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연 ‘단장의 미아리고개’

2020.06.22 03:00 입력 2020.06.22 11:04 수정

[노래의 탄생]이해연 ‘단장의 미아리고개’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노래는 한두 곡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단장의 미아리고개’는 빼놓을 수 없는 곡이다. ‘단장(斷腸)’은 말 그대로 장을 끊어내는 듯한 고통을 말한다. 노랫말을 쓴 원로가수 겸 작사가 반야월(본명 박창오, 다른 예명 진방남)은 전쟁 때문에 겪어야 했던 고통의 기억을 노래로 만들었다.

1950년 9월 초, 피란 떠난 남편을 기다리던 반야월의 처 윤경분은 어린 딸과 함께 피란길에 나섰다. 서울 미아리고개를 막 넘었을 때 허기를 견디지 못한 어린 딸이 자욱한 화약연기 속에서 숨을 거뒀다. 정신없이 돌무더기를 만들어 딸의 시신을 묻어야 했다. 남편 반야월과 재회한 뒤 미아리고개에 와서 딸의 무덤을 찾았지만 끝내 보이지 않았다.

‘미아리 눈물고개 님이 넘던 눈물고개/ 화약연기 앞을 가려 눈 못 뜨고 헤매일 때/ 당신은 철사줄로 두 손 꽁꽁 묶인 채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맨발로 절며절며 울고 넘던 이별 고개.’

딸을 잃은 슬픔을 담았던 이 시가 노랫말이 되어 1956년 가수 이해연(2019년 작고)의 목소리로 처음 불려진 후 지금까지도 애창되는 국민가요가 됐다.

이 노래를 작곡한 이재호는 마흔두 살의 나이로 요절한 천재였다. 금사향의 ‘홍콩아가씨’, 박재홍의 ‘물방아 도는 내력’, 손인호의 ‘울어라 기타줄’, 권혜경의 ‘산장의 여인’까지 수많은 히트곡을 작곡했다. 그러나 1960년 7월, 술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어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최근 트로트 열풍으로 송가인 등이 다시 불러 젊은층에게도 친숙한 노래지만 그 이면의 슬픔까지 전달됐을까.

한국전쟁 70주년을 맞는 지금 대중음악이 한이고 눈물이었던 시절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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