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의 맹지 가보니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소유의 경기 광주시 송정동 임야와 대지는 오르막길을 따라 이어지는 빌라촌 끝자락에 있었다. 인근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27일 “김 비서관이 땅을 구입한 인근에는 2016~2017년부터 빌라가 많이 세워졌다”면서 “김 비서관이 구입한 땅도 빌라가 더 들어설 것으로 공공연하게 예측되던 곳”이라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2017년 4~6월 2939㎡ 규모의 송정동 413-159번지 임야를 매입했다. 이 임야는 같은 해 6월 413-159번지(1361㎡), 413-166번지(1448㎡), 413-167번지(130㎡) 등 3개 필지로 쪼개졌다. 413-159번지는 2019년 1월 지목이 임야에서 대지로 변경됐다. 기자가 이날 찾은 임야에는 수풀이 우거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대지에는 컨테이너가 놓여 있었지만, 가구나 장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김 비서관이 땅을 매입한 위치와 시점도 논란거리다. 김 전 비서관 땅에서 1㎞가량 떨어진 송정동 318-4번지 일대에는 28만여㎡ 면적에 주거단지와 상업·업무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송정동 땅은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지만 송정지구 도시개발사업 부지 인근이라 투자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송정지구 도시개발사업은 2005년 결정됐다가 지가 상승 등 이유로 10년 넘게 지연됐다. 그러다 김 비서관이 땅을 매입한 시점으로부터 1년4개월 뒤인 2018년 8월 경기도가 광주시에서 제출한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을 인가해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됐다.
김 비서관은 광주시 땅 외에도 다수의 부동산을 갖고 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26일 공개한 재산등록사항에 따르면 39억2000만원의 재산을 신고한 김 비서관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 서울 강서구 마곡동 상가 2채 등을 갖고 있다. 부동산 재산이 91억2000만원이지만 금융채무가 56억2000만원에 달해 ‘영끌 빚투’ 논란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