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8일은 섬의 날, 그리고 상담의 날

2020.08.01 03:00 입력 2020.08.01 03:02 수정

코로나시대 상담 수요 증대
국가가 상담 자격 관리해야
일반국민 조사 응답자 98%
심리상담사법 제정되길 바라
21대 국회가 응답해야 할 때

작년 행정안전부는 “2019년을 섬 발전 원년으로 삼고, 섬 발전 대책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 아래 8월8일을 ‘섬의 날’로 제정하면서 제1회 기념행사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나는 갑자기 이름도 모를 수많은 섬들이 한없이 부러워졌다. 작년 8월8일 같은 날, 상담전문가 500여명이 모여서 ‘상담의 날’을 자축하면서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주인공이 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권수영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상담학 교수

권수영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상담학 교수

3년 전 25개가 넘는 국내 상담 관련 협회·단체들이 의욕을 가지고 함께 모여 ‘상담의 날 제정추진위원회’를 만들었고, 나는 위원장 역할을 맡게 되었다. 상담서비스의 인식개선과 국가가 관리하는 전문자격 제도를 마련하고자 8월8일을 ‘상담의 날’로 정하고, 상담법 제정을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도 시작했다. 8월8일은 두 사람이 마주 보고 마음을 나누고 치유하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정부 부처에 공식적인 기념일을 신청하려면, 최소한 3년 이상 관련 단체들이 함께 모여 기념일을 지키고 행사를 한 뒤 정식으로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작년 ‘상담의 날’ 행사에서 나는 내년에는 정식으로 정부에 ‘상담의 날’ 기념일을 신청하겠노라고 선언했다. 행정안전부가 이미 8월8일을 ‘섬의 날’로 제정했다면, 어느 부처가 같은 날을 ‘상담의 날’로 지정해줄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니 막막한 심정이 들기도 했다.

올해 8월8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막막함은 그저 8월8일을 국내 섬들이 선점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상담계는 여러 해 동안 관심 있는 국회위원들과 논의하고 정책토론을 거치면서 상담사법을 만들고자 진력했지만, 인접 전문가들의 업무영역과 충돌이 예상된다면서 번번이 해당 부처를 찾지 못해 의지가 꺾이는 경험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최근 일반 대중 16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리상담 인식조사 결과, 국민들은 무분별한 자격증의 범람과 전문성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전체 참여자의 98%인 1573명이 심리상담사법의 제정을 찬성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 미국, 독일, 대만, 일본 등 심리상담사법 입법례를 분석해 보면, 이들 국가 모두 심리상담사 명칭의 독점권을 법령으로 규정함으로써 해당 서비스를 받기 원하는 자국민들을 보호하고 있다.

국내 현행 법률 체제 안에도 상담 관련 조문이 발견되는 법률은 무려 30개가 넘는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1조에 보면 ‘보호자에 대한 상담지원’이 포함되어 있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23조에도 ‘상담지원’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어떤 자격을 가진 누가 할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상담사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대로 세월이 지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상담서비스를 받고 싶은 국민들의 욕구가 저절로 줄어들까?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은 저절로 벗겨질까? 지난 정부 시절 한 토론회에서 나는 보건복지부 공무원에게 상담분야 국가자격을 추진하지 못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국가가 관리하면 이미 민간자격을 소지한 수만명이 갑자기 일자리를 잃는 일이 발생하고, 이는 ‘창조경제’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결국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나면 국민 정신건강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제라도 복지부가 심리상담사 혹은 여성가족부가 가족상담사 자격 관련법령을 만들어 정부 부처가 관리하기 시작한다면, 엉터리 민간자격들은 현저히 줄일 수 있다.

21대 국회에 바란다. 코로나19 시대 마음의 치유를 원하는 국민적 수요는 늘어만 간다. 심리상담사법 제정 없이는 이를 안전하게 만족시킬 수 없을지 모른다. 작년 제1회 ‘섬의 날’ 행사에 국내엔 섬이 3000여개나 된다며 국가의 귀중한 자원이라 소개되었다. 상담분야 박사과정을 마치고 철저히 훈련받은 국내 상담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3000명이 족히 되고도 남는다. 옥석을 가려 적절한 자원을 활용하는 일은 분명 국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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