무단으로 사용해 만든 상업 광고. 저작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 인터넷 갈무리

■ “물건을 훔치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림왕 양치기’라는 별명을 쓰는 현대미술 작가 양경수씨는 직장인이 겪는 부조리하고 답답한 상황을 표현한 일러스트로 유명합니다. 양씨는 페이스북 ‘그림왕 양치기의 약치기 그림’ 계정과 인스타그램에 새로 그린 일러스트를 공유하곤 하는데요. 작가들에겐 SNS가 작품을 널리 알리는 좋은 수단이라고 합니다. “제 그림을 개인적으로 짤(온라인 게시글에 첨부하는 그림)로 쓰시거나 프로필 사진으로 해 두시는 건 언제나 환영입니다. 그 낙에 작업을 하거든요.”

하지만 그림을 공개하는 것과 상업적 이용을 허락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입니다. “작가님 그림을 어느 미용실에서 간판에 쓰고 있어요.” 양씨는 팬들로부터 이런 제보를 자주 받는다고 합니다. 특히 양씨 그림의 문구만 바꿔 가게 홍보물처럼 이용한 경우가 많았는데요. 문제가 끊이지 않자 최근에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변경하는 것 자체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오기석 연구위원은 “저작권에는 재산권뿐만 아니라 인격권도 있어 함부로 변형하면 인격권 침해까지도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씨는 창작활동으로 생계를 잇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도용에 노출돼 힘들어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림을 광고에 쓰는 것은 작가들에겐 생활을 이어 나가는 중요한 경제적 수단이기도 하거든요. 창작물을 함부로 훔쳐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더 널리 퍼졌으면 좋겠어요. 김밥 한 줄, 물 한 통 훔쳐도 범죄인데…. 인터넷에서 쉽게 접하는 창작물에 대해서도 ‘물건’처럼 권리가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작권 Q&A

반려견은 초상권 인정 안돼…워터마크 붙였어도 ‘창작성’ 없으면 저작물 아니다



내가 찍은 사진인데 저작권이 내게 없다면? 당혹스럽겠죠.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분쟁이 생겨 법정까지 갔는데 사진이 저작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일상 사진’을 도용당했을 때 저작권을 다툴 만한지 한국저작권위원회 오기석 전문위원과 황혜진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의 조언을 들어봤습니다.

- 파리에서 찍은 에펠탑 사진, 맛집에서 찍은 음식 사진을 누군가 가져가 카드뉴스처럼 만들어 SNS에 유통하고 있습니다. 제 사진을 못 쓰게 할 수 있나요.

“누가 그 장소에 가더라도 비슷하게 찍을 수 있는 정도의 사진이라면 저작권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는데요. 저작물로 인정받으려면 남을 베끼지 않았다고 인정될 정도의 ‘창작성’이 있어야 합니다. 특별한 사진 기법을 썼다든가, 소품이나 조명을 준비해 가서 놓고 찍었다든가 하는 노력을 기울인 점이 인정돼야 저작권 침해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인스타그램에 올린 제 반려견 사진을 한 반려동물용품점에서 홍보 포스터 배경으로 썼습니다. 페이스북에서 다운로드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반려견은 초상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저작권이 침해됐는지가 쟁점입니다.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려면 앞서 설명한 것처럼 창작성이 인정돼야 합니다.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신다면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이용금지 청구, 이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거나 형사 고소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나 경찰서에 가는 것이 어렵게 생각된다면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반려견이 이전에 모델로 활동해 모델료를 받은 적이 있다든가 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손해배상 청구 과정에서 참작이 가능할 듯합니다.”

- 다른 사람이 제 사진을 못 쓰게 하려고 워터마크도 붙이고,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허락 없이 퍼 가지 마세요”라고 써 두었습니다. 법적 효력이 있나요.

“기본적으로는 저작권이나 초상권이 인정되는지가 쟁점입니다. 워터마크나 ‘이용불가’ 문구를 기재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 사진이라면 마구 가져다 써도 되는 것인가요.

“초상권처럼 다른 권리가 인정되는 사진은 무단으로 쓸 수 없습니다.”

- 애초에 도용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처음부터 공개 범위를 잘 정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의 계정 전체를 비공개로 설정해 두거나, 게시물을 올릴 때 건건이 공개 범위를 설정하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