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투표했는데”···안철수와 김동연 찍은 재외국민 표 어떻게?

2022.03.03 14:26 입력 2022.03.03 23:06 수정

대선 투표일 앞두고 尹·安, 李·金 단일화

선관위 “무효표”…“유권자 우롱” 지적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사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손을 맞잡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사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손을 맞잡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직 사퇴서를 제출함에 따라 이미 실시된 재외국민 투표에서 안 후보를 찍은 표는 모두 무효표가 된다.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의 표도 마찬가지다. 대선에서 후보 사퇴로 재외국민 유권자의 사표가 생긴 것은 처음이다. 윤·안 단일화를 두고 일부 재외국민 유권자들은 ‘유권자 모독’이라고 반발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사퇴한 후보에게 투표한 재외국민이나 거소투표자의 표는 무효표로 처리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제179조 1항2호상의 ‘어느 란에도 표를 하지 않은 것’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사퇴한 후보에게 투표한 것은 투표를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재외국민 투표는 안 후보와 김 후보가 선거운동을 하고 있던 지난달 23일 시작해 28일 끝났다. 115개국 219개 투표소에서 실시된 재외국민 투표에는 재외 유권자 22만6162명의 71.6%인 16만1878명이 참여했다.

거소투표 투표지도 선거일 10일 전까지 발송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미 지난달 27일 발송이 완료됐다. 거소투표는 요양병원·수용소·군부대 등에 기거하거나 거동이 어려워 투표장에 오기 힘든 이들을 위해 투표지를 배송해주는 제도다. 거소투표 신고자는 10만2827명이고, 함정 등에서 일하는 선상투표 신고자는 3532명이다.

거소투표자에게는 후보 사퇴와 관련한 별도의 공지가 가지 않는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된 규정이나 지침이 없어 유권자들이 언론 보도나 관련 소식을 통해 파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사퇴)가 지난 1일 오후 마포구 카페에서 회동을 갖고 통합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사퇴)가 지난 1일 오후 마포구 카페에서 회동을 갖고 통합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단일화로 인해 사표가 생긴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4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전체 투표수의 약 3%인 14만9886표가 무효표로 처리됐다. 대다수는 백현종 통합진보당 후보를 찍은 표였다. 투표용지가 이미 인쇄된 뒤 투표일을 사흘 앞두고 사퇴한 백 후보의 이름이 투표지에 그대로 나왔다. 재외국민이 투표권을 얻게 된 2009년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이번처럼 갑작스런 후보 사퇴로 ‘사표’가 생긴 것은 처음이다.

재외국민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유권자 모독’ 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재외국민 투표 종료 이후 후보 사퇴를 제한하는 안철수법 제정해 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지금 상황대로라면 안 후보에게 표를 던진 이들은 유권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동 사표 처리가 된다”며 “투표까지 마쳤는데 단일화, 이건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자 대한민국 선거판에 대한 우롱”이라고 했다. 이 청원에는 3일 오후 2시 기준 2만7000여명이 참여했다.

한국선거학회 회장을 지낸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초박빙 선거라 투표일 직전까지 단일화 유혹이 계속 생기는 것”이라며 “단일화를 하는 것은 정치적 자유라지만 적어도 어느 시점 이전까지만 사퇴할 수 있도록 제도화를 하든, 사표를 막기 위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든 선거 전에 룰이 논의돼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치의 후진성이자 직무유기”라며 “선거는 예측 가능해야 한다. 제도적 개선과 (정치 이벤트로서 단일화가 옳은지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도 다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4~5일 실시되는 사전투표 투표지의 안 후보, 김 후보 기표란에는 ‘사퇴’라는 글자가 표시된다. 사전투표지는 투표소 현장에서 직접 인쇄하기 때문에 후보자 사퇴 여부를 바로 표시할 수 있다. 반면 오는 9일 실시되는 본투표 투표지는 이미 지난달 28일 인쇄를 마친 터라 투표지에 사퇴 여부가 표시되지 않는다. 대신 전국 투표소에 별도의 안내문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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