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 레터

🍓너 페미야? 응, 넌 아니야?

7분 2022.08.26

페미니즘 너페미야? 모가이버 새마을금고 밥짓기 인수인계

VOL 3 . 2022.08.19~25

이상한 나라의 질문들　

오늘 뉴스레터는 플랫이 준비한 기획 기사 이야기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 '이런경향'과 함께 준비한 <이상한 나라의 질문들>인데요. 부제는 '너 페미야?라는 질문에 잘 받아치는 법!'이랍니다.

젠더 기사를 이것저것 쓰고 있지만, 이번 기사는 플랫 구독자 여러분과 함께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해요.

지난달 11일, 플랫은 <언론이 부추긴 ‘여혐’, 교실에 스미다>라는 기사를 소개했습니다. 기사에 등장한 20년 경력의 성평등 미디어 교육 강사, 청소년 인권단체 활동가는 여성 혐오적인 언론 보도 관행을 지적할 때마다 ‘너 페미야?’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고 입을 모았어요.

사실 페미니스트라면 일상에서 한 번쯤 마주칠 법한 상황이기도 하죠. 한 독자분은 기사를 읽고 이런 댓글을 남겨주셨어요.

“공감합니다. ‘너 페미야’는 질문이 아니라 폭력이에요. 이런 폭력이 제 주변에서 가끔 일어나는데 어떻게 반박해 볼 수 있을까요?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taug****)

페미니스트에 대한 '사상검증'이 문제라는 기사는 있었지만, 그래서 이런 사상검증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기사는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플랫은 독자들과 함께 답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24시간 동안만 노출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Q&A를 진행했어요. '너 페미야?'라는 질문을 받아본 적 있는지, 이런 질문에 뭐라고 대답하는지요.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습니다. 24시간 안에 120개가 넘는 답변이 모였어요. 질문하는 상대방의 의도를 되묻고 페미니스트임을 당당히 밝힌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사이다 대응'이 어려운 경우도 많았어요. 동아리 모임에서 여성 인권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가 '남초 커뮤니티' 은어로 조롱을 당한 경우, 직장 상사에게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는 동료를 보는 경우 등…

내 신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안전하게, 하지만 강력하게 무례한 질문에 맞서는 법은 없을까요? 플랫은 학교, 기업 등에서 성평등 강의를 하는 성문화연구소 라라스쿨 이수지 대표,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의 권수연 대표·이효진 활동가, 여수진 노무사를 만나 그 답을 구해봤어요. 플랫 독자들이 실제로 경험한 사례를 보여준 뒤,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게 좋을 지를 물었어요. 그리고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4가지 꿀팁'도 정리했죠. 기사 공개 전, 뉴스레터 구독자들에게만 팁의 일부를 살짝 소개할게요!

1. 물음표를 이용한다

“‘여기서 머리는 네가 제일 짧지 않아? 네가 제일 오해 받게 생겼는데?’ 라고 얘기해주는 거죠. ‘아니 나는 남자잖아’라고 말하면 ‘그럼 남자는 숏컷을 해야 하고 여자는 머리가 길어야 하니? 그건 성별 고정관념 아니야?’라는 식으로 문제를 지적하면 돼요."

2. 공통점을 찾는다

“저와 신뢰 관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페미니즘은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말해줄 것 같아요. ‘페미니즘은 너와 내가 성별에 상관없이 상호 동등하게 만나고 살아가길 바라는 인식론인데, 내가 봤을 땐 너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 둘은 그렇게 다르지 않다’라고요. 공통점을 만들어가면서 분위기를 푸는 거죠.”

3. 지는 싸움에선 과감히 빠져 나간다

“승산이 없는 게임이라면 빨리 그 상황을 벗어나는 것도 방법이에요. 우리가 ‘개인 대 개인’으로 대화하는 것 같지만 사실 저 공고한 차별의 벽과 싸우고 있는 거거든요. 저도 저를 이상하게 보는 시선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울기도 많이 울었고, 스스로에게 화를 낸 적도 많았어요. 하지만 여러분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원래부터 어려운 싸움이고,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요.”

4. 나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는 여성 동료과 연대하는 것도 조직 문화를 바꾸는 첫 걸음이 될 수 있겠지요. 이는 페미니스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여러분들이 ‘안전한 상황’인 게 가장 중요해요."

