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문 하나 고치려다…꼬리에 꼬리를 무는 집수리 굴레

2023.11.17 16:13 입력 2023.11.17 19:05 수정
성우제

성우제의 ‘경계인’

지하실 공사 전(왼쪽 사진)과 후. 물이 찬 것을 발견한 다음 짐을 모두 빼고, 마루 뜯어내고, 말리고, 공사를 하는 데 꼬박 3주가 걸렸다. 1958년에 지은 오래된 집이어서 미리미리 점검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문제가 터져나올지 모른다.

지하실 공사 전(왼쪽 사진)과 후. 물이 찬 것을 발견한 다음 짐을 모두 빼고, 마루 뜯어내고, 말리고, 공사를 하는 데 꼬박 3주가 걸렸다. 1958년에 지은 오래된 집이어서 미리미리 점검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문제가 터져나올지 모른다.

토론토의 자동차 도둑에 관한 글(10월20일자 ‘차 한 잔 하는 동안 차 한 대 도난…눈 뜨고 코 베이는 캐나다 운전자’)을 게재한 이후, 토론토에서는 두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하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이제서야’ 깨달은 경찰이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대대적으로 자동차 도둑 단속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도둑들이 선호하는 차량을 가진 나에게는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하는 소식이었다.

두 번째는 이런 가느다란 기대마저도 무참하게 밟아버리는 뉴스였다. 경찰이야 어쩌거나 말거나 자동차 도둑들은 여전하고 그 수법은 더욱 대담해졌다. 집 안에 있는 자동차 스마트키를 바깥에서 연결해 시동을 걸고 훔쳐가는 것을 넘어, 이제는 아예 심야에 집 안으로 몰래 들어가 자동차 열쇠를 훔치는 사건까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이 뉴스를 신문에서 접한 직후, 내 지인의 친구 한 사람이 이런 일을 겪었다고 전해 들었다. 이쯤 되면 캐나다 동부에서는 자동차 도둑 떼가 창궐하고 있다 해도 무방하다. 요즘 들어 국내 뉴스 가운데 자동차 도둑에 관한 것보다 자주 들은 뉴스도 없다.

경찰이 뛴다면(그런다고 보기도 어렵지만) 도둑은 거침없이 나는 형국이니 도둑의 표적 자동차를 보유한 운전자들로서는 개인적으로 무슨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다리 뻗고 잠을 잘 수가 없다. 30년 훨씬 넘게 운전해온 나로서는 한국에서도 캐나다에서도 난생처음 겪는 아주 황당한 상황이다. 살면서 도둑을 맞을까 봐 이렇게까지 신경을 곤두세운 적이 없다.

2년여 전 나는 자동차를 구입하자마자 운전대 잠금장치를 일부러 설치했다. 자동차 도둑이 있기는 했으나 당시만 해도 도둑 떼가 극성을 부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올해 들어 도둑들이 굵은 쇠몽둥이나 다름없는 운전대 잠금장치를 쉽게 자른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전동 쇠톱으로 자르는 시간이 불과 2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운전대 잠금장치를 설치했는데도 콘도(한국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나 코스트코 같은 대형 슈퍼마켓 주차장에서도 도난당했다고 하니, 잠금장치만 믿고 안심했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말하자면 자동차 도난 안전지대는 없고 방지할 방법도 없다.

65년된 낡은 주택 차고 문 삐거덕
인건비 높아 윤활제로 해결했지만
얼마 전부턴 ‘리모트키’ 오작동
결국엔 전문가 불러 교체하기로

나쁜 일 한꺼번에 닥친다 했던가
고치는 와중에 지하실 누수 발견
썩은 벽과 삭은 빗물받이도 확인
공사 확대로 초기 견적 몇 배 들어

푸른 잔디마당 집 근사해 보이지만
속내 들여다보면 고칠 곳 수두룩
사람도 집도 작은 문제 방치 말고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교훈을

주택에 사는 사람으로서 그나마 할 수 있는 방법은 매일 차고에 자동차를 넣는 것이다. 집에 침입하는 도둑까지 생겨났으니 이 방법도 100% 방지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둑들의 눈에 띄지 않는 것만으로도 일단 타깃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동차를 새로 구입한 이후 내가 차고에 자동차를 넣지 않은 날은 거의 없었다. 자동차 회사들도 도둑들이 절대 열 수 없는 잠금장치를 개발하겠다는 말 대신 “운전대 잠금장치를 하고 차고에 넣으라”는 무책임한 말만 했다. 나는 이 말을 내 차를 판매한 딜러한테서 직접 들었다.

