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동물병원 응급중환자실 나흘간의 풍경
백구의 엉덩이와 발이 설사가 묻어 누렇게 변했다. 열네 살 푸들인 백구는 제대로 먹지 못하고 설사를 계속했다. 듬성듬성 빠진 털 사이로 검은 반점이 핀 맨살이 보였다. 정준용·최우진 수의사가 체온·혈압·혈당 등을 검사하고, 개수대로 데려가 엉덩이와 발을 꼼꼼히 닦아줬다. 털이 다 빠진 짧은 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지난달 19일 오전 건국대 부속 동물병원 응급중환자실(ICU실)에서 만난 백구는 전달 말부터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백구는 췌장염, 급성신부전, 쿠싱증후군(부신피질기능항진증), 당뇨 등을 앓았다. 소형견 나이 열네 살은 사람으로 따지면 70~80대 노인이다.
ICU실에는 인퓨전펌프에서 나는 띵똥띵똥 소리가 계속 울렸다. 백구가 맞는 수액을 조절하기 위한 장치다. 체구가 작은 동물은 주입되는 수액 양이 조금만 많아져도 위험할 수 있어 주입 속도를 정밀하게 조절해야 한다.
백구의 다리 털은 짧게 깎여 있었다. 주사기로 피를 뽑거나, 수액이 들어가는 ‘정맥주사(IV) 라인’을 확보해놓기 위해서다. 주사를 놓은 뒤엔 꼼꼼히 지혈하지만,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다리에 멍 자국이 늘었다.
오전 조치를 마친 뒤 백구는 수의사 품에 안겨 초음파실로 이동했다. 장기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기기 앞에 백구를 눕힌 뒤 수의사 둘이 다리를 잡았다. 영상의학과 수의사가 초음파 진단용 장비 ‘프로브’를 백구의 배에 가져다 댔다. 백구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익숙한 것인지, 자포자기한 것인지, 아니면 무서워할 기운조차 없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지난달 19~22일 나흘간 건국대 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학과를 찾아가 진료받으러 오는 반려동물들을 만나봤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문화가 대중화된 지 10년이 훌쩍 넘어가면서 늙고 병들어 병원을 찾는 반려동물도 그만큼 많아졌다. 나이가 들면 병원을 찾는 건 동물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지만, 보호자들은 언제나 아기 같은 반려동물이 노쇠해가는 모습에 당황스러워했다.
건국대 동물병원 응급중환자의학과는 일반 대학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합쳐놓은 역할을 한다. 건국대에선 2016년 한현정 교수가 임용되면서 정식 과로 개설됐다. 소속 수의사는 한 교수 외에도 모두 8명이 있다. 백구는 응급중환자의학과의 중환자였다.
백구가 지금의 가족들을 만난 건 2008년 11월3일이다. 김수열씨(56)는 당시 중학교 1학년에 진학한 아들이 반려견을 키우고 싶다고 계속 졸라 겨우 허락을 해줬다. 아들과 알음알음 찾아간 입양처에는 하얀 푸들 다섯 마리가 있었다. 1개월이 채 안 된 새끼였다.
“네가 골라보렴.” 어머니의 말에 10여분을 가만히 바라보다 아들이 택한 게 백구였다. 수열씨의 아들은 그 모습이 아직 생생했다. “백구가 그중에 가장 뚱뚱했어요. 다른 애들 간식도 뺏어 먹었는데, 왠지 모르게 막연하게 좋더라고요.”
백구는 엄마 수열씨에게도 소중한 가족이 됐다. 힘들 때 언제나 옆을 지켜주는 또 하나의 ‘아들’이었다. 수열씨가 힘들고 우울해 보이면 옆에 와 앉거나 가슴에 폭 안겼다. 백구의 애교는 상처를 치유해주고 기력을 복돋아줬다. 백구는 수열씨의 막내로 자라왔다.
건국대 동물병원엔 백구처럼 한 집안의 막내로 길러진 반려동물들이 모인다. 칭얼거리는 환자와 귀엽다며 달래주는 수의사를 보면 동물병원은 소아과를 연상케 했다. 실제 소아과에서 쓰는 의료기구들도 많다. 환자들은 대체로 반려견이다. 고양이들은 뜸했다. 반려묘 보호자들이 고양이 전문병원을 선호하고, 고양이들이 자신의 아픔을 감추려는 본성이 있어 보호자가 질병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아서다.
