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가 된 ‘잠비’

2012.07.04 21:09

비가 내렸다. 농지뿐만 아니라 농민들의 마음도 촉촉이 적셨다. 그야말로 단비다. 우리말에는 비 이름이 참 많다. 대체로 비 이름은 모양이나 상태, 시기 등에 기초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실비’는 빗줄기가 실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늘고 잘게 내리는 비는 ‘가랑비’이고, 끄느름하게 오랫동안 내린다고 ‘궂은비’다. 요긴할 때 내리는 비가 ‘약비’다. 여름비는 ‘잠비’다. 여름에는 바쁜 일이 없어 비가 오면 잠을 많이 자게 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장대처럼 굵고 거세게 좍좍 내리는 비가 ‘장대비’ 또는 ‘작달비’다. 일기예보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집중호우’의 순우리말이다. 상당한 기간에 걸쳐 많이 쏟아지는 비를 일컫는 ‘호우’는 우리말로 ‘큰비’다.

가을비를 ‘떡비’라고도 한다. 가을걷이 후 비가 오면 떡을 해먹으면서 쉴 수 있다는 뜻이다. 모낼 무렵 한목에 오는 비를 ‘목비’라 한다. 좍좍 내리다가 잠시 그친 비는 ‘웃비’다. 아주 가늘게 내리는 비가 ‘이슬비’다. ‘색시비’는 ‘이슬비’의 또 다른 이름이다.

물을 퍼붓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는 ‘억수’다. ‘눈보라’는 알아도 ‘비보라’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세찬 바람에 불려 흩어지는 비가 ‘비보라’다. 가뭄으로 농지가 타들어갈 때 해갈에 도움을 주는 비는 단비다. 꼭 필요할 때 알맞게 내리는 비라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올 여름비는 ‘잠비’가 아니라 ‘단비’인 셈이다.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주는 ‘단’ 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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