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호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2018.11.18 20:44 입력 2018.11.18 20:46 수정

[노래의 탄생]최백호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낙엽 지면 서러움이 더해요/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 눈길을 걸으며 눈길을 걸으며/ 옛일을 잊으리다// 거리엔 어둠이 내리고/ 안갯속에 가로등 하나/ 비라도 우울히 내려 버리면/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몇 해 전 내가 기획에 참여했던 공연에서 최백호가 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늦가을이었고, 낙엽은 거리를 뒹굴었다.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그러더니 봇물처럼 터져서 멈출 수가 없었다.

나이 들어서 노래가 깊어지는 가수를 딱 한 사람만 꼽으라면 단연 최백호다. 젊은 최백호가 겉절이처럼 싱그럽게 노래를 했다면 지금의 최백호는 묵은지처럼 웅숭깊게 노래한다. 그는 이 노래를 가장 몰입해서 부르는 노래로 꼽는다.

1950년 부산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난 최백호는 29세 약관의 나이로 부산 영도지역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아버지 최원봉씨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생후 5개월 무렵이었다.

1970년 스무 살 가을에 어머니마저 암으로 돌아가셨을 때 그는 사흘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울었다. 세상의 전부였던 어머니였다. 그때 애절한 심정으로 써 놓았던 글이 가사가 됐다.

데뷔를 앞두고 당시 무명의 작곡가였던 최종혁에게 보여줬더니 곡을 붙였다. 선배 가수 하수영의 주선으로 서라벌레코드에서 당시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이던 윤정하와 합동앨범을 냈다.

그러나 노래가 큰 반향을 일으키자 1977년 초 독집으로 찍어서 재발매했다. 어머니를 그리며 부른 사모곡이지만 팬들에게는 애절한 이별노래로 들렸던 것이다.

‘영일만 친구’부터 최근 ‘부산에 가면’에 이르기까지 최백호의 히트곡들이 많지만 늦가을에 부르고 듣기에 이만 한 명곡이 있을까. 그는 요즘도 아침에 일어나면 두 시간 동안 곡을 쓰고 노래 연습을 한다. 그가 박주원이나 아이유 등 당대의 젊은 가수들과 협업을 할 수 있는 것도 노력의 결과물이다. 첫눈이 오기 전에 덜컹거리는 부산행 열차를 타고 흔들리면서 그의 노래를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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