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김세연 이후는?

2019.11.18 20:46 입력 2019.11.18 20:49 수정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제도권 정치를 떠났다. 3선의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도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임종석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통일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세연은 “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며 당 해체를 촉구했다. 집권세력의 핵심이자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의 리더(임종석)와 제1야당의 개혁세력 대표주자(김세연)가 나란히 기득권을 내려놨다.

[김민아 칼럼]임종석·김세연 이후는?

임종석과 김세연의 결단을 환영한다. 더 많은 86그룹 정치인과 다선 의원이 뒤를 따르기 바란다. 정치권의 판갈이는 시대적 요청이다.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낡은 세력이 떠날 때 새로운 에너지가 스며들 공간이 생긴다. 여성과 청년들이 빈자리를 채울 준비를 하고 있다. 언젠가 나중에, 잘난 누군가가 법과 제도를 만들어주길 기다리는 대신 ‘지금’ ‘직접’ 만들겠다고 한다.

32세 장혜영은 정의당 미래정치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여성이자 청년, 장애인 가족이다. 장애인 거주시설에 살던 중증발달장애인 동생(장혜정·31)을 데려와 함께 사는 과정을 담은 영화 <어른이 되면>으로 ‘장애인 탈시설’ 문제를 공론화했다. 장혜영은 현실정치에 뛰어드는 이유를 “지쳤기 때문”이라고 요약했다. “언제까지나 신문고만 두드릴 뿐 결정에는 참여할 수 없는 정치, 약자에게 ‘나중에’를 말하는 정치에 지쳤다. 미래를 갖고 싶다. 가난하고, 병들고, 장애가 있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평등하게 보장되는 미래를 갖고 싶다.”(페이스북)

34세 고은영은 녹색당 비례대표 예비후보자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난개발 막는 여성청년 도지사’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3.53%를 득표했다. 국회의원을 배출한 적 없는 녹색당 후보로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제쳤다. 그 역시 “나중을 믿지 않는다”(출마선언문). “사람이 떨어져 죽고 끼어 죽고 쫓기다 죽고 치여 죽고 있다. 지금 죽는 이들에게, 나중에 온다는 그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지금, 여기서, 세상을 바꿔나가야 한다.” 녹색당에서는 지방선거 경험이 있는 고은영 외에도, 당 공식 프로그램인 ‘2020 여성 출마 프로젝트’를 거친 여성·성소수자 4명이 예비후보로 나선다.

29세 용혜인은 기본소득당 창당준비위 상임대표다. 기본소득당은 ‘대한민국 최초의 원(one) 이슈 정당’을 표방한다. 모든 국민에게 매달 6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주장한다. 내년 1월 창당이 목표다. 학생과 취업준비생,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7000여명의 예비당원을 확보했다. 평균연령은 22세다.

이들의 정치 입문 경로는 모두 다르다. 그러나 자신의 문제를 ‘주류 엘리트’에 위임하지 않고 내 손으로 해결하겠다는 데선 공통적이다. 소수자·약자의 문제는 몸으로 부딪치며 겪어온 당사자들이 가장 잘 풀어갈 수 있다는 의미의 ‘당사자 정치’다.

정치학자인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움직임을 긍정 평가하며 해외 흐름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지난 7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선 신당 ‘레이와신센구미’가 돌풍을 일으켰다. 싱글맘과 전 편의점 운영자 등 다양한 배경의 ‘당사자’들을 공천해 비례대표 2석을 얻었다. 당선자 2인은 중증장애인이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40대 아시아계 앤드루 양이 보편적 기본소득 공약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위원은 그러나 소수자성을 가진 당사자들이 국회에서 ‘특수화’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당사자 정치’는 의미 있지만 그 테두리에만 갇혀선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장혜영은 답을 준비해뒀다. “의원이 된다면, 장애인을 차별하는 국민 또한 제가 대변할 국민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오마이뉴스 인터뷰) 고은영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녹색당 예비후보들은 ‘정체성의 정치’만 하겠다는 게 아니다. 같은 현안을 다루더라도 차별화된 관점으로 바라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혜영·고은영·용혜인은 시작일 뿐이다. 더 많은 여성, 청년,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치에 도전하고 성공해야 한다. 이들의 진입을 막는 공직선거법과 각 정당의 경선규칙은 뜯어고쳐야 한다. 거대 양당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의 각성이 절실하다. 당사자들도 한두 번 실패한다고 포기해선 안된다.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은 지난하다. 집요한 이들만이 권력을 손에 넣는다.

KBS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의 토크쇼 <정치합시다>를 시작한다. ‘당신의 삶을 바꾸는 토크쇼’가 슬로건이다. 유시민과 홍준표의 정치가 내 삶을 바꾼다고? 오케이, 부머(OK, Boomer·됐고요, 꼰대). 내 삶은 내가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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