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과 을의 싸움’ 아니다···배민에 맞서 손잡은 자영업자·라이더들

2024.06.17 17:54 입력 2024.06.17 19:11 수정

배달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율에 대항해 음식점주들과 배달 라이더들이 공동 행동에 나선다. 오는 21일 음식점주들은 ‘배민(배달의민족)배달’을 보이콧하고, 라이더들은 배달 어플리케이션(앱)을 끄고 국회 앞에 모일 예정이다.

음식점주와 라이더가 배달 플랫폼에 대항한 공동 행동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점주와 라이더의 관계는 ‘을과 을의 싸움’으로 해석됐다. 점주 입장에서는 라이더에게 지불하는 비용이 부담스러운 반면 라이더는 운임 인상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대 배달 플랫폼들이 점주에게 받는 수수료는 높이면서도 라이더에게 주는 운임은 억제하거나 사실상 깎는 행태를 보이자 점주와 라이더가 ‘을들의 공동 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음식점주 김영명씨 “라이더와 점주 위에 군림하는 배달 앱…함께 뜻 모아야”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전국 사장님 모임’ 대표이자 4년 차 음식점주인 김영명씨. 본인 제공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전국 사장님 모임’ 대표이자 4년 차 음식점주인 김영명씨. 본인 제공

전국 자영업자 모임인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전국 사장님 모임’ 대표이자 4년 차 음식점주인 김영명씨(36)는 오는 21일을 ‘가게배달의 날’로 정해 ‘배민배달’을 보이콧하자는 공동 행동을 주도하고 있다. 김씨는 17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배달 앱이 라이더와 음식점주 위에 군림하며 모두에게 손해를 주고 있기 때문에 점주와 라이더 사이에 공감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배달 앱들이 점주에게는 갈수록 많은 수수료를, 라이더들에게는 갈수록 적은 운임을 강요하는 상황에서는 라이더와 점주가 뜻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점주도 라이더도 ‘최소한 생존은 해야 하지 않냐’는 공감대가 있다”며 “점주들도 라이더 안전이나 수익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배달 앱이 운영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배달 앱들이 점주와 라이더 간 갈등을 유도한다는 의혹도 이들이 모이게 한 구심점으로 작용했다. 최근 들어 ‘조리대기’와 ‘배차지연’ 문제로 라이더와 점주 간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라이더들은 조리가 완료되길 기다리다 배달이 지연되는 것이 불만인 한편 점주들은 라이더 배차 지연으로 배달이 늦어지는 것이 불만이다. 그런데 이런 갈등의 원인이 배달 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대의 필요성을 실감했다고 한다. 김씨는 “정보를 불균등하게 만드는 것이 배달 앱인 만큼 함께 배달 앱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주창한 공동 행동에 다른 점주들의 호응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이미 ‘21일 배달의 민족에 휴무를 설정하고 있다’는 인증이 이어지고 있다”며 “자율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데도 모임 회원의 90% 이상은 참여하고 싶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씨는 “점주 입장에서도, 소비자 입장에서도 적절한 가격에 음식 거래가 이뤄지는 배달 시장이 되려면 무리한 정률제 수수료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률제 수수료는 주문 건수 당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매출이 늘면 점주의 부담도 늘어나는 방식이다.

배달 라이더 김지수씨 “21일은 배민 직접배달이 아닌 가게배달을!”

김지수씨는 2014년부터 배달 라이더로 일했다. 김씨는 배달 라이더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의 사무국장이다. 본인제공 이미지 크게 보기

김지수씨는 2014년부터 배달 라이더로 일했다. 김씨는 배달 라이더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의 사무국장이다. 본인제공

라이더유니온 사무국장 김지수씨(31)는 “‘배달플랫폼 갑질 규탄 대회’를 준비하는 데 무엇보다 점주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21일 하루 배민 오프’를 홍보하는 포스터를 가져가면 점주들이 먼저 손을 내민다는 것이다.

김씨는 연대가 수월하게 이뤄지는 것은 “배민을 향한 공통의 분노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민이 타사와 ‘무료배달’ 등 출혈 경쟁을 하면서도 영업이익은 유지하려고 비용을 점주와 라이더에게 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배민이 라이더 실질 운임을 3000원으로 하기로 노조와 합의해놓고 지난달 7일부터 구간배달 등의 약관을 바꿔 2000원대로 줄이고, 점주에게는 포장 수수료까지 받는다고 한 게 방아쇠를 당겼다고 했다.

“배달하다 보면 점주들이 수수료 얼마 떼가냐는 하소연을 제일 많이 해요.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곳 쓰라’는 식인 배민 욕도 하고요. 그래도 배민 아니면 주문도 콜도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배달할 수밖에 없죠.”

김씨는 “이런 하소연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대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라이더끼리 하루 동안 ‘배민 타지 않기’ 행동을 할 때,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도 올려 동참을 유도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김씨는 “급하게 올렸지만 호응이 많았다”며 “그때 배민이라는 갑질 플랫폼 피해 당사자로서 같이 싸울 수 있는 부분이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점주와 더 긴밀히 연대를 늘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에게도 연대를 요청했다. “21일은 배민 직접배달이 아닌 가게배달을 해주세요. 라이더들은 배민 앱을 하루동안 이용하지 않을 겁니다.”

배민 측은 “포장의 경우 기존엔 포장 수수료에 대해 무료혜택을 제공했던 것이었고 지금은 이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며 “포장 수수료를 받는 만큼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본 배달료는 여전히 3000원으로, 배달료를 삭감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여러 건을 묶는 알뜰배달을 해도 라이더 수익이 줄어들지 않으며 공식 교섭단체인 배달플랫폼노조와의 단체협약을 통해서만 기본 배달료를 협의하고 변경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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