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일부 ‘여가부 폐지론’에 성난 시민사회

2021.07.09 16:52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규탄 기자회견에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규탄 기자회견에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왼쪽)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야당 대권주자가 들고나온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 공약에 여성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여가부 업무는 성평등 정책 이행뿐 아니라 성범죄 예방, 한부모 가정 지원, 청소년 사회안전망 강화 등 다양한데 이를 남녀 대결로 몰고가 부처의 존치 이유를 폄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젠더정치연구소 등 여성단체들은 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이 당 소속 유승민 전 의원의 여가부 폐지 공약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대법원의 <2020 범죄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 강력범죄 중 성범죄만 범죄 발생률이 증가했다. 여성들에게 이런 상황은 재난과도 같다”며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성평등 교육이 절실한 이 때 여가부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참으로 황당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거리에서 만난 여성들은 여가부의 역할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페미니즘 극단을 운영하는 A씨(26)는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반동)가 여전하다. 미투 운동 바람이 분 뒤 오히려 페미니즘에 대한 조롱과 자기검열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서울 혜화역 주변에서 만난 20대 여성 B씨는 “밤에 집에 갈 때면 무섭고 취업에서도 아직 여성 차별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여가부 폐지는 시기상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승아씨(42)는 “생리 공결처럼 여성을 우대하는 것처럼 보이는 정책도 있지만 이것 역시 여성 임금이나 노동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여가부가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여가부 폐지에 동조하는 이들도 성범죄 예방, 한부모 가정 지원 등 정책은 필요하다고 봤다. 손모씨(31)는 “여가부 설립 취지는 불평등한 차별을 없애자는 것이었는데 여성 우대로 가다보니 문제가 됐다”면서 “가정폭력 피해자 등은 정부 차원에서 도와줘야 한다. 다만 ‘여성을 위한 정책’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대 남성 B씨도 “여가부의 기능은 유지하되 이름만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연우 가정폭력당사자네트워크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저처럼 가정폭력 피해 당사자들에게 여가부 폐지 발언은 가슴이 아프다”며 “예산이 아주 적은 액수라 피해 여성들은 더 많은 지원을 호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 황서현 팀장은 “경력단절 여성들이 여가부 지원 사업으로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된 게 많다”면서 “다른 부처로 기능이 이관되면 여성들을 위한 정책이 진행되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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