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일 “MB정부, 부자 아닌 서민을 위하라” 소신공양

2020.06.01 00:07
김동성 기자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2010년 6월1일자 경향신문 12면.

2010년 6월1일자 경향신문 12면.

■2010년 6월1일 “MB정부, 부자 아닌 서민을 위하라” 소신공양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조화로운 세상’을 발원하며 소신공양한 문수 스님 입적 10주기를 추모하는 다례재가 서울 개운사에서 봉행됐습니다.

문수 스님(당시 47세)은 2010년 5월31일 경북 군위군 위천 제방에서 ‘이명박 정권은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공사를 즉각 중기·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납 49세, 법납 25년으로 소신공양을 결행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맑은 물이 흐르도록 한다던 강은 보로 인해 썩어 들어가 ‘녹조라떼’가 됐고, 수천억 원이 소요되는 유지비는 엄청난 경제적 부담과 지역민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22조원이 넘는 예산의 상당부분은 민간건설업자 주머니에 들어갔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예측이라도 한 듯 문수 스님은 4대강 사업에 앞장서 반대를 해왔습니다. 가슴을 치며 “나도 자연의 일부다”라는 말을 남긴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10년 전 경향신문을 통해 살펴봅니다.

지보사 문수 스님과 유서.

지보사 문수 스님과 유서.

“어지러운 세상에 자신을 던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경북 군위 지보사 문수 스님이 10년 전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하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경북 군위군 군위읍 사직리 위천 제방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불교계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불교계는 “스님이 ‘소신공양(燒身供養)’을 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불교환경연대·참여불교재가연대 등 불교단체들은 서울 조계사 한강선원에서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스님의 시신을 조계사로 운구할지도 논의됐습니다.

한편 이날 스님의 시신을 발견한 군위읍 공무원 이모씨(57)는 “제방 쪽에서 연기가 많이 나 달려가서 불을 끄던 중 제방 한쪽에 가지런히 벗어놓은 승복과 고무신이 있어 주위를 살펴보니 새카맣게 탄 시신이 보여 경찰에 알렸다”고 말했습니다.

스님이 승복 안에 둔 수첩에 승려증과 함께 남긴 유서에는 “4대강 즉각 중지 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뒷장에는 “누이 형제들과 상의하여 처분하고 좋은 데 쓰기 바란다. 미안하구나”란 속세의 형제들에게 남기는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남한테 조금이라도 피해를 안 주는 깨끗하고 정직한 인품을 지니셨는데….”(지보사 정월 스님)

해인사·통도사 등에서 참선수행을 한 문수 스님은 지보사에서 만 3년간 하루 한 끼식 공양을 하면서 수행해왔습니다. 문수 스님은 “이판승은 자기생각을 쉽게 하지 않는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스님을 잘 아는 이들은 “스님이 수행에만 전념해 말이 없었지만 환경문제에 관해서는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해부터는 4대강 사업과 부자정책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지보사 주지 원범 스님은 “문수 스님이 평소 ‘4대강 사업 때문에 고민하고 있고, 내 몸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분신해야겠다’는 뜻을 지보사 총무스님에게 전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정월 스님은 “스님이 만 3년의 수행을 마치고 어지러운 세상에 자신을 던지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월 스님은 “세상이 어지럽고 혼탁하니 말 대신 행동으로 자신을 중생과 사바세계에 내던지신 만큼 스님의 이 같은 행동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불교계는 유서에 ‘4대강 사업 반대’ 내용이 들어 있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인 현각 스님은 “정말 안타까운 소식”이라면서 “유서에 4대강 사업을 중지하라는 내용이 있는데, 정부가 사업을 중단하고 국민의 여론을 귀담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군위 현장에는 비보를 듣고 대구·마산·창원·안동 등 영남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소신공양이란?

불교 용어로 부처님에게 공양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것을 말합니다. <묘법연화경>에 약왕보살이 향유를 몸에 바르고 자기 몸을 불사른 일에 대해 제일의 보시라고 한 데서 연유됐습니다.

1963년 베트남에선 정부가 반정부적이라고 강제로 절을 폐쇄시키자 꽝둑(Thich Quang Duc) 스님을 필두로 36명의 스님과 1명의 여성 재가신자가 사이공(지금의 호찌민)의 한 거리에서 분신을 감행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미국에선 반전운동이 확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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