개인적으로는 취재를 하면서 막힌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답니다! 기사와 영상 풀버전은 내일(27일) 오전 6시 경향신문 홈페이지와 유튜브 <이런 경향>에서 만날 수 있어요. 플랫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으로도 소개해드릴테니 꼭 한번씩 둘러봐주세요 😊

플랫팀 ｜ 심윤지 기자

갈팡질팡 페미니스트

광고·협업 문의는 flat@khan.kr

'좋은 섹스’의 조건, ‘동의’만으론 충분할까

<섹스 앤더 시티> <마녀사냥>같은 TV프로그램을 보면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곤 했습니다. 여성이 욕망의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된 이야기가 더 필요하다는덴 동의하지만, 여성이 자신의 욕망을 알아가는 과정에서의 위험 부담엔 침묵한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쾌락과 자기결정권 영역에서의 성별 불평등 문제도 엄연하고요. <내일의 섹스는 다시 좋아질 것이다>는 ‘미투’ 이후 ‘좋은 섹스’의 요건으로 떠오른 ‘동의’ 개념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책입니다. 동의 여부 그 자체에만 집중하게 되면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들이 겪는 불쾌한 강압과 폭력적 성관계를 그저 ‘나쁜 섹스’ 정도로 치부해버릴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날카로워요. 이영경 기자의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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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 든 여자는 무적이었다" '모가이버'가 되고 느낀 해방의 기쁨

모호연 작가의 별명은 ‘모가이버’입니다. 모 작가는 8년 전 이케아에서 산 전동 드라이버로 ‘가구 조립’에 입문했다고 하는데요. 모니터 받침대, 멀티탭 덮개, 키친 테이블 등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면서 “생활 속 불편을 스스로 해결하는” 효능감을 맛보게 됐다고 합니다. 저도 “조립은 남성의 일”이라는 말에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무언가 고치는 건 ‘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왔는데요. 이 인터뷰를 보고 올해 에어컨 청소는 ‘전동 드라이버’ 사서 직접 해봐야겠다 생각하게 됐답니다. 장회정 기자의 인터뷰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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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한 여성 행원에 '점심 밥짓기' 인수인계 시킨 새마을금고

'2022년에도 이런 일이 발생한다니' 절망감과 분노로 읽었던 기사에요. 전북 남원시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창구 수납 업무를 하는 20대 여성 행원은 출근 첫날부터 점심시간 밥짓기, 남자화장실 수건 빨기 등의 지시를 받았다고 합니다. 지속적인 폭언과 괴롭힘도 이어졌고요. 사실 새마을금고만의 일은 아닙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 당시 한 여성단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 10명 중 4명은 상사 기분을 살피는 ‘심기 노동’을, 4명 중 1명은 상사를 위한 ‘사적 수발’을 요구받았습니다. 유선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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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이 플랫팀에 남겨주신 이야기를 전해요.

놓치기 쉬운 젠더 뉴스를 '세줄 요약' 해드립니다.

😃 10년 전 제작된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성차별적 장면을 제재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조치는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과거를 배경으로 했더라도 어린이의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조장할 수 있는지는 지금 시각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입니다.
▶ 법원 “10년 전 만들어진 만화라도 ‘성차별’ 제재는 정당”
😠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중인 특별검사팀이 ‘수사 무마' 의혹의 핵심 인물인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이 중사 유족들은 군 검찰 책임자인 전 실장의 부실한 수사 지휘가 '2차 피해'로 이어졌다고 주장합니다.
▶ 고 이예람 특검, ‘수사 무마’ 의혹 핵심 전익수 공군법무실장 소환 조사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인구 감소 대응 방안 중 하나로 아이를 많이 낳아 기른 여성에게 ‘영웅’ 훈장을 수여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2700만 명의 인명피해를 본 소련이 도입했던 옛 제도를 부활시킨 것입니다.
▶ '인구 위기' 러시아, 아이 10명 낳은 여성에 '영웅' 훈장 주기로

플랫팀은 여러분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정치인의 '파티할 권리'

‘女기자’ ‘女대생’ ‘女선생’… 한국 언론들엔 이상한 버릇이 하나 있습니다. 여성 인물을 앞세운 보도 제목에 한자 ‘여자 여’를 붙이는 것인데요. 한 나라의 총리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주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37)의 파티 영상 유출 논란을 전하는 기사엔 어김없이 ‘女총리’라는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2019년 34세 나이로 당시 세계 최연소 총리가 된 마린 총리는 최근 ‘파티 영상’으로 구설에 올랐습니다. 지난 18일 소셜미디어에 마린 총리로 추정되는 여성이 핀란드의 가수, 방송인 등 유명 인사들과 춤을 추는 영상이 퍼진 것이 시작이었는데요. 일부 극우·반정부 매체는 "해당 영상 속 누군가가 마약을 상징하는 은어를 외쳤다"며 ‘마약 파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처음엔 마린 총리도 당당하게 대응했어요. 바로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고 “숨기는 것도, 숨길 것도 없다”며 영상 속 인물이 자신이 맞다고 인정했죠. “2022년엔 의사결정권자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파티에 가는 것이 받아들여지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요. 다만 마약 투약 의혹에 대해서는 “마약은 10대 시절에도 한 적이 없다”며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았고, 뒤이어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마린 총리의 친구들이 관저에서 찍은 또다른 사진이 틱톡에 업로드되면서, 논란은 재점화됐습니다. 마린 총리는 “이 사진들은 부적절했고 찍히지 말았어야 했다”며 주변인 관리에 소홀했음을 사과했어요. (▶핀란드 총리, 친구들 관저에서 찍은 부적절 사진에 또 사과) 일각에서는 마린 총리의 파티 영상이 '한 나라의 지도자'의 품격을 손상시켰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안보상 중요한 시기에도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반면 총리도 퇴근 후 여가를 즐길 권리가 있다며 옹호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여성들은 마린 총리를 지지하는 의미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산나와 연대를' 챌린지에 나섰어요. 영미권 언론들은 이번 논란이 젊은 여성 정치인에 대한 '이중 잣대'에서 비롯됐다는 점에 무게를 둡니다. 남성 정치인은 골프를 치거나 파티를 즐겨도 '자질 논란'으로까진 번지지 않는 반면, 여성 정치인에겐 유독 엄격한 잣대가 부과된다는 것이지요.

