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권 침해’는 맞는데, 손해배상은 ‘글쎄?’

2019.02.15 08:56 입력 2019.02.20 16:22 수정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셀카’에 ‘배경’으로 등장한 경험, 있으신가요? SNS가 일상이 된 시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은 ‘인증샷’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세상입니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길을 걷다 의도치않게 누군가의 사진에 찍혀 타인의 SNS에 등장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타인의 허락없이 사진을 찍고 이를 유포했다면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는데요, SNS상에서 공유되는 ‘얼굴들’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SNS 초상권’을 둘러싼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봤습니다. ※이 기사는 각 회당 설문조사를 통해 독자의 의견을 들어보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기사를 읽고 투표에 참여해주세요.

누군가를 비방할 목적으로 타인의 사진을 SNS에 게시하거나, 동의 없이 업체·상품 홍보에 이용하는 등의 경우 초상권 침해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의도 없이 개인 SNS에 다른 사람의 사진을 게시했을 때 배상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법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법률사무소 활의 윤예림 변호사는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고의와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가 있어야 하고, 그로 인한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하는데, 일상사진 공유 목적이 대부분인 SNS상에서는 이를 명확히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 집 앞을 지나가다 우연히 사진이 찍혀 다른 사람의 SNS에 게시되었을 때,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이것이 나에게 어떠한 손해를 끼쳤는지 입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식당에서 나도 모르게 사진이 찍힌 황민우 씨의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선 그로 인해 황 씨가 입은 피해를 따져봐야 합니다.

윤 변호사는 “SNS 게시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면 찍어서 게시를 한 사람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해가 특정되지 않는 경우 단지 ‘기분이 나쁘다’라는 이유만으로 배상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 경우 ‘기분이 나빴다’는 감정을 피해사항으로 보고‘정신적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지만, 해당 게시물이 황 씨를 비방하는 목적으로 쓰였다거나 부정적인 의미로 명예를 훼손한 경우가 아니라면, 법률적 배상 기준이 되는 ‘손해’를 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SNS와 초상권⑦]‘초상권 침해’는 맞는데, 손해배상은 ‘글쎄?’

‘사칭 계정’에 의해 다수의 사진을 도용당한 필라테스 강사 박은주씨의 경우는 어떨까요?

이 역시 박 씨가 입은 피해를 기준으로 손해배상 범위가 결정됩니다. 만약 사칭한 이가 박 씨의 사진을 이용해 상업적 용도로 이익을 취했거나 명예훼손,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에 이용했다면 박 씨의 피해 입증은 더욱 확실해집니다.

법률사무소 동하의 양수연 변호사는 “자신의 사진을 다른 사람이 도용을 했을 경우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도용한 정도는 어떤지 등을 따져 배상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업체 홍보 SNS에 무단으로 사진을 이용당한 이유정씨는 황씨와 박씨에 비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이 큽니다. 업체 측이 이씨의 사진을 무단으로 게재하여 영업활동에 사용한 정황이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민사상으로 다뤄지는 초상권 침해 소송은 누구나 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피해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는 한 유의미한 배상을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법률가들의 중론입니다.

최재용 한국소셜미디어진흥원장은 “국내 스마트폰 보급과 SNS 확산 속도에 비해 타인의 초상권에 대한 인식이 낮은 부분이 있다”며 “SNS상에서 개인간 초상권 분쟁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조정할 기관이나 규정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 발견해도 처벌 어려운 ‘사칭 계정’

[SNS와 초상권⑦]‘초상권 침해’는 맞는데, 손해배상은 ‘글쎄?’

최근 SNS에서 확산하고 있는 ‘사칭 계정’에 대한 처벌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칭 계정은 타인의 사진 등을 무단 게재하고 당사자인 것처럼 글을 올려 사람들의 관심을 끕니다. 단순히 사진을 도용하는 것을 넘어 사칭 계정을 이용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거나 영업활동에 악용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칭 행위는 엄연한 불법행위이지만 대응이 쉽지 않습니다. 이를 처벌할 명확한 법적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외국 SNS의 계정을 폐쇄하려면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길게는 수개월이 걸리는 처리 기간 동안 사칭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이 되는 것이지요.

국내 서버가 없는 다국적기업의 SNS의 경우 명예훼손 등 불법행위가 발생해도 경찰 수사와 행정 제재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온라인 범죄를 다루는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홈페이지를 통해 텀블러, 페이스북·인스타그램, 트위터, 구글·유튜브 등 업체별 권리침해 신고 방법을 안내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사건에 개입하지는 않습니다.

사이버안전국 관계자는 “단순히 사칭을 해서 다른 사람 행세를 한 것을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 없다”며 “그로 인해 성희롱이나 모욕, 명예훼손, 금전적 피해 등 2차 피해가 발생했을 때에야 수사기관이 개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 외 권리침해가 발생했을 시 개인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해외에서는 사칭 범죄에 처벌 규정을 제정하는 추세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루이지애나, 와이오밍주 등 상당수의 주에서 온라인 타인 사칭을 독자적 범죄로 처벌하는 법을 만들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법은 ‘다른 사람을 가해, 협박, 위력 또는 기망하기 위해 동의 없이 인터넷 웹사이트 또는 다른 전자적 수단에 의해 자신을 실존하는 다른 사람으로 신용할 정도로 사칭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1000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병과형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캐나다 연방법률은 타인 사칭에 장기 10년의 징역형을 부과하는 중범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2015년과 2016년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SNS상에서의 타인 사칭 방지법’을 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SNS와 초상권⑦]‘초상권 침해’는 맞는데, 손해배상은 ‘글쎄?’


[8화 예고]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SNS 초상권
사생활과 개인정보 보호의 가치가 높아지는 시대, SNS상에서 내 ‘얼굴’이 이토록 보호 받기 힘들다니 억울한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SNS상에서 초상권 침해를 당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 회에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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