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병 피해자 어머니의 ‘눈물’

2019.11.01 16:25 입력 2019.11.01 17:51 수정

[금주의 B컷]햄버거병 피해자 어머니의 ‘눈물’

기자회견 사진을 찍다 보면 참가자들 발언에 귀 기울이려 노력하지만 그러지 못할 때가 많다. 그보단 참가자들 표정에 집중하거나 현장을 더 표현할 수 있는 앵글을 찾으려 하게 된다. 그럴 때면 참가자들 발언은 귓가를 겉돈다. 지난달 29일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 피해자 가족과 시민단체가 맥도날드 서울시청점 앞에서 맥도날드 불매·퇴출 기자회견을 열었다. 뷰파인더에 얼굴을 묻고 있는데 떨리는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엄마 미안해, 선생님께서 욕심부리면 안된다고 했는데 내가 욕심부려서 새우버거 하나 다 먹었어.”

햄버거병 피해 아동 시은양의 어머니 최은주씨가 “투병 중인 딸아이가 오히려 나에게 사과를 했다”며 울먹였다. 최씨는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딸 시은이는 매일 밤 10시간씩 복막투석을 해야 하루를 살 수 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발언을 이어갔다.

“엄마 미안해, 그런데 새우버거 먹으면서 세균이 하나도 안 보였어.”

누구보다 고통스러울 아이의 ‘미안하다’는 말을 들으며 살고 있는 어머니의 눈가에서 끝내 눈물이 흘러내렸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대표는 “맥도날드는 피해자들이 항의하면 ‘당신만 피해봤다’며 피해자에게 입증책임을 지운다”고 말했다. 고통받는 이가 ‘미안하다’ 말하고 이를 보는 가족들은 눈물을 흘린다. 가해자는 피해자들을 ‘보이지 않는 세균’마냥 외면하려 애쓴다.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던 햄버거병 사건은 지난달 17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재조사를 시사하면서 2년여 만에 재수사를 받게 됐다. 이제 피해자들의 눈물을 정면으로 바라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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