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 최초의 온라인개학을 응원하며

2020.04.19 21:01 입력 2020.04.20 19:55 수정

오늘 초등학교 1~3학년의 합류로 초·중·고생 500여만명이 온라인 학습에 들어간다.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초유의 원격수업이 실시되는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공교육장에서 대대적인 원격수업을 시도한 첫 국가가 되었다. 다행히 한국은 온라인학습을 위한 준비가 잘된 국가 중 하나다. 인터넷 연결 면에서 선진국이고 스마트기기를 수출하는 나라로서 모든 학생들에게 스마트기기를 줄 예산도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사교육으로 인한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EBS 온라인학습 시스템을 지원해왔고 사교육 시장에서는 인기강사의 ‘인강(인터넷 강의)’으로 수익을 올려왔다. 입시 교육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못내 불편했지만 어쨌든 인강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온라인에 익숙해졌다. 교육부가 어떤 의도에서 이런 ‘무모한’ 발상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국민이 모두 교육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된 것에 크게 감사한다. 우리 모두는 지금 ‘진화’하는 중이고 한국은 꽤 훌륭하게 그 길을 가고 있다.

[조한혜정의 마을에서]인류사 최초의 온라인개학을 응원하며

한국에서 감행되는 이 ‘용감한’ 인류 최초의 실험이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내기를 바라며 몇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한다. 먼저 교육부에 계속 과감하게 나갈 것을 당부하고 싶다. 낙후된 입시 경쟁 체제와 결별하고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교육전환을 확실히 하자는 것이다. 교육은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미래다. 과도하게 국가주도형인 교육과정과 성취 기준(학력)을 바꾸고 교사와 학생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판을 열어야 한다. 현재 초·중·고 학생 수는 600만명을 넘지 않는다. 이들은 AI와 공존하며 기후위기 등 앞으로 닥칠 무수한 재난을 이겨내야 하고 또 엄청난 노년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한다. 이들은 국가로부터 탄생 축하금을 받은 존재이고 스마트폰이 키우는 존재다. 이 신인류의 탄생에 초점을 맞추어 교육부는 이제 환골탈태해야 한다.

모든 초·중·고 ‘온라인 개학’
이 ‘용감한’ 인류 최초의 실험이
뉴노멀 시대 새로운 표준이 되길
입시 경쟁 체제와 결별하고
‘신인류’에 맞춰 교육 전환하길
정부는 이를 적극 밀고 투자해야

이 실험의 결정은 교육부가 했지만 그 주체는 교사와 학생이다. 마치 코로나19 초기 상황에 의사의 재량을 존중해주었듯 교사가 수업에 대한 재량권을 가져서 학생들 눈높이에 맞춘 교육실험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수업도구나 시수, 진도, 평가 출석 등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존재와 만나고 그들로부터 배우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되는” 전환기에는 딱히 따라잡아야 할 진도도, 좇아가야 할 선진국도 없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디지털 실험에 참여하면서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학습자가 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의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14.6명이며 교육여건은 OECD 평균을 웃돈다. 좋은 실험이 가능한 여건이다. 적극적으로 실험을 해야 한다. 학부모이자 교육운동가인 아쇼카한국 이혜영 대표는 올해 초등 1학년 43만6455명과 부모들이 함께 참여하는 대대적인 디지털 콘텐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동네 어린이도서관 지기는 부모가 돌보기 힘든 아이들을 가장 잘 돌볼 수 있는 공부방 모델을 만들고 있다. 교육부는 이런 이들을 찾아내서 지원하기만 하면 된다.

무엇보다 이 실험은 한국의 자산이자 인류의 유산이 되어야 한다. OECD 교육위원회를 비롯해서 세계의 연구자들은 이 프로젝트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이들을 초대해서 함께 연구하고 나누는 플랫폼이 생겨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갈 신인류를 위한 학습을 고심하는 플랫폼 말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아주 많은 기적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온라인개학 서버 전쟁 첫날…승자는 MS 아닌 네이버였다”는 신문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 프로젝트는 그 자체로 거대한 시장이다.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교육을 받은 청년들은 곳곳에서 인류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탁월한 사업들을 벌일 것이다. 이른바 뉴노멀시대의 플랫폼 경제를 주도할 인재들이 이 실험을 통해 나올 것이다. 현 정부가 진정 경제를 살리고자 한다면 이 프로젝트를 적극 밀고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아이들이 빨리 학교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일주일에 한 번, 또는 한 반에 몇 명씩 가서 마스크 쓰고 선생님과 교실 청소도 하고 점심도 먹으며 온라인·오프라인을 오가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물리적 거리를 두더라도 얼마든지 좋은 사회적 관계를 맺어갈 수 있음을 경험하면서 더 이상 욕심 부리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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