동물병원에 아픈 동물만 있는 건 아니었다. 지난달 19일 오후 건국대 동물병원 부설 KU아임도그너 헌혈센터(반려동물 헌혈센터)에 건장한 체격의 네 살배기 시베리안 허스키 성섭이가 왔다. 보호자 김보경씨(38)는 성섭이와 산책을 하다 급하게 수혈이 필요한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김포에서 1시간 넘게 차로 달려왔다.
이번이 성섭이의 두 번째 헌혈이다. 보경씨는 매년 크리스마스에 성섭이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헌혈할 계획이라고 했다. “성섭이가 다른 반려견들을 도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생기는 것이잖아요. 피는 새로 생기고, 헌혈을 하면 피검사도 받을 수 있어요.”
반려동물 헌혈센터에선 건강한 25㎏ 이상 몸무게의 대형견 헌혈만 받고 있다. 성섭이는 긴장했는지 몇 번 방귀를 뀌고, 늑대처럼 길게 ‘하울링’했다. 하지만 헌혈을 마치고 보경씨에게 가자 언제 무서웠냐는 듯 꼬리를 흔들었다. 7분 동안 뽑은 피가 320㎖였다. 성섭이의 피도 사람처럼 붉고 진했다.
네가 없는 집을 상상할 수 있을까
“오늘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달 15일 오후 8시 무렵 건국대 동물병원에 도착한 백구의 몸 상태는 심각했다. 염증반응도를 나타내는 CRP수치가 9.5㎎/㎗로 높아졌다. 0.5~1.0㎎/㎗를 정상으로 본다. 혈압은 수축기 기준 80㎜Hg가 나왔다. 정상치가 120~140㎜Hg이니 심각한 저혈압이다.
백구는 지난해 11월26일 심장에서 잡음이 들린다는 지역동물병원의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 이후 호전돼 지난달 9일 퇴원했다. 그런데 며칠 후 식욕과 기력을 잃어 다시 이곳에 오게 됐다.
수열씨 아들이 검진 결과를 기다리느라 병원 주차장에서 밤을 지새웠다. 밤새 치료가 이어져 백구의 상태가 호전됐다. 다음날 오전 입원 수속을 마치고 귀가할 수 있었다. 백구는 치료가 계속되면서 기력을 조금씩 되찾아갔다.
어느 날 아들이 수열씨에게 말했다. “백구가 없으면 집에 들어가질 못할 것 같아.” 그에게 백구는 특별한 존재다. 동물병원에서 만난 수열씨의 아들은 말했다. “인생에서 백구랑 함께 보낸 시간이 백구 없이 지낸 시간보다 더 길어요.”
지난달 20일 오전 응급중환자의학과는 비교적 한가했다. 8개의 입원장은 백구가 쓰던 7번을 빼면 모두 비어 있었다. 주치의인 곽소연 수의사가 백구를 데리고 동물병원 밖으로 잠시 나왔다. 실외배변을 시키기 위해서다. 이날 평균기온은 영하 3도였다. 백구는 벌벌 떨면서도 신난 듯 총총 걸었다. 곽 수의사는 “아픈 반려견들도 활력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산책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점심 무렵 응급중환자의학과가 분주해졌다. 갑자기 뒷다리를 쓰지 못하는 ‘후지마비’ 환자가 오기로 했다. 추간판탈출증(IVDD), 즉 ‘디스크’가 터진 환자일 가능성이 있었다. 활발한 소형견들은 위아래로 뛰어내리는 동작을 많이 하다 보면 갑자기 디스크가 터지는 경우가 적지 않게 생긴다.
응급환자는 갈색 털을 한 일곱 살 푸들 로이였다. 로이는 뒷다리에 조금 힘을 줘 버티고 서 있다가도 이내 힘을 잃고 몸을 휘청했다. 생식기에서 소변이 새어나왔다. 주치의 정석환 수의사가 다른 수의사들과 정형·신경 검사를 실시했다. 급하게 혈액검사도 진행했다.
보호자 장근수씨(51)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로이는 며칠 전부터 갑자기 배뇨 실수를 하더니 뒷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했다고 했다.
