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은 왜 공격받나

2021.05.18 03:00 입력 2021.05.18 03:02 수정

알다시피 1997년 4월17일 사법부는 전두환에게 내란과 내란 목적 살인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판결문에는 “헌법기관인 대통령·국무위원들에 대해 강압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항의하기 위해 일어난 광주 시민들의 시위는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방위였다”고 명시되어 있다. 국가가 5·18민주화운동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1980년 5월 짐칸에 총을 든 시민들을 태우고 달리는 트럭만 주야장천 영상으로 내보내면서 광주에서 불순분자들이 폭동을 일으켰다고 떠들던 뉴스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사법부가 증명한 것이다.

김해원 동화작가

김해원 동화작가

하지만 아직도 전두환과 군사 반란 세력이 진실을 왜곡하고 날조한 거짓이 세상을 떠돌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거짓을 뻔뻔하게 신문 광고에 내보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TV조선과 채널A는 터무니없는 거짓 주장을 사실인 양 방송했다. 그 거짓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에 버젓이 돌아다닌다. 급기야 ‘지역화합, 국민 대화합’을 위해 특별히 사면받은 전두환은 회고록에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고 지칭하면서 광주에서 시민에 대한 무차별적인 살상 행위는 일어나지 않은 거로 밝혀졌다고 하기까지 했다. 자신은 죄가 없어 떳떳하니까 골프 치러 다니는 거라고 한 셈이다. 그 회고록이 심각한 역사왜곡으로 배포금지 처분되자 이제는 그걸 문제 삼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온다. 그리하여 2021년에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동화를 읽은 초등학교 6학년이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다.

“5·18민주화운동이 정치적으로 해석되어서 반대 세력은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보여준 작품에 대해 공격하지 않는가? 혹시 직접적으로 공격받은 적이 있는가?”

아이는 질문을 하고는 자리에 앉아 맑은 눈으로 앞에 서 있는 나를 바라봤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다. 아이의 질문에는 무서운 질타가 담겨 있었다. 어른들은 어째서 수십년 동안 역사를 왜곡하는 거짓을 방관하고, 도리어 거짓이 진실을 덮도록 하는가? 결국 나는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질문한 아이는 수업을 마친 뒤 내게 편지를 수줍게 건넸다. 편지에는 내가 쓴 책의 표지를 그린 그림과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써줘서 고맙다는 인사가 적혀 있었다. 나는 그 편지를 보면서 수없이 아이의 질문을 복기했다. 그리고 문득 아이는 진실이 거짓으로부터 공격을 당할 만큼 무력하다고 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서늘해졌다.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은 아주 가까이 있다. 1980년 봄날 광주와 희생자들의 기록은 관심만 있다면 책과 기록물을 통해 언제든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그 봄날 가족을 잃고, 평화로운 일상이 무참하게 짓밟혀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우리 이웃이 우리 곁에 있다.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낸 이들이 진실을 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거짓은 결코 한 사람 한 사람의 숭고한 삶이 담긴 진실의 무게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그날 나는 아이들에게 분명하게 얘기해야 했다. 아니 어른이라면 누구든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은 발포 명령한 자가 누구인지 밝혀내지 않더라도, 범죄자가 사과를 하거나 말거나 오롯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얘기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기억함으로써, 희생자들을 진심으로 위로함으로써 우리 역사가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며칠 전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는 5·18민주화운동 교육 전국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교육현장에서는 5·18민주화운동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놀랍지만, 이제라도 역사 인식을 제대로 하겠다는 결의는 반가운 일이다. 아무튼 지금 우리의 모습을 우리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