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잭팟’ 김만배 누나 대출 끼고 윤석열 부친 집 샀나…매입 배경 설왕설래

2021.09.29 17:29 입력 2021.09.29 17:52 수정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누나가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친이 살던 집을 매입할 당시 거액의 대출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대장동 개발 사업의 성공으로 거액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보이는 김씨의 누나가 굳이 대출까지 일으켜 이 집을 매입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윤 후보 측은 “급히 팔았기 때문에 시세보다 많이 낮은 가격이었다”며 김씨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29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김씨 누나 김모씨는 2019년 4월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윤 후보 부친의 집을 19억원에 매입해 그해 7월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마쳤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 집은 지하 1층·지상 2층짜리 주택으로, 대지면적 314.4㎡(약 93평)에 연면적 192.1㎡(약 58평) 규모이다. 김씨가 이 집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날 금천신용협동조합은 이 집에 채권최고액 15억600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이 집을 매입할 때 대출을 끼고 샀다고 보면, 대출금액은 매입금액의 68.4%인 12억~13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29일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씨의 누나 김모씨가 매입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단독주택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조해람 기자

29일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씨의 누나 김모씨가 매입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단독주택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조해람 기자

인근 부동산 업자들은 당시 시세에 비춰볼 때 19억은 적정한 매입금액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업자 A씨는 “당시 시세는 19억원 정도가 맞았다. 앞 도로가 좁아 차량 통행이 어려워 선호도가 떨어지는 집이 금방 팔려서 놀라기는 했지만 가격 자체는 적정한 가격”이라고 말했다. 이 집 매매에 관여한 부동산 업자는 “당시 가격이 평당 2000만원 정도였고 정상적인 거래였다”며 “윤 후보의 부친과 김씨가 계약을 위해 만난 자리에서 서로 처음 보는 사이 같았다”고 말했다.

매입금액 19억원 가운데 적지 않은 비중(68.4%)을 대출로 메운 데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A씨는 “재개발 등 이권이 걸려 있는 물건이라면 모를까, 상가건물도 아닌 주택에 일반 은행금리보다 1.5배 정도 비싼 이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그 정도로 대출을 받은 것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시 주택담보대출(LTV) 비율과 신협의 통상적인 채권채고액 설정 한도를 고려했을 때 김씨가 빌린 돈은 약 10억원 정도일 것”이라며 “통상적일 거래일 수 있다”고 했다.

김씨는 대장동 개발로 거액을 벌어들인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3호의 이사로 등재돼 있다. 천화동인3호는 대장동 개발로 최근 3년간 101억원을 배당받았다. 그런데도 거액의 대출을 끼고 윤 전 총장 부친의 집을 사들인 것이다.

29일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경기 성남시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이석우 기자

29일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경기 성남시 화천대유 사무실 입구. 이석우 기자

정치권에서는 부동산 매매 배경에 윤 전 총장과 김씨 동생 김만배씨의 특수한 관계가 있을 것이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는 오랫동안 법조출입 기자로 일하면서 검찰과 법원에 두터운 인맥을 쌓았는데, 윤 전 총장도 그 중 한 명이 아니냐는 것이다.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의 이수희 대변인은 “김씨의 누나가 왜 하필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자 차기 유력 검찰총장 후보였던 윤석열 후보 부친의 단독 주택을 매수했을까”라며 “윤 후보와 캠프가 화천대유 비리 의혹에 대한 논평이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너무 적은데, 윤 후보 본인이 법조 카르텔의 동조자이기 때문 아닌가”라고 말했다. 같은 당 홍준표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 “대장동 비리 주범들의 검은 손길은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라며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의 부친 집도 사 주는 이상한 행각의 연속”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이 사안을 최초로 보도한 유튜브 채널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윤 후보 캠프는 “윤 전 총장 부친은 2019년 3월 고관절 수술을 받았고, 연희동 집 계단을 오르는 게 불가능해 딸을 통해 인근 부동산중개소 10여곳에 시세보다 싼 평당 2000만원에 급히 집을 내놓고 계단 없는 아파트로 이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중 한 곳에서 3명 정도를 소개받았고, 그 중 1명인 김씨의 누나에게 부동산중개소에 내놓은 금액대로 19억원에 매도했다”며 “급히 팔았기 때문에 시세보다 많이 낮은 가격이었다”고 해명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예비역 병장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어제 토론회를 마치고 나니깐 난리가 났다. ‘무슨 일이냐’ 하니 ‘부모님 집을 사간 사람이 김만배 씨 누나라고 한다. 어제 처음 알았다”며 “의혹이 있다면 수사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찾은 김씨의 집은 인기척도 없이 조용했다. 단독주택이 모여 있는 골목에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지 않았다. 실내 조명은 꺼져 있었고, 창문을 블라인드로 가려 집안을 들여다 볼 수 없었다. 기자가 여러 차례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 응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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