핀란드에선 이번 논란이 마린 총리의 해임 압력이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진 않는 분위기라고 해요. 마린 총리는 코로나19 대응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등에서 보여준 안정적인 리더십으로 인기가 높거든요. 야당에서도 총리의 사생활 논란이 우크라이나 문제, 에너지 위기 등 주요 현안을 덮는 것을 오히려 경계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사생활이 원치 않게 연일 기사화되는 상황은 마린 총리도 견디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는 24일 기자회견에서는 최근 논란에 대해 심경을 밝히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어요.

“나도 인간이며, 이 어두운 구름 속에서 기쁨과 빛, 재미를 그리워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보고 싶지 않은 모든 종류의 영상들이 모두에게 공개되고 있다. 이것들은 사적인 기쁨이며 삶에 관한 것이다. 나는 단 하루도 일을 빼먹은 적이 없고 단 하나의 작업도 미루지 않았다. 여가 시간에 하는 일보다는 직장에서 하는 일을 사람들이 봐주리라 믿는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의 파티 사진 논란을 보도한 국내매체들. '30대 여성' '섹시 댄스' '마약' 등을 키워드로 세웠다.

이번 글을 정리하면서 국내 언론들의 헤드라인을 보다보니, 핀란드가 아닌 한국에서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면 여론이 어땠을까 아찔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은 마린 총리를 둘러싼 논란, 어떻게 보셨나요. 아래 링크에 자유롭게 감상을 나눠주세요. (익명이니 부담 가지실 필요 없어요!) 소중한 의견들을 모아 다음주 To.Flat 코너에서 다뤄볼게요!

플랫을 만드는 사람을 소개해요.

커튼콜 2화 주인공!

플랫과 <이상한 나라의 질문들>을 함께 만든 경향신문 뉴콘텐츠팀 양다영 영상PD를 소개합니다. 양PD는 틱톡에서 숏폼 뉴스를 전하는 채널 <암호명 3701>(▶링크)을 운영하고 있어요.

1.5만 팔로워를 거느린 경향신문의 틱톡커, 양 PD에게 취재 후일담을 들었습니다.👂

이번 <이상한 나라의 질문들> 기획을 하면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나요?
두 가지가 걱정됐는데요. 대응법을 다들 알고 있는데 뒷북치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 하나, 이 기획에 참여해주신 분들이 공격받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다른 하나였어요. 페미니즘 아이템을 다뤘다가 댓글창 분위기가 살벌해지는걸 봤던 게 한 두번이 아니어서… 그래도 모두에게 환영받진 않지만 누군가 한명이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만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어요. 내일 오전 6시! <이런 경향> 채널에서 공개되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양PD님도 '너 페미야?' 라는 질문을 받아본 적 있나요?
저는 받아본 적 없는데, 대신 이번 취재를 하면서 주변 친구들한테는 많이 물어봤어요. 영상에는 못 실어서 아쉬웠던 제 친구 답변이 하나 있는데요. 이 질문을 받자마자 "칭찬이야?"라고 받아쳤대요. 그게 너무 유쾌해서 기억에 남았어요. 이번에 배운 꿀팁도 나중에 꼭 써먹고 싶어요. 편집하고 보니까 '너 페미야?' 말고 그냥 무례한 질문 받아칠 때도 적용할 수 있겠더라고요.

틱톡에서 <암호명 3701>이라는 뉴스 콘텐츠를 만들고 있잖아요. 초등학생들을 타깃으로 한 뉴스 만들기는 어떤가요? 콘텐츠를 만들 때 꼭 지키는 원칙이 있나요?
나름 정한 원칙은 있어요. 표현은 재밌게, 메시지는 무겁게. 얼마전에 경기도교육청이 등교시간을 각 학교 자율에 맡긴다는 정책을 소개했는데, 저희의 타깃 독자인 1317 초등학생 친구들이 4000개 넘게 댓글을 달아줘서 정말 기뻤어요. (주로 어떤 댓글이 달렸나요?) 거의 학교 가기 싫다는 댓글...(웃음) 10시, 11시, 점심 먹고, 되도록 늦게.. 이런 댓글들? 순수하고 귀엽고 재미있어요.

양PD님이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은 무엇인가요?

유튜브 되게 많이 보는데 막상 말할라고 하니까 부끄럽네요.... 그렇지만 말해볼게요. 재즈기자, 씨리얼, 공부왕찐천재, 딩동댕대학교, 민음사TV, 일주어터... 그리고... 이런 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