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진 앞둔 서울대 교수들 “환자 마음 못 헤아려 죄송··· 중증질환 진료 차질 없을 것”

2024.06.14 16:15 입력 2024.06.14 21:45 수정

14일 오후 서울의대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오후 서울의대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죄송하다는 입장을 표하고, 중증·희귀질환 환자의 진료는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휴진이 ‘밥그릇’을 위해 한 것이 아니라 전공의 복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다른 선택지라고 강조하며, 정부가 의료계에 대해 최소한의 신뢰와 존중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14일 오후 4시 서울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먼저 중증·희귀질환 환자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마지막 몸부림으로 전체 휴진을 결의했으나, 정부를 향한 이런 부르짖음이 서울대병원을 믿어온 중증·희귀질환 환자들께 절망의 소리가 될 것이라는 걸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말씀드린 전체 휴진이란 다른 병의원에서도 진료가 가능하거나, 진료를 미뤄도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환자들의 외래 진료와 수술 중단을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의 진료가 지금 필요한 중증·희귀질환 환자들께는 휴진 기간에도 차질 없이 진료가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17일에 진료 예약 일정을 변경해 휴진에 참여하려는 교수는 현재까지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약 200명 정도다. 실제 환자를 보지 않고 기초의학을 가르치는 교수들을 포함해 서울대병원 교수는 1500여명이다. 비대위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오승원 교수는 “교수님들이 직접 환자들에게 문자나 전화를 하고 있고, 직접 (예약 시스템을) 열어서 예약을 변경하는 교수님들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서울대병원은 병원장이 휴진을 허가하지 않았고, 노동조합에서도 단체행동에 대해서 업무 협조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비대위에서 알린 휴진 준비 상황에 따르면 이날 진료가 전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투석실 등 필수적인 분야 진료는 계속된다. 입원 환자에 대한 진료도 유지한다.

강 위원장은 “‘나는 소아환자를 보기 때문에 절대 (휴진) 못한다’는 분들도 있고, 진료를 미룰 수 없는 교수님들도 있다”며 “콩팥 센터, 투석실 등은 당연히 열고, 분만도 그대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또 “소아 콩팥 환자를 보는 제 경우에는 80~90% 정도가 경증환자라서 지역 1~2차 병원으로 보내고 있다”고 했다.

비대위는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 이번 단체행동의 취지를 이해해달라는 입장도 밝혔다. 이날 서울대병원 노조 등이 속한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 집단휴진을 규탄했다. 조합원들은 교수 휴진으로 인한 추가 업무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강 위원장은 “저희들의 이번 휴진 결정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공익을 위한 것임을 헤아려 주시기를 요청한다”며 “함께 환자를 보는 동료로서, 국립대병원 노동자로서, 올바른 의료체계를 만들고자 하는 저희 교수들의 노력에 함께 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과로로 순직하지 않으려면 사직할 수밖에 없는 교수들에게 지금의 진료를 지속하라 강요하지 마시고,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는 공공의료를 먼저 강화하라고 해달라”고도 했다.

강 위원장은 “이번 휴진이 ‘밥그릇’만을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저희가 연쇄휴진의 첫 번째가 된 것이 너무 부담스럽고, 한편으로는 환자분들이 다른 의료기관에 갈 수 있도록 저희와 같은 시기에 휴진하는 다른 기관이 없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전공의)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이 없었다면 적어도 서울대병원에서 (이런 사태까지는)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어떻게든 좋아지게 해보려고 3개월간 노력하다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선택한 것이 휴진”이라고 했다.

비대위가 휴진을 하면서 내건 요구조건은 ‘전공의에 대한 행정명령 철회가 아닌 취소’와 ‘의료 정책을 상시 논의할 의정협의체 구성’이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을 것인지 묻는 질문에 오 교수는 “저희도 굉장히 바라는 바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전공의 선생님들의 생각이다”라며 “저희가 생각할 때 전공의가 돌아올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취소’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저희가 말한 모든 조건들이 하루 아침에 이뤄지긴 어렵고 시간이 해결할 부분도 있다고 보지만, (휴진 중단을 위해서는) 저희가 말씀드렸던 것들이 진전될 수 있는 정부의 태도 변화가 필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는 계속 대화하고 있고, 대화할 자세가 돼있다”며 “여기서 조금 더 진전을 이뤄서 전공의 선생님들이 이 정도면 돌아올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어야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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