“아파하는데 말도 못하니 더 안타까워요. 이렇게 큰 동물병원에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다른 검사에선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추간판탈출증으로 추정됐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야 한다. 촬영 중 움직여선 안 되기 때문에 동물은 MRI 촬영을 하려면 마취를 해야 한다. 마취는 각종 신체 기능을 억제하므로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그래서 수술 등 긴급한 조치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MRI 촬영을 한다. 로이가 수술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수의사들은 마취를 위한 프로포폴, 벤틸레이터(인공호흡기), 심장 박동이나 산소포화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장비 등을 준비했다. 마취가 시작되자 로이는 이내 동공이 풀렸다. 호흡을 유지하기 위해 수의사들이 신속하게 후두경을 입안에 넣은 뒤 기관 튜브를 삽관했다. 마취 중 체온 유지를 위해 핫팩을 깔고 두꺼운 담요를 덮어줬다.
MRI 촬영 결과, 로이의 4·5번 요추에서 터진 디스크가 보였다. 디스크는 척수신경을 압박하고 있었다. 뒷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한 이유다. 이 압박률이 30~50%이면 수술을 권하는데, 로이는 80%로 추정됐다. 한현정 교수가 ICU실로 와 로이의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한 뒤 보호자와 상담했다. 응급수술이 필요했다. 시간은 오후 7시였다.
가족 돌봄에 ‘정답’ 있는 건 아니다
수술이 결정되고 응급중환자의학과가 다시 분주해졌다. 수술은 오후 11시는 돼야 끝날 것 같았다. 오전까지 예정에 없던 일인데, 수의사들은 예정된 일인 것처럼 재빨리 수술 준비를 했다.
로이는 수술하게 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짖었다. “애기 먼저 들어갈게요.” 김효주 수의사가 로이를 안고 먼저 수술실로 가 다시 마취 준비를 했다.
수술대 위에서 조명이 내리비쳤다. 멸균 상태의 수술 용품이 준비됐다. 응급중환자의학과 수의사가 모두 수술실로 들어왔다. 한 교수가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손을 꼼꼼히 씻은 뒤 수술실로 들어왔다.
한 교수가 능숙하게 수술용 메스(칼)로 마취된 로이의 허리 측면을 약 10㎝ 절개했다. 절개 부위를 겔피 등 수술도구로 벌려둔 뒤 터진 디스크 부위를 찾아나갔다. 순두부 알갱이처럼 터져나온 디스크가 보였다. 이를 모두 제거하고 재빨리 봉합을 마쳤다. 수술은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ICU실로 돌아온 로이는 조금씩 마취가 깨면서 흐느꼈다. 마약성 진통제가 투입됐다. 한 교수에게 수술 경과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근수씨가 작은아들과 면회를 왔다. 작은아들은 로이가 좋아하는 작은 공을 가지고 왔다. 늘 발랄하던 로이가 흐느끼는 모습이 낯설었다.
로이의 수술 준비가 이뤄지는 동안 백구는 퇴원했다.
백구가 퇴원을 할 정도로 회복된 건 아니었다. 수열씨가 퇴원을 결정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단 비용 부담이 너무 컸다. 각종 질병을 앓는 백구는 종합적인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수열씨는 백구의 하루 입원비가 100만원가량 된다고 했다.
동물병원 진료비 부담이 큰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한 마리만 진료해도 수의사 여러 명이 필요하고,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보험 시스템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나온다. 무엇보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말할 수 없는 동물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큰 비용이 드는 혈액검사나 다양한 영상 촬영을 해야 한다.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치료하기 위해 보호자들은 이런 비용을 감수한다. 모든 보호자가 여유롭게 치료비를 댈 수 있는 건 아니다. 반려동물이 늙고 병들었을 때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치료를 망설이게 되는 건 괴로운 일이다.
수열씨는 백구를 치료하기 위해 1000만원을 대출받았다. 회사원인 아들은 어머니에게 ‘투잡이라도 뛰어 병원비 부담을 함께 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적금을 들어 미리 준비해야 해요.” 수열씨가 말했다.
그런 수열씨가 퇴원을 결정한 더 큰 이유는 백구에게 시간이 얼마 남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개와 사람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이미 열네 살인 백구에게 입원해 지내는 하루 이틀은 굉장히 길고 고단한 시간이다. 보호자 없는 낯선 곳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김주윤 응급중환자의학과 진료팀장은 “아픈 반려동물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건 가족이기 때문이다. 가족을 돌보는 데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어떻게 돌보는 것이 아픈 반려동물에게 가장 좋을지는 보호자가 최종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아픔도, 죽음도 함께하는 반려
“아들~ 엄마 왔어. 많이 아팠지.”
