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수자 인권의 상징’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 향년 87세로 별세

2020.09.19 12:00 입력 2020.09.19 13:30 수정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이자, 여성과 소수자 인권 신장을 위한 진보적인 판결로 유명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이 18일(현지시간) 향년 87세로 별세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긴즈버그 대법관이 췌장암 전이에 따른 합병증으로 워싱턴에 있는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밝혔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2009년 췌장암 수술을 받았으며 2018년 폐암, 2019년 췌장암 등 총 5차례나 암과 싸웠다. 올해는 간에서 암 병변이 발견돼 항암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를 거쳐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인 1993년 여성으로서는 두번째로 연방대법관으로 임명됐다.

지난해 10월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조지타운대 로스쿨 강연에 참석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모습. 워싱턴|AP연합뉴스

지난해 10월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조지타운대 로스쿨 강연에 참석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모습. 워싱턴|AP연합뉴스

긴즈버그 대법관은 진보의 가치를 지켜낼 최후의 보루로 주목받았다. 남녀 임금차별 금지, 동성결혼 합법화 등을 긴즈버그 대법관이 주도해 이끌어냈다.

2015년 8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국내 1호 동성 부부인 영화감독 김조광수씨와 김승환씨,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씨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성소수자들에게 “한국은 변화할 것”이라며 “역사는 이미 올바른 길로 가고 있고 인권은 시기의 문제일 뿐 승리는 정해져 있으니 용기를 잃지 말라, 변화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긴즈버그 대법관은 대법원에서 열린 강연회에 참석해서는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이 바뀌면 법원도 쫓아가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2016년 뉴욕타임스 기고문에는 이런 말을 썼다. “아직도 세계의 여성들은 임금 수준이 낮다. 출산과 양육에 편의를 제공하는 직장은 별로 없으며, 직장 내 성희롱과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많다. 그러나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우리, 사람들’이 해 온 노력이 계속될 것을 믿기 때문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연방대법원 이념 성향이 보수 쪽으로 기울은 상황에서 긴즈버그 대법관의 존재는 그 자체로 주목을 받았다. 대법관 구성이 보수 5대 진보 4로 나뉘어 긴즈버그 대법관이 빠지면 보수 성향이 강화된다. 긴즈버그 대법관도 이같은 문제를 의식한 듯 은퇴를 미루며 대법관 자리를 지켰다. 지난 대선 때 긴즈버그 대법관은 공개적으로 트럼프 당시 대선후보를 ‘사기꾼’이라고 부르며 반대했다.

다큐멘터리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와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등 긴즈버그 대법관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들이 만들어져 한국에서 개봉됐다. 다큐멘터리에는 긴즈버그 대법관이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트레이너와 운동을 하며 이겨내는 모습이 나온다. 연방대법원에서 분투하는 긴즈버그 대법관의 모습은 청년들 사이에서 ‘RBG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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