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클래스

2016.08.26 20:19 입력 2016.08.26 20:20 수정
사회부 홍재원 기자

홍만표 변호사와 진경준 전 검사장은 예전 같으면 구속은커녕 평생 행세하며 살았을 것이다. 검사장 출신인 홍 변호사는 변호사 개업을 해 돈을 쓸어담았다. 소득신고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 죄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진 전 검사장도 ‘천재’ 소리를 듣던 기획통이었지만 넥슨에서 사실상 주식을 무상 제공받아 120억원대 수익을 올려 뇌물죄가 적용됐다.

[기자칼럼]청와대 클래스

소득신고 축소에 따른 탈세나 ‘스폰서’는 과거엔 검찰이나 전관 변호사들에게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끄러워져도 친정 내지 동료인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으니 덮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걸 그들은 몰랐다. 검사나 전관이 세금을 탈루하고 스폰서에게서 주식을 제공받는 행태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사회가 됐다. 두 전·현직 검사장이 구속되면서 ‘검찰 클래스(수준)’가 예전 수준을 못 벗어났다는 말이 나왔다. 그나마 검찰은 뒤늦게 이들을 구속해 가까스로 체면치레를 했다.

그런데 이들조차 우습게 만들어버린 이가 등장했다. 검찰 출신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얘기다. 그가 받고 있는 의혹을 보면 ‘홍만표+진경준’ 또는 그 이상의 수준이다. 우 수석의 처가 부동산을 넥슨이 웃돈을 얹어 매입해준 정황이 드러났다. 그는 홍 변호사와 동업하거나 ‘브로커 팀’에 합류해 수임료 등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여기에다 가족회사 (주)정강에서의 횡령, 아들 의무경찰 ‘꽃보직’ 복무, 처가의 차명 부동산 및 골프장 부당 배당 등 가족들도 빠질세라 총망라된 형국이다.

의혹이 쏟아지자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에 대한 감찰에 전격 착수했다. 청와대로선 ‘우병우 사태’ 자체는 망신이지만 뒤늦게 체면치레하는 수순이 예상됐다.

그런데 청와대는 뜬금없이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국기문란을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이 감찰관이 언론의 취재전화에 응했으므로 감찰 내용 누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우 수석 본인의 반박도 아니라 홍보수석이 등장해 얘기하면서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우 수석 비리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청와대의 노골적인 우기기에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

‘홍만표+진경준’인 우 수석 의혹 자체가 현재 청와대의 수준을 말해준다. 애초에 이런 사람이 어떻게 지금 그 자리에 갈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민정수석은 검찰을 담당하는 자리다.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자신의 범죄 수사를 막고 있다는 게 이번 파문의 핵심 본질 중 하나다. 청와대는 이 점을 잘 알면서도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의혹 말고 확인된 사실을 내놓으라고도 하는데, 조사는 안된다면서 동시에 대법원 판결문이라도 들고 와야 수긍하겠다는 얘긴지 알 길이 없다.

청와대가 자칫 범죄 비호세력으로 전락할 수도 있음에도 이처럼 무모하게 나오는 이유는 뭘까. 30%대인 콘크리트 지지율을 믿고 있는 듯하다. 무슨 짓을 해도 무조건 지지해주는 그 콘크리트 말이다. 일단 70%는 버리고 확실한 30%만 안고 가도 대통령의 통치 동력에 치명상을 입지 않으리란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전략적으로만 보면 영 틀린 판단은 아니다. 그러니 더 할 말을 잃게 된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는 세력은 사회 진보를 가로막는다. 세계적인 저성장 흐름 속에서 완전히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에 대응하고 빠르게 바뀌어가는 삶의 조건을 고민해야 한다. 문제는 지금의 청와대 수준이 이런 새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 청와대의 방향대로면 홍만표와 진경준 아니라 그 할아버지도 되살아날 판이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는데 1970년대 수준의 사람들이 청와대에 앉아 있으니 ‘헬조선’이란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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