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두목이 ‘돈세탁용’ 대포통장 알선···보이스피싱 총책 등 무더기 검거

2022.12.01 15:23 입력 2022.12.01 15:55 수정

정부 보이스피싱 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은 1일 지난해 7월부터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을 수사해 조직 총책 등 30여명을 검거했다. 사진은 범죄에 사용된 대포통장들. /유경선 기자

정부 보이스피싱 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은 1일 지난해 7월부터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을 수사해 조직 총책 등 30여명을 검거했다. 사진은 범죄에 사용된 대포통장들. /유경선 기자

암호화폐를 이용해 돈을 세탁하고 대포통장을 만드는 데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보이스피싱 조직이 덜미를 잡혔다.

정부 보이스피싱 범죄 합동수사단은 1일 서울동부지검에서 브리핑을 갖고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등 30명을 입건해 20명을 기소(8명을 구속·12명을 불구속)했다고 밝혔다. 구속기소된 사범들 중에는 부산 지역 조폭 ‘동방파’ 우두머리도 있다. 김호삼 합수단장은 “출범 이후 첫 주요 사건”이라고 했다.

수사의 시작점은 평범해 보이는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사건이었다. 이 현금수거책이 중국 콜센터로부터 직접 ‘오더’를 받는 정황을 파악한 합수단은 통화내역을 포렌식하는 등 수사망을 넓힌 끝에 국내외 중국 총책, 대포통장 유통 총책 등을 입건했다.

중국 총책 A씨(35)·B씨(37)와 국내 총책 C씨(39)는 2013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거나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여 23명의 피해자들로부터 9억5000만원을 뜯어낸 혐의(사기)를 받는다. C씨는 1차 현금수거책으로부터 돈을 받은 뒤 현금수거책이 경찰에 붙잡힌 것처럼 중국 총책을 속여 범죄 수익을 독차지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단은 중국 국적 A씨와 B씨에 대해 중국 사법당국에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한 상태다.

보이스피싱에 쓰인 대포통장은 조폭 ‘동방파’ 두목 D씨(54)가 알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포통장 유통총책 E씨(51)와 F씨(41), 대포통장 명의 제공자 G씨(62)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통장 18개를 제공해 8명의 피해자들로부터 4억원을 갈취하게 도운 혐의(사기방조 등)를 받는다.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 김호삼 단장이 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열린 조직폭력배ㆍ마약사범이 낀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 적발 브리핑에서 범죄 사실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 김호삼 단장이 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열린 조직폭력배ㆍ마약사범이 낀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 적발 브리핑에서 범죄 사실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존 보이스피싱 수사에서는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대포통장을 수 차례 거쳐 세탁될 경우 법원에서 계좌추적 영장을 건건이 발급받아 돈의 흐름을 살펴야 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피의자들은 건당 5~6개의 대포통장을 만들어 돈을 세탁했다. 합수단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자신이 돈을 입금한 은행에 ‘지급정지’를 신청한 경우, 이 돈이 최종적으로 도착한 은행에 이전 이체 내역 자료가 모두 있다는 데 착안했다. 계좌추적 영장을 한 차례만 발부받아도 지급정지 자료를 활용하면 돈 세탁에 활용된 모든 계좌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합수단은 “향후에도 계좌 지급정지 자료를 활용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합수단은 이들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활용해 범죄수익을 세탁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들은 가족을 사칭해 돈을 요구하는 방법 등으로 피해자 휴대전화에 원격조종이 가능한 악성 앱(애플리케이션)을 심었다. 피해자 계좌에서 돈을 빼낸 뒤에는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코인으로 바꿔 중국의 ‘본진’으로 보냈다. 합수단 소속 전수진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는 “바이낸스에 공문을 보내 전자지갑 주소를 제공받아 피의자들을 특정했다”고 했다.

합수단은 C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마약사범 5명도 검거했다. C씨는 수사관들이 찾아가자 화재 비상대피로를 이용해 달아났지만 폐쇄회로(CC)TV에 도주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2시간 만에 붙잡혔다.

지난 7월29일 출범한 합수단은 검찰·경찰과 금융감독원·국세청·관세청·방송통신위원회 인력 50여명으로 구성됐다. 김 단장은 “합수단 출범 이후 현재까지 93명을 입건하고 20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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