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협력으로 북·미 대화 견인해야

2020.01.10 20:59 입력 2020.01.10 21:01 수정

북한은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통해 정면돌파 전략을 결정했다. 현 국내외 정세를 난국으로 규정하고 정면돌파 전략을 통해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에 대해서는 맞대응 전략을 예고하면서도 무력시위와 같은 선제적인 행동을 유보하였음을 보여준다. 기술적으로 인공위성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등의 고강도 무력시위 수단은 갖추고 있는 듯하다. 경험적 사례에 비춰 볼 때 3월 한·미 군사훈련이 재개된다면 전후로 무력시위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 전략을 펼쳐 왔다. 2018년에는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를 견인해 왔지만 2019년에는 북·미관계가 남북관계를 견인하지 못했다. 연초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 복원 의지를 밝혔고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안보실장은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를 견인하는 방안을 가지고 미국을 방문한 듯하다.

[세상읽기]남북협력으로 북·미 대화 견인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남북관계 메시지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북·미대화와 남북협력의 선순환이다. 기존의 선순환 발전전략을 재확인하면서 북·미대화의 촉진자 역할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독자적 영역의 협력 사업 제안이다. 2019년 북한의 선미후남론과 미국의 남북관계 속도조절론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모두 후퇴시켰다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2018년처럼 남북관계를 통해 북·미관계를 견인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다.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 역도 및 탁구 선수권 대회 초청, 남북 철도·도로 연결, 비무장지대의 국제 평화지대화 및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등은 남북 간 합의사항들이다. 북한이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진전시켜 나갈 수 있는 제안들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것은 북한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생명·운명 공동체의 개념으로 협력을 전개한다면 6·15 공동선언 20주년을 계기로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는 평화경제와 주변국 외교를 연결시킨 것이다. 평화경제론은 평화가 경제를 만들고 경제가 평화를 한단계 도약시키는 논리를 가진다. 한반도 평화경제는 동북아 공동번영의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 2020년도 주요 외교 이벤트인 시진핑 주석의 방한과 한·러 수교 30주년을 평화경제 공동체 조성의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대통령의 외교전략을 읽을 수 있다.

연초부터 불안정한 국제정세로 한반도 주변의 외교·안보환경이 녹록하지 않다. 북한의 당 전원회의 결과는 여전히 공세적인 대미접근을 예고한다.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충격적 실제행동’도 불사할 것이라는 엄포도 놓고 있다.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 변경에 올인하고 자력갱생을 통한 버티기를 통해 장기전에 돌입하겠다는 점도 드러내었다. 북한은 선미후남·통미봉남의 대남기조를 기본적으로 유지하면서 남측을 곤란하게 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북한은 2019년과 2020년이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2020년은 미국 정가가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진입한다. 하원 탄핵안 통과를 통해 정쟁구도가 극도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예민해져 있다. 얼마 전부터는 이란과의 상황이 심각성을 더해준다. 과거 미국과 중동국가 간의 대결은 미국의 국내정치뿐 아니라 세계 정치·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후폭풍이 매우 컸다. 미·이란 간에는 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군사적인 행동을 예고하고 있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분간 북한 이슈를 다룰 여유가 없기 때문에 북한이 사고를 치지 않고 조용히 있어 주기를 바랄 것이다. 북한이 반전의 계기를 잡기 위해 ‘충격적 실제행동’을 감행한다면 북·미관계는 화염과 분노로 상징되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다. 어쨌든 2020년은 북·미 간 대화의 ‘밀당’이 있었던 2019년과는 다르게 불안정하고 불투명한 해가 예상되므로 북한 입장에서는 답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신뢰는 허물어지기는 쉽지만 쌓아 나가기는 너무 어렵다. 집권 4년차를 맞는 문 정부의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내 정치적으로 대북정책을 둘러싼 정쟁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의 신년사 내용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남북 간에 이미 합의한 사항 중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은 하면서 북·미협상의 기회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모 아니면 도’식이 아니라 상황변화를 포착하고 유연성과 융통성을 발휘한다면 한반도는 중동과 같은 화약고가 아닌 항구적 평화 지대, 남북 공동번영의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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