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증거 수집한다며 알몸 촬영...성노동자는 인권도 없나요”

2022.07.12 14:17 입력 2022.07.12 14:47 수정

지난 3월 경찰단속팀 촬영물

팀원들 모인 메신저에도 공유

법조계 “최소침해 원칙 위반”

시민단체, 인권위 진정서 제출

“자백 강요 위한 그릇된 관행”

지난 3월 남성 경찰관 3명이 휴대전화 카메라를 켠 채 서울의 한 성매매 현장에 들이닥쳤다. 당시 성매매 여성 A씨는 웃옷을 벗은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경찰은 그 모습을 3회 연속 촬영했다. 경찰관들은 A씨에게 “다 찍혔으니까 빨리 (진술서) 쓰고 끝내자”고 했다. 이후 촬영물은 경찰 합동단속팀 팀원들이 한데 모인 인터넷 메신저상에 공유됐다.

이런 일은 경찰의 성매매 단속 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경찰은 “증거 수집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헌법이 정한 최소침해의 원칙(행정집행 과정에서 집행 대상에게 최소한의 부담을 줘야 한다는 원칙)을 위반하는 행위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성노동자해방운동)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1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인권적이고 위법한 성매매 여성 알몸촬영 수사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성매매 단속·수사시 성매매 여성 촬영 중단과 인권 보호 가이드라인 마련, 촬영물 보관·관리 책임자 징계 등의 요구사안이 담긴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관계자들이 1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경찰의 성매매 여성 알몸촬영, 위법한 채증과 수사관행 규탄!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관계자들이 1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경찰의 성매매 여성 알몸촬영, 위법한 채증과 수사관행 규탄! 국가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A씨는 “몸을 찍고 상처주는 말을 하는 게 수사 과정에 꼭 필요한 것이냐.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며 “제가 성노동자라고 하더라도 인권 유린을 감내해야 할 이유는 없다.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인권과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성명문에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알몸 촬영은 자백 강요나 수사 편의를 위한 것으로 위법한 강제 수사”라며 “최소침해의 원칙을 위반해 성매매 여성의 인격권과 성적 자기결정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공권력 행사”라고 비판했다.

A씨의 변호를 맡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김지혜 변호사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알몸을 촬영하는 행위는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이 규정하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경찰이 성매매 여성의 알몸을 가릴 수 있도록 조치한 후 현장 사진을 촬영하는 방법 등 인권을 덜 침해하는 방법이 있다”며 “알몸을 가릴 시간을 준다고 해서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의 채증자료 보관·관리 규정이 허술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성노동자해방행동 활동가 여름(활동명)은 지난 1월 경기지방경찰청 성매매 단속 현장 영상이 담긴 방송 보도 등을 예로 들며 “불법 촬영 영상이 누구에게 공유되고, 언제 폐기되는지, 어디에 공개되는지 당사자는 전혀 알 수 없다”고 했다.

주최 측이 인권위에 낸 진정서에는 수사기관의 성매매 여성 알몸 촬영물 영구 삭제, 촬영물의 온라인상 유통·저장 경로 파악 등 위법성 조사를 촉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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