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과학자들 예측은 틀렸어도…

2019.12.31 19:56

2020년이면 오감과 사고 능력을 갖춘 로봇이 우리 삶 곳곳에 끼어들어 궂은일을 도맡으면서 인간은 창의적이고 정신적인 일을 하게 될 거라고 했다. <로봇 태권 V>를 보면서 자란 세대는 사람보다 로봇이 많은 시대가 올 거라는 과학자들의 미래 예측을 의심하지 않았다. 2020년이라면 기괴하게 생긴 마천루가 빽빽이 들어서 있는 도시 위로 자동차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안락한 집에서 화상으로 업무를 보고, 달이나 화성으로 여행을 가는 영화 속 세상이 실제로 펼쳐질 줄 알았다.

[그곳에서 사람을 만나다]2020, 과학자들 예측은 틀렸어도…

하지만 과학자들이 장담한 미래는 그리 쉽게 오지 않을 것 같다. 아직 휴먼로봇은 곧잘 넘어져 사소한 일을 부리기가 쉽지 않고, 항공사는 소소하게 모은 비행기 마일리지조차 소멸시키는 형편이라 달 여행을 저렴하게 낮추는 일도 요원해 보인다. 하기야 수천억원을 들여 달 여행을 가는 이가 있으니 특별한 누군가는 모두가 꿈꾸던 미래에 이미 닿아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평범한 지구인들은 2020년에도 다행히 로봇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일을 해야 하며, 여유가 되면 숲·바다로 여행을 떠나 푸근한 달을 볼 것이다.

과학자들이 2020년을 예측할 때 다섯 살이었던, 지구에서 스물일곱 해를 산 이는 새해에 결혼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결혼을 앞두고 자꾸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며 네 식구가 복닥복닥 살던 반지하 집도, 엄마 손 잡고 가던 동네 슈퍼마켓도 그립다 했다. “우리 부모님은 30년 넘게 작은 인쇄소에서 열심히 일하시면서 우리 남매를 잘 키우셨는데, 저는 과연 부모님처럼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워요.”

나는 그의 말에 과학자들처럼 선뜻 희망찬 미래를 말할 수 없었다. 살아보니 내일은, 미래는 모르는 거더라. 잘 사는가 싶으면 엎어지고, 못 일어나는가 싶으면 또 살아지더라. 나는 그 말조차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2020년의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떤 이는 달 여행을 갈 수도 있는 2020년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사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쯤은, 우리의 미래였던 아이들이 미래를 꿈꾸는 일쯤은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꿈꿔온 미래였던 2020년에는 적어도 평범한 삶은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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