지난달 22일 오후 로이는 ‘엄마’가 면회를 오자 ‘이 사람들이 날 아프게 했어요’ 하고 이르는 것처럼 울었다. 로이는 수술 후 뒷다리에 힘을 주고 서 있는 기립운동도 하고, 수의사들이 주는 사료도 잘 받아먹으면서 회복하고 있었다. 로이는 면회 동안 엄마 품에 안겨 울지 않았다.
장근수씨는 면회하는 내내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요 며칠 “집이 절간처럼 조용해졌다”고 했다. 로이는 지난달 24일 퇴원했고, 집에서 회복 상태를 지켜본 뒤 다시 검진을 받기로 했다.
퇴원한 백구도 지난달 29일 오후 다시 동물병원을 찾았다.
몸 상태를 확인하고 처방한 약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집에서 회복 중인 백구를 위해 수열씨는 한 달에 15만원 하는 ‘산소방’도 빌려뒀다. 산소 농도를 높여 회복에 도움을 주는 장치다.
백구는 퇴원 후 더 편안해 보였지만 식욕은 여전히 없었다. 이날 백구의 몸무게는 4.8㎏이었다. 백구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6㎏이었고, 퇴원 후 다시 입원했을 때가 5.5㎏이었다. 액체형 처방 사료를 준비해뒀지만, 잘 먹지 않았다.
혈액검사 결과 염증수치는 낮아졌지만 혈당이 너무 높았다. 췌장 상태가 좋지 않아 혈당 조절이 잘 안됐다. 이날 측정한 첫 혈당은 667㎎/㎗였다. 당뇨병 진단 기준이 180㎎/㎗이다.
수의사들이 인슐린을 주입하고 혈당을 계속 측정했다. 혈당은 늦은 오후가 돼도 쉽게 내려가지 않았다. 수치만 보면 백구는 다시 입원해야 하는 상태다. 입원하지 않으면 사실상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다. 입원하면 백구는 가족과 떨어져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 백구에게 무엇이 좋을지 선택하기 쉽지 않았다.
입원하는 대신 백구의 몸에 연속혈당측정기를 달기로 했다. 몸에 장착해 스마트폰과 연동하면 자동으로 혈당을 측정해주는 장치다. 수의사들이 이 수치를 계속 확인할 수 있다.
백구의 몸 상태가 안 좋아질수록 걱정은 더 커졌다. 수열씨는 몇 해 전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두 번 떠나보냈다. 오래전 백구를 입양한 직후 “백구가 외로울 것 같다”는 아들의 말에 데려온 푸들 두 마리였다.
아홉 살이던 짱구는 2018년 방광암 진단을 받고 제대로 치료받을 새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 써니는 얼굴에 생긴 지방종이 악성이었는지 온 집 안에 피를 토하며 괴로워했다. 그 모습을 보고 수열씨는 아들과 많은 고민 끝에 2020년 안락사를 결정했다.
써니의 모습이 가끔 꿈에 나온다. 수열씨의 아들은 안락사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했다. 편히 보내주려고 택한 안락사였는데, 고통을 주는 석시콜린이라는 약물이 사용됐고, 마취·근육이완 등 제대로 된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래서 미안함이 더 남았다.
자연사이든 안락사이든 반려동물의 죽음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수열씨의 아들은 어떤 방식이든 가족이 된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를 가거나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반려동물을 안락사시키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
두 번의 이별을 하고, 이제 백구가 나이가 들어 아픈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수열씨는 짱구와 써니를 제대로 치료해주지 못한 것 같아 백구에게 더 정성을 쏟았다.
수열씨는 아직 믿기지 않는다. “입양하고 한 번도 백구가 아프거나 늙거나 죽을 거라는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아요.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들 누구도 처음엔 그런 생각 못할 거예요. 짱구랑 써니가 먼저 떠났는데도 믿어지지 않아요.”
짱구와 써니를 보낸 뒤 수열씨는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 지금도 백구의 아픈 모습을 보는 것이 무섭기만 하다.
수열씨는 이날 백구가 수액을 맞고 퇴원할 때까지 기다리다 함께 늦은 귀가를 했다. “늙고 병들어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함께 있어줘야죠.” 수열씨는 아들과 마음을 다잡는다. 백구는 언제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가족이니까.
구경민·김지환·노도현·성동훈·이준헌·장용석·전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