좁은 차고에 매일 자동차를 넣고 빼는 것은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주택에 딸린 차고는 한겨울 강추위나 눈으로부터 자동차를 보호하는 용도로만 사용될 뿐이다. 차고라고 하지만 자동차를 위한 용도로는 1년에 3~4개월 쓸까 말까 할 정도였다. 평소에는 많은 이들이 차고를 창고로 사용한다.

그랬던 차고를 매일 여닫게 되면서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주택에 살기 시작한 이후 15년 넘게 고장이라고는 없던 차고의 문이 얼마 전부터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최근 2년 동안, 그 이전 기간보다 문을 더 자주 개폐했으니 문제가 생겨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차고 문의 ‘자동 오프너’가 뻑뻑해진 정도는 세정제나 윤활제로 해결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오프너의 리모트키가 작동하다 말다 했다. 고물에 가까워진 것을 너무 자주 사용하다 보니 문제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리모트키가 고장 나면 차고에 있는 자동차를 꺼내지 못한다. 요즘의 차고 오프너는 ‘도어록’처럼 바깥에서 번호판 열쇠로도 열 수 있지만 우리 집의 오프너는 고물이라 그런 장치도 없다.

부품을 찾을 수 없으니 고장 난 리모트키를 수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체할 리모트키는 당연히 없다. 오프너의 리모트키가 고장 나면 차고 문을 부수는 수밖에 없다. 작은 리모트키 때문에 멀쩡한 오프너 전체를 교체하는 것이 아깝기는 해도 문 자체를 부수는 것보다야 훨씬 낫다. 오래된 주택에서 고물을 끼고 살다 보면 이런 일은 당연히 자주 겪게 된다.

1958년 지은 집에 살면서 보니 집도 사람의 일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 지나면(나이를 먹으면) 예기치 않게 문제가 자꾸 생겨난다. 문제의 소지를 찾아 미리 차단하지 않거나, 작은 문제가 보일 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이를테면 차고의 오프너를 교체하는 간단한 일을 하지 않았다가는 차고 문을 부숴야 하는 일이 생겨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단 집에 문제가 생기면 나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지부터 가늠해본다. 인건비가 높다 보니 웬만한 고장은 전문가를 부르지 않고 직접 고치는 편이다. 차고 문 오프너도 기기를 구입해 직접 설치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유튜브에는 설치 동영상이 차고 넘친다. 그러나 나는 이번 일만큼은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전문가에게 맡겼다. 직접 설치하다가 스프링이 튀는 바람에 팔을 크게 다친 가까운 지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차고 문 오프너는 2006년 이사온 이후 처음 교체하는 것이니, 비용 때문에 그리 억울해할 일은 아니다. 공임을 포함해 450캐나다달러(약 43만원)쯤 들었다. 그런데 그것을 교체하는 사이에 ‘나쁜 일은 한꺼번에 닥친다’는 속담이 떠오를 만큼 다른 문제들이 잇달아 터져 나왔다.

사람을 불러 차고 오프너를 바꾸는 와중에 집의 지하실 바닥에 물이 찼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룻바닥을 밟을 때마다 틈새로 물이 찔끔찔끔 올라왔다. 나로서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주택에 사는 사람들로부터 “지하에 물이 찼다” “골치 아픈 일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은 있었다(골치 아프다는 것에는 보험 처리가 안 된다는 이유도 들어 있다). 아무리 ‘맥가이버’ 흉내를 낸다 한들 어찌할 방법이 없는 문제였다. 전문가를 불러 진단하게 하고, 견적을 받고, 공사를 할 수밖에 없다.

지하 바닥의 마루를 다 들어내고 물에 젖은 벽의 아랫부분을 뜯어낸 다음에야 침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집의 외벽에 달린 수도꼭지에서 물이 조금씩 흘러나왔는데, 오랜 시간 방치하다 보니 그 물이 벽을 타고 집 안으로 흘러들어온 것이다. 컨트랙터는 “이 정도로 물이 나오면 일주일 만에 수영장도 채울 수 있는 양”이라고 했다. 진작에 발견하고 조처했어야 할 일을 모르고 방치했다가 문제를 크게 키웠다.

