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선도학교 ·혁신학교 "정시확대 어쩌나"

2019.12.01 19:07 입력 2019.12.01 23:10 수정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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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023학년도까지 서울 소재 16개 대학의 정시 모집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와 혁신학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토론·발표·참여 수업의 비중이 높은 혁신학교나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게 하는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의 교육과정이 수능 시험 대비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2022년부터 경기도 내 모든 고등학교에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키로 한 경기도교육청의 고민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정모씨(43)의 고1 자녀는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선정된 자율형사립고에 다니고 있다. 이 학교에는 올해 1학년 과정에만 147개의 과목이 개설됐다. 가령 사회탐구의 경우에는 수능 과목인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 한국지리 외에도 ‘국제 관계와 국제기구’, ‘마케팅과 광고’, ‘여행 지리’, ‘실용 경제’, ‘창의 경영’ 등의 과목이 새로 개설됐다. 학생들이 대학생처럼 적성과 흥미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다양한 교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고교학점제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교육공약 1호이기도 했다. 현재 전국의 354개 고등학교가 고교학점제 선도·연구학교로 지정돼 있다.

정씨는 고교학점제 선도학교임을 알고 아이와 함께 선택했던 학교이지만, 정시가 40%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근심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고교학점제 교육과정으로는) 수능 준비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보니 수시 6개를 ‘광탈’하면 재수밖에 길이 없다고 한다”면서 “결국 수능 준비도 같이 병행해야 해서 부담이 된다”고 했다.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무색하게 학생들이 국·영·수 등 수능 위주 교과목만 선택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특히 2022년부터 경기도내 고등학교에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키로 한 경기도교육청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2025년 고교학점제를 전국에 전면 도입한 후, 2025년에 고1인 학생들이 대입을 치르게 되는 2028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는 대입개편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에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 2022년에 고1인 학생들이 대입을 치르게 되는 2025학년부터 2028학년까지 3년 동안은 정시확대와 고교학점제라는 두 개의 교육정책이 충돌하게 된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정시가 확대되면 학생들이 입시 위주의 과목을 선호할테니, 국·영·수·사탐·과탐 이외의 교양교과 수업이 염려가 된다”면서 “교육부의 정시 확대 발표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능 비중이 높은) 국·영·수를 강조하면서도 수업 방식을 문제풀이식이 아니라 다양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의적·자기주도적 학습을 강조해 토론·참여 수업의 비중이 높은 혁신학교도 딜레마에 빠진 것은 마찬가지다. 혁신학교인 서울 신현고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김현 교사는 “정시 영향력이 커지면서 문제풀이식 수업에 대한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학생들이 수시 비율이 높았을 때만큼 수업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을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지금도 교사들은 아이들이 ‘저는 그냥 수능으로 갈래요’라면서 수업을 안 들으면 할 말이 없다”면서 “수업 분위기가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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