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3.5%는 어디에 있을까

2020.01.30 20:41 입력 2020.01.30 20:43 수정

환경 운동가인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공동의 미래를 향한 지속 가능한 방향 구축’ 세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 운동가인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공동의 미래를 향한 지속 가능한 방향 구축’ 세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다보스포럼이 열렸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를 일컫는 다보스포럼에서는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재계의 주요 인사들이 모여 세계 자본주의 질서가 해소해야 할 현안을 놓고 토론한다. 올해로 50년째를 맞은 이번 다보스포럼이 내건 주제는 ‘결속력 있고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한 이해관계자’였다. 2019년 8월 미국 유수의 기업 CEO 181명이 참여하는 단체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이 기업의 목적을 새로이 천명하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시대의 공식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과 궤를 같이하는 움직임이었다. 기업에 자본을 대는 주주만이 아니라, 기업이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위해 관계 맺는 모든 당사자, 바로 이해관계자들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면, 주주들을 위한 이윤 창출 역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전제다. 기업이 비즈니스를 펼치는 시장은 사회와 자연으로부터 단절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이나 기업이 만든 물건을 사는 소비자, 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업체의 구성원들은 모두 사람이며, 그 사람들이 시장을 이루고 동시에 사회를 이룬다. 이들이 누리는 삶의 질은 비즈니스와 유기적 관계 안에서 영향을 끼치고 또 영향을 받는다. 이런 수많은 되먹임 관계를 끝까지 펼쳐 생각하면, 비즈니스와 언제나 불가피하게 관계 맺는 요소, 그 끝에 바로 자연, 우리의 행성 지구가 있다. 다른 모든 이해관계자보다 지구 환경을 고려하기 어려운 것은, 그 관계가 즉각 눈에 보이지 않으며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 영향력이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의 우리는 그 거대한 영향력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변곡점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제현주의 굿 비즈니스, 굿 머니]우리의 3.5%는 어디에 있을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핵심 주제로 내건 것에 걸맞게 기후변화 역시 다보스포럼의 주요 화두였다. 글로벌 전략 컨설팅사 매킨지를 이끄는 케빈 스니더는 올해 다보스포럼의 논의를 요약하면서, 기후위기의 부상을 첫번째 시사점으로 꼽았다. 스니더는 “기후 리스크가 기업 최고위 경영진의 주요 의제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면서 “내가 이야기를 나눈 기업 지도자들은 기후 문제를 새롭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며, 무엇이 자사의 탄소발자국을 높이는지 명료하게 바라보고 있었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면 어떤 비용을 치르게 될지 셈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는 1년 전하고만 비교해도 엄청난 변화였다”고 논평했다. 실제로 다보스포럼에서 펼쳐진 350여개 세션 가운데 약 5분의 1이 기후위기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포럼 개막 직전 WEF가 펴낸 ‘2020년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 역시 세계를 위협하는 요인 첫번째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스니더가 평한 대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은 분명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있느냐 없느냐, 큰가 작은가에 대한 논의에는 비로소 종지부가 찍혔고, 이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로 접어들고 있다. 재계와 자본시장이 대응하기 시작했다. 이제 기후의 문제는 윤리가 아니라 실리의 문제라는 의미다. 오히려 정계와 국가의 대응이 굼뜬 것이 아닌가 싶다.

글로벌 전략 컨설팅사 매킨지의 회장 케빈 스니더.  매킨지 홈페이지 캡처

글로벌 전략 컨설팅사 매킨지의 회장 케빈 스니더. 매킨지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한국으로 오면, 상황은 더 암담하다. 한국은 2018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는 세계 7위, 2017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으로는 OECD 국가 중 4위, 10년간 증가율로는 2위를 기록하며, 몇년째 기후악당 국가 중 하나로 꼽혀왔다. 한국이 기후에 끼치는 해악은 우리나라 영토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세계적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27일 발표한 ‘더블 스탠더드, 살인적 이중기준’ 보고서에서 한국의 금융공기업들이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베트남, 칠레, 인도네시아 등 해외 8개 석탄화력발전소에 57억달러(약 6조7000억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전 세계 1인당 석탄 사용률 1위, 해외 석탄투자 3위, 석탄 수입량 4위 국가이기도 하다. 부끄러울 뿐이다.

기후변화의 위험을 꾸준히 알려온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 위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게 인류가 지닌 진화상의 약점”이라면서도 “(인구의) 3.5%만 완벽히 인식하면 사회의 상식이 전환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에 희망을 품는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그 3.5%에 언제쯤 가닿게 될까. 그때에도 아직 행동할 시간이 남아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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