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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아들 논문, 유학생 논문 번역·짜깁기 의혹…지도교수 10년간 공저 논문에 유일한 학부생

2022.04.17 18:25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 아들 정모씨가 제3저자로 참여한 전자공학회지 게재 논문(왼쪽)과 경북대 전자공학부 중국인 유학생 A씨의 석사 논문 비교. 각 논문 캡쳐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 아들 정모씨가 제3저자로 참여한 전자공학회지 게재 논문(왼쪽)과 경북대 전자공학부 중국인 유학생 A씨의 석사 논문 비교. 각 논문 캡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아들 정모씨(31)가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이 중국인 경북대 유학생 석사학위 논문을 번역해 ‘짜깁기’한 수준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국인 유학생의 지도교수는 경북대 전자공학과 박모 교수로 정씨가 참여한 논문의 공저자이기도 하다.

이 지도교수가 2007년부터 10년 동안 주요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30여편 중 학부생이 논문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례는 정 후보자 아들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씨는 2018년 경북대 의대 편입 특별전형에 응시하면서 본인이 공저자로 참여한 2건의 논문을 주요 경력·실적으로 제출해 합격했다.

17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정씨가 제3저자로 참여해 2016년 4월 대한전자공학회 전자공학회논문지에 실린 ‘사물인터넷 헬스케어 서비스를 위한 oneM2M기반 ISO/IEEE 11073 DIM 전송 구조 설계 및 구현’ 논문은 2015년 6월 제출된 경북대 전자공학부 중국인 유학생 A씨의 석사논문 ‘Design and Implementation of IEEE 11073 DIM/Service Model using CoAP for Internet of Things’의 상당 부분을 ‘번역’ 수준으로 옮겨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학회지에 실린 논문의 저자 목록에는 A씨가 누락된 데다, 석사학위 논문을 참고자료 출처로도 밝히지 않아 연구윤리 위반이라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북대 전자공학부 중국인 유학생 A씨의 석사 논문에 담긴 그림(위)과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 아들 정모씨가 제3저자로 참여한 전자공학회지 게재 논문에 포함된 그림 비교. 각 논문 캡쳐

경북대 전자공학부 중국인 유학생 A씨의 석사 논문에 담긴 그림(위)과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 아들 정모씨가 제3저자로 참여한 전자공학회지 게재 논문에 포함된 그림 비교. 각 논문 캡쳐

두 논문의 내용을 비교·분석해 보면, 전자공학회지 게재 논문에 쓰인 그림 8건과 표 7개가 A씨의 논문에 쓰인 그림과 표를 인용표시 없이 단순 번역·변형해 옮겨 놓은 것으로 확인된다. 본문 곳곳에서도 A씨 논문을 인용표시 없이 단순 번역해 짜깁기한 흔적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사물 인터넷(IoT)은 점점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IoT는 IoT 환경을 넘어 다양한 프로토콜, 도메인 및 어플레케이션들을 수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 시스템 및 서비스들과의 높은 수준의 연결성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서론의 첫 문단은 A씨 논문 속 ‘연구동기’ 부분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그대로 번역해 이어붙인 것으로 보인다.

정씨가 참여한 논문의 공동저자 목록에 A씨는 포함돼 있지 않다. 정씨가 제3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박 교수가 제4저자, 석사과정인 김모씨가 제1저자, 공학박사 천모씨가 제2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정씨는 편입학 제출 서류에 “선배들이 놀랄만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다”며 “당당히 연구에 참여해 연구자로 이름을 올렸다”고 적었다.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의 연구윤리 지침은 ‘타인의 미출판물에 포함된 핵심 아이디어나 문장, 표, 그림 등을 적절한 출처 표시 없이 사용한 경우’와 ‘타인의 저작물을 번역하여 활용하면서 출처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 등을 표절로 규정하고 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대강당에서 최근 제기된 자녀 관련 의혹 등에 대한 설명에 앞서 안경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대강당에서 최근 제기된 자녀 관련 의혹 등에 대한 설명에 앞서 안경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정 후보자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아들의 논문 실적 특혜 의혹에 대해 “아들이 논문작성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지도교수와 진로상담을 하던 중 U-헬스케어 분야에 평소 관심이 많아 논문작성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던 것이었다”며 “이에 교수가 전공 소양과 외국어 실력 등을 판단해 논문작성에 참여시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논문작성을 위해 주로 필요한 자료의 검색과 외국자료 번역과 편집을 담당하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제3, 제4 공저자로 등재됐다”며 “공과대학에서는 학부생이 논문에 참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이런 사례가 유일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경북대 홈페이지 연구업적 조회, 국내 학술논문 플랫폼 ‘디비피아(DBpia)’ 등을 통해 박 교수가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국내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35건을 확인한 결과, 학부생이 논문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례는 정씨가 유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대 의대 편입학 제출 서류에 포함시킨 대한전자공학회 전자공학회지 논문 2편을 제외한 나머지 33건은 박사 또는 박사과정, 최소 석사과정생이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정씨의 논문 실적과 연구원 경력은 경북대 의대 편입 1단계 및 최종 평가에 모두 포함되는 ‘서류평가’에서 주요하게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편입 요강을 보면 서류전형 평가 항목에 ‘교육과정 이외에 교육, 연구 등에 대한 활동’이 포함됐다. 정씨는 전자공학회지 논문 2편 경력이 반영된 경북대 의대 학사 편입학 ‘서류평가’에서 183점을 받아 특별전형 합격자 17명 가운데 6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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