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거기서만 뜨나”…볼 사람은 보더라

2021.01.01 20:39 입력 2021.01.01 21:08 수정
윤희일 선임기자·백승목·박미라 기자

통제 속 해맞이 명소 풍경

강릉 경포대 해맞이 막으니…옆동네 양양으로 우르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해맞이객들의 출입이 통제돼 텅 빈 강원 강릉시 경포해변 위로 2021년의 첫 해가 떠오르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시간 강원 양양군 낙산해수욕장에 모인 관광객들이 백사장 통제선 밖에서 해돋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준헌 기자·양양군 제공

강릉 경포대 해맞이 막으니…옆동네 양양으로 우르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해맞이객들의 출입이 통제돼 텅 빈 강원 강릉시 경포해변 위로 2021년의 첫 해가 떠오르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시간 강원 양양군 낙산해수욕장에 모인 관광객들이 백사장 통제선 밖에서 해돋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준헌 기자·양양군 제공

입산 막으니 ‘다른 산’ 올라가고
해안도로 단속에도 차량들 붐벼
모텔 하루 숙박비 30만원 육박

‘코로나19 종식’ ‘가족 건강’.

사람들의 마음은 다 똑같았다. 어느 해나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올해는 더욱 절실했다. 한파가 들이닥친 1일 새벽, 사람들은 건물 옥상에 올라가거나 TV, 스마트폰을 보며 2021년 첫 해를 기다렸다. 해가 떴다. 그리고 간절하게 빌었다. 집 베란다에서 새해를 맞이한 김대윤씨(27·대전 유성구)는 “해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역시 코로나19였다”며 “올해는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는 만큼 코로나19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를 기원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집에만 있지 않았다. 가족, 친구와 함께 차를 몰고 동쪽으로 떠났다. 동해안의 해돋이 명소 인근 도로와 공터 등은 당국의 출입통제를 피해 몰린 차와 사람으로 가득 찼다. 어떤 곳은 거리 두기가 순식간에 무너졌다.

강원 강릉시 경포해변. 매년 수만명이 몰리는 곳이지만 이날은 한산했다. 강릉시가 해맞이객의 해변 진입은 물론 차량 주차까지 막았기 때문이다. 강릉시는 상공에 드론을 날려 해변에 진입하지 말라는 안내방송까지 했다.

그러나 출입이 통제되는 해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상황은 달랐다.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라면 도로변 공터 등 곳곳이 승용차와 버스 등 해맞이객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붐볐다. 아예 캠핑카를 타고 와서 ‘차박’을 하는 이들도 목격됐다. 정동진 쪽으로 향하는 해안도로에서는 해맞이객 차량들이 차선을 점령하면서 단속 공무원과 숨바꼭질을 벌이기도 했다. 속초시 청호동 해안도로 1㎞ 구간에는 차량 200여대가 몰렸고, 동해안 7번 국도 양양군 정암리~물치해변 2㎞ 구간 갓길도 해맞이 차량들이 차지했다.

경북 경주시 양북면 문무대왕릉 앞 바닷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문무대왕릉 앞 공영주차장이 폐쇄되자 차량들은 주변 도로와 길가로 향했고, 금세 혼잡을 빚었다.

일출 명소는 당국의 통제로 한산해진 대신 인근 도로나 해변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일종의 ‘풍선효과’가 곳곳에서 나타난 것이다.

이날 출입을 막은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의 인도 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일출봉 인근 해변 등지에도 사람들이 어깨가 닿을 정도로 밀집하는 바람에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광주에서는 시민 200여명이 입산 통제 대상이 아닌 금당산으로 몰렸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등산객들도 눈에 띄었다.

해돋이 명소 주변 호텔에선 빈방을 찾을 수 없었고, ‘얌체 영업’까지 기승을 부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부 모텔은 하루 숙박료를 30만원 가까이 요구했다. 당국이 객실의 50%만 예약을 받도록 했으나, ‘해돋이 특수’를 포기하지 못한 일부 업소는 이를 어기고 ‘배짱 영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지자체의 강도 높은 ‘해맞이 통제’로 상인들은 울상을 지었다. 이들은 연중 최고 대목인 해돋이 시즌에 장사를 사실상 접어야 했다. 속초 해안도로 인근의 한 음식점 주인은 “작년보다 매출이 90% 이상 떨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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