문제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지하 사방의 벽을 뜯고 보니, 물이 들어온 쪽의 벽은 양호한 편이었다. 다른 한쪽 벽의 안쪽은 아예 썩어 있었다. 이것 또한 작은 문제를 크게 키운 전형적인 경우였다.

지붕 한쪽의 빗물받이가 조금 내려앉아서 10여년 전부터 비만 오면 배출구로 흘러가야 할 빗물이 처마 아래로 흘러넘쳤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빗물받이에 쌓인 낙엽 같은 이물질을 1년에 한두 번씩은 긁어냈으니 큰 문제야 생기겠나 싶었다. 지레짐작이 늘 문제이다. 딱히 심각한 일도 없고 귀찮기도 하고 비용도 걱정되어, 하루하루 그냥 넘긴 것이 화근이었다.

물받이를 넘어 처마 밑으로 흘러내린 빗물이 집 한쪽 지하 벽면을 자주 적신 모양이다. 겉으로는 멀쩡했으나, 벽을 열고 보니 그 속이 만신창이였다. 얼마나 썩었던지, 이렇게라도 발견한 것이 다행스러울 정도였다. 지하실의 꿉꿉한 냄새와 습기의 정체를 알게 되었으니 ‘정신승리’ 같지만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했다.

지하 바닥 공사와 벽 공사에 이어, 문제가 된 쪽의 빗물받이 공사까지 해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또 드러났다. “상태를 보니 빗물받이가 30년도 더 된 것 같다. 빗물이 새고 넘치는 한쪽만이 문제가 아니다. 다른 데도 삭은 곳이 많다. 전체를 교체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빗물받이 공사를 하러 온 업자한테서 이런 말을 들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안 그래도 뒷마당 쪽 빗물받이에서도 물이 넘쳐 조금씩 떨어지던 터였다. 문제는 역시 비용이었다. 빗물받이 공사 비용은 당초 견적보다 4배 더 비싸졌다.

지은 지 오래인 집에서 살면 이런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한다. 비용 걱정을 하는 나를 보고 지하 공사를 하러 온 컨트랙터는 “50년이 넘은 집은 1년에 1만캐나다달러(약 960만원) 정도는 잡아먹는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이 집에서 살면서 수없이 고치고 교체했다. 냉난방 설비를 모두 바꿨고, 물 히터며 주방기기도 모두 교체했다. 지붕도 새로 올렸고, 그래도 비가 새는 바람에 내가 직접 올라가 땜질도 했다. 이쯤이면 환갑이 훨씬 넘은 집에 살면서 그나마 선방했다고 할 수 있다. 일은 언제고 터지게 마련이지만, 문제는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얻은 교훈. 사람도 집도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은 백번 옳은 소리다. 집이 멀쩡해 보여도, 수시로 점검하고 다듬고 보수해야 큰 문제가 생겨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평소 검진을 자주 해서 문제를 조기 발견하는 것이 최선이다. 작은 문제라도 보이면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 오래된 집(나이 먹은 사람)일수록 문제(병)가 순식간에 커지게 마련이다.

넓고 푸른 앞뒤 잔디 마당이 있는 캐나다 주택에 사는 것이 겉으로야 근사해 보일 수도 있겠다. 내 눈에도 처음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내가 살면서 그 속내를 들여다보니 신경 써야 할 일, 어려운 일들이 이렇게나 많다. 주택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핸디맨’이 되는 이유가 있다. 그만큼 많은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집처럼 오래된 주택에서는.



[다른 삶]차고 문 하나 고치려다…꼬리에 꼬리를 무는 집수리 굴레


▲성우제

캐나다사회문화연구소 소장. ‘원(原)시사저널’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 2002년 캐나다 토론토로 이주했다. 17년째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한국의 여러 매체에 기고해왔다. 재외동포문학상을 두 차례(소설 및 산문 부문) 수상했고 <느리게 가는 버스> <딸깍 열어주다> <캐나다에 살아보니 한국이 잘 보이네> 등 단행본 6권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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