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성공신화’의 한계

2016.08.19 20:57 입력 2016.08.19 21:01 수정

‘비주류 아웃사이더’와 ‘대통령의 복심(腹心)’. 새누리당 이정현 신임 대표를 지칭하는 두 표현의 간극은 넓다. ‘이정현호(號)’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이 ‘기대와 우려’로 엇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8·9 전당대회와 이후 10일간 이 대표의 행보는 일견 이 간극을 영리하게 메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기자칼럼]‘이정현 성공신화’의 한계

그가 당선 소감으로 “비주류, 비엘리트, 소외지역 출신이 집권여당 대표가 될 수 있는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이라고 했을 때, ‘비주류 성공신화’는 완성된다. 이런 이 대표를, “모두가 근본 없는 놈이라고 등 뒤에서 비웃었을 때도 발탁해준” 인물이 박근혜 대통령이다. 이 순간, 이 대표의 ‘친박’ 정체성은 ‘결초보은(結草報恩)’의 스토리로 바뀐다. 누가 그의 의리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이 대표는 더 나아가 격식을 차리지 않는 서민·파격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언론에는 “쇼한다고 표현하지는 말아 달라”고 미리 차단막까지 쳤다.

‘망치 정치’도 내걸었다. 그는 “국회 실정이 어떤지 본다면 국민들은 망치로 국회를 깨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비주류’ 정체성을 활용해 기성 정치권을 깨부숴야 할 대상으로 설정한 것이다. 정치권에 대한 팽배한 불신과 불만은 그 자양분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접근법은 ‘반(反)정치’의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타협의 예술’이라는 정치의 공간을 축소시키고, 정치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 인종주의·성차별주의 등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대표적이다. 우리의 경우 ‘반정치’ 프레임은 ‘야당 심판’ ‘국회 심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난 4·13 총선 직전까지 주창했던 내용이다.

결국 여전히 문제는 ‘비주류 아웃사이더’와 ‘대통령의 복심’ 사이 어디쯤에 있는 것이다.

이 대표의 ‘비주류 인생역전극’과 서민·파격 행보에 가린 것이 있다. 지난 총선 결과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친박계 전횡에 대한 심판이었고, 이 대표는 바로 그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으며, 친박계의 집단적 지지를 받아 당 대표에 올랐다는 점이다. 이 대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그가 ‘머슴형 대표’로, 청와대에 직언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데 있다. 그런 조짐들이 이미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대통령과 정부에 맞서는 것이 마치 정의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 여당 소속원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럼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에 맞섰던 박 대통령은 뭔가. 이 대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문제에 대해선 입을 꾹 닫고 있다.

이 대표의 ‘비주류 성공신화’가 ‘박심’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박 대통령은 ‘찔끔 개각’과 우병우 민정수석 지키기를 통해 총선에서 나타난 쇄신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 ‘탕평’을 요구했던 이 대표의 건의도 무시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변하지 않는 한, 그리고 이 대표가 이를 옹호하는 역할에만 머무는 한, ‘이정현 성공신화’는 확장성을 갖지 못한다. 오히려 ‘이정현 성공신화’가 새누리당의 변화와 혁신 상징으로 선전되면서, 새누리당을 ‘분칠’하는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다분하다.

새누리당이 위기 때마다 읍소 전략을 펼쳐왔듯이, 2004년 ‘차떼기당’ 멍에를 떨치기 위해 천막당사를 했듯이, 이 대표가 ‘인간 천막당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미 ‘비주류 성공신화’를 넘어선 ‘스토리’를 원하고 있다. 세상과 단절돼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들고 있는, 이른바 ‘갈라파고스화’하고 있는 박 대통령과 친박계를 넘어선 이야기 말이다. 이 대표가 망치로 깨야 하는 건 국회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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