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성별 바꿔달라” 지난해 200명 넘었다

2024.02.13 06:00 입력 2024.02.13 06:21 수정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 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2021년 11월1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수술 요건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 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2021년 11월1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수술 요건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해 국내에서 법적 성별 정정을 신청한 사람이 200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성별 정정 신청 및 처리 건수가 공식 확인된 건 처음이다. 성별 정정 관련 국가 통계는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과제였다.

대법원이 12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지방법원과 가정법원에 접수된 성별 정정 신청 사건은 모두 203건(1심 기준)이었다. 지난해 처리된 건수는 194건이었는데 정정 허가가 159건, 불허가 18건이었다. 17건은 소송 취하·취하 간주·이송 등 기타로 분류됐다. 공식 집계가 시작된 2022년 10월부터 그해 말까지는 총 57건이 신청됐고 25건이 처리됐다. 21건 허가, 1건 기각, 3건이 기타로 분류됐다.

관련 공식 통계가 나온 것은 2022년 10월부터 재판 업무 시스템에 별도 사건명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경향신문의 질의에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고 국민과의 소통 매개체로서의 사법연감의 역할을 고려하여 2024년도 사법연감부터 성별 정정을 포함한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사건을 세분화한 통계를 수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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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확인된 법적 성별 정정 신청 건수는 그리 많지 않은 규모다. 2022년 1~8월 기준 호르몬 요법 등 의료적 트랜지션의 첫 관문으로 꼽히는 성주체성 장애 진단 건수 1936명(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과 대비된다. 외국보다 엄격한 정정 요건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적 성별 정정 신청은 일부 법원에 몰리는 경향이 있었다. 지난해 신청된 203건 중 28건(13.79%)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몰렸다. 서울서부지법은 같은 기간 23건을 처리했는데 허가 19건, 불허 4건이었다. 2022년에는 전체 57건 중 수원가정법원에 가장 많은 11건(19.30%)이 접수됐다.

정정 기준과 절차 등에 관한 법률 없이 재판부마다 대법원 예규 등에 따라 들쭉날쭉한 판단을 하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은 2020년 2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허가 신청 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을 개정해 ‘외부 성기를 포함한 신체 외관이 바뀌었을 것’ ‘생식능력이 없을 것’ 등을 성별 정정 ‘허가 요건’에서 ‘참고사항’으로 바꿨다. 하지만 수술 여부를 사실상 판단 기준으로 삼는 판결이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서부지법이나 수원가정법원처럼 ‘성확정 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 여성의 성별 정정’ 또는 ‘자궁 적출 등 생식능력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 남성의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등 전향적인 판결이 나온 법원에 사건이 몰린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관련 예규 개정을 검토 중이다. 대법원은 “현재의 예규가 신청 전제요건이나 법원 재판사항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면서 “대법원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예규에서 생식능력 제거, 외부 성기 수술 등 가혹한 기준을 제시한 내용을 삭제하고 법을 만들어 절차 등을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혜영 의원은 “성별 정정 등 성별의 법적 인정에 필요한 요건과 절차, 방법을 규정한 ‘성별의 법적 인정에 관한 법률안’을 조속히 발의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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