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 KIC, 무기·지뢰 생산기업들에 5736억원 투자

2022.10.18 21:33 입력 2022.10.18 21:34 수정

장혜영 의원실, 확인 결과

무기류·인권 침해 등 이유로

외국투자기관들은 투자 배제

공사 측 “기준에 맞아 투자”

한국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대량살상 무기 제조기업에 57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는 해당 기업들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포함 여부 등을 보는 공사의 투자 기준에 맞아 투자했다는 입장인데, 투자금이 대량살상 무기를 생산하는 데 쓰일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기 제조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원천 배제하는 유럽계 국부펀드와 대비된다.

18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한국투자공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지난 8월 기준 공사는 핵무기·집속탄·대인지뢰 등을 생산하는 기업들에 총 4억108만달러(5736억원)를 투자했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핵무기 생산업체에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됐다. 핵무기 생산업체인 허니웰 인터내셔널과 노스럽 그러먼에 각각 1억1073만달러(1582억원)와 9661만달러(1382억원)가 들어갔다. 이어 핵무기·집속탄·대인지뢰를 생산하는 록히드 마틴에 8480만달러(1213억원), 핵무기 생산업체 보잉 컴퍼니와 제너럴 다이내믹스에 각각 6744만달러(964억원)와 2710만달러(387억원), 집속탄 생산업체 텍스트론에 509만달러(72억원), 핵무기 생산업체 제이콥 엔지니어링에 467만달러(66억원), 핵무기 생산업체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즈에 464만달러(66억원)를 투자했다.

한국투자공사 돈이 유입된 업체들은 해외 투자기관들이 ‘책임 투자’ 기조에 따라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지난해 1월 대신경제연구소가 펴낸 ‘책임투자와 투자제한 동향으로부터의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유럽 최대 규모인 노르웨이 국부펀드 GPFG와 스웨덴 연기금 AP7, 네덜란드 공적연금 APG&ABP, 영국 AVIVA Group 등은 무기 제조기업인 텍스트론·록히드 마틴·노스럽 그러먼, 핵무기 생산업체 보잉 컴퍼니·허니웰 인터내셔널 등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스웨덴 AP7의 경우 2020년 기준 총 74개 기업을 투자에서 배제했는데, 배제 사유는 핵무기 생산, 집속탄 생산, 대마초 생산 및 판매, 기후변화, 인권침해, 노동권 위반, 환경법 위반 등이었다. 노르웨이 GPFG의 투자 배제 리스트에 오른 기업들 역시 석탄 활용, 핵무기 제조, 담배 생산 등 환경 유해성과 관련이 있다. 보고서를 발간한 연구진은 “무기류는 해외 주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다수가 투자 배제 기준으로 채택했다”고 분석했다.

장 의원은 한국투자공사도 한국 정부가 비준한 국제협약에 따라 핵무기 등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는 게 원칙이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공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들과 동일한 수준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공사 주식 투자 운용 기준인 MSCI 지수에 포함돼 투자 (운용)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무기와 관련해서는 대량살상 무기와 달리 핵연료 발전 기술 등 다양한 정의가 있어 논쟁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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