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눈물, 인간의 눈물

지구 환경위기에 대한 대응
자정 노력, 10년밖에 남지 않아
인류 멸종으로 향하지 않도록
당장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2007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2050년대 아시아권에서는 대형 삼각주에서 홍수로 인한 강의 범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요 며칠 동안 한탄강의 범람으로 마을이 잠기는 것을 보며, 임진강, 북한강, 남한강이, 마침내 한강 또한 장담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30년 앞당겨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에 전율이 인다.

원익선 교무 원광대 평화연구소

원익선 교무 원광대 평화연구소

전쟁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다가 어떤 계기로 터진다. 환경위기는 명백한 파국의 기반이 서서히 쌓여간다. 전쟁은 마지막 순간에도 막을 수 있지만, 환경위기는 티핑포인트를 지나면 되돌릴 수 없다. IPCC의 2018년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지금 당장 세계가 탄소중립사회로 전환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인류가 행동할 기간은 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비상종이 울리고 있다. 어떤 인간안보도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인간의 마음이 결정한다. 불교의 가르침인 신토불이(身土不二)는, 몸은 지금까지의 행위에 의한 결과인 정보(正報)로, 땅은 그 몸이 의지하고 있는 환경인 의보(依報)로 나타나는데 둘이 아니라고 한다. 지구의 환경은 인간의 마음이 만든다는 뜻이다. 지금의 코로나19가 그 예증이다.

시간문제인 호모사피엔스의 멸종은 자초한 것이다. 제5의 멸종인 공룡 다음으로 인류가 6번째 멸종이 되려 한다. 사람들은 비관적인 말보다 희망 섞인 이야기를 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렇게 말한들 인간의 공업(共業)인 이 상황이 반전될 수 있을까. 눈앞에서 일어나는 시간당 100㎜ 이상의 물폭탄이 정상인가. 남의 나라의 이야기 같던 긴 장마와 물폭탄은 한반도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 폭염, 폭설, 강풍, 가뭄도 마찬가지다. 24절기는 과거에 존재할 뿐 자연 질서와 인간 감각의 소통은 멀어지고 있다. 숱한 보고서가 전하듯 이 자세로는 2050년 온실가스 배출 제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북극지방의 만년설이 사라지는 현실을 뻔히 보면서도 비상등을 켜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인간 개개인이 힘을 합쳐도 해결할 수 없는 임계 상황에 접근하게 된다.

선거의 귀재로 알려진 일본의 다나카 쇼조는 한 세기 전 도치기현 아시오 구리광산에서 흘러내린 광독으로 고통받는 민중들을 위해 정계를 떠나 죽을 때까지 그들 편에 서서 자본의 횡포와 국가권력에 대항해 싸웠다. 그는 “숲을 마구 베어 없애는 것은 나라를 스스로 죽이는 행위이다” “치수는 흐르는 물이라는 자연을 따르고 모든 인위적인 방해물을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참된 문명은 사람을 죽이지 아니하고>, 고마쓰 히로시 지음). 지구의 생태계 질서를 무너뜨린 근대문명이 마침내 인간의 안식처마저 무너뜨리고 있음을 보았던 것이다. 현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태위기를 인류 공동의 집에 대한 문제라고 보는 인식과 같다. 인간이 지구로부터 추방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환경위기는 지구가 45억년 동안 쌓아온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똑똑한 영장류인 인간이 벌인 일이다. 설사 인간이 멸종한다고 해도 지구는 자정 능력을 회복할 것이다. 오만한 인간이 모든 존재와 공생하는 것이 아니라 의존하고 있다는 증거다. 장대비는 사라질 그들의 어리석음에 대한 지구의 눈물이다. 냄비 속 개구리 실험이 보여주는 것처럼 온도가 계속 올라가도 자신이 산 채로 익어가는 것도 모르는 인간을 애도하는 자연의 눈물이다.

2019년 유엔 기후변화총회에서 발표된 ‘기후변화대응지수 2020’에서 한국은 총 61개국 가운데 58위였다. 기후악당의 오명을 쓰는 이유이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소비량, 정부가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부족 등 원인은 자명하다. 우리가 인류 멸종의 주범인 이상 전시 상태에 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뭐라도 실천해보자. 나는 출근길에 피켓이라도 들고 서 있을 생각이다. 여의도가 물에 잠겨도 위정자들이 철들지 못하면, 백성의 눈물은 끝내 마르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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