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방역협력 추진 시급하다

북한은 지난 7월26일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탈북민이 19일 재입북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주재한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가 소집되었고, 국가비상방역체계를 특급 경보로 격상하는 긴급 상황을 발동하였다. 코로나19 청정국을 표방해온 북한이 남한으로부터의 재입북자가 코로나19 의심환자라는 점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일단 북한의 발표문은 방역 강화와 주민 통제에 강조점을 둬 내부 단속에 무게 중심이 있는 듯하다. 남측에 대한 분노와 비판이 없다는 것은 코로나19 협력을 위한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현재까지 재입북자가 코로나19 의심자인지 확진자인지는 불분명하다. 의심이든 확진이든 최초 감염지역이 남측인지 북측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북한 보건성이 조만간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한다면 좀 더 분명해질 듯하다. 북한은 탈북민의 재입북에 대해 복잡한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탈북에 대한 배신감, 재입북에 대한 고마움,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 등을 상상할 수 있다. 과거의 경험상 선전적 목적으로 재입북자를 언론에 내세울 수도 있다. 우리 측에 모든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역시 탈북민의 재입북으로 드러난 안보공백, 정착지원 문제가 이슈화되어 있다.

남북한은 탈북민 재입북 사건을 남북 간 감염병, 보건의료 분야 협력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만들어야 하며,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코로나19가 전 세계 인류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하나다. 전염병, 기후변화, 경제위기, 테러, 빈곤 등과 같은 인간 안보 분야는 결코 한 국가가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경을 같이하는 국가들 간의 연대가 필요하고 국제적인 협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남북한은 정전협정에 의해 분단되었지만 산맥과 하천을 공유하고 있는 분단국가이다.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매개체가 국경지역의 멧돼지였다는 점, 탈북민 재입북과 같이 남북 간 인적 이동이 전염병의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좀 더 비중있게 인식·공유해야 한다.

탈북민 재입북 사건은 남북 간 조속한 시일 내 감염병 대응의 협력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할 필요성을 던져준다. 남북 주민 모두의 건강과 안전, 생명을 지키기 위한 생명 공동체 차원의 문제임에 틀림없다. 코로나19에 남북이 공동 대응하기 위해서는 2018년 체결된 남북 간 합의 이행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남과 북은 9·19 평양공동선언과 후속 조치로서 진행된 남북 보건의료분과회담에서 ‘감염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하여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에 합의하였다. 남북 간 합의이행과 가을철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북측과 코로나19 등 감염병 정보교환, 대응체계 구축, 진단 예방 및 치료 협력 등 합의사항의 이행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자력갱생과 통미봉남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이 곧장 방역 및 보건의료 협력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경 및 접경지역 봉쇄, 주민들의 이동통제를 강화하는 징후들은 남북 간 대화채널 구축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기다리는 자보다 움직이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 다양한 경로를 통한 접근이 요구된다. 국제기구를 통한 공동조사 제의와 민간차원의 코로나19 방역물품 지원 등이 모색되어야 한다. 제3국에서 남북의 전문가들이 초청된 가운데 반관반민으로 방역 및 보건의료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하나의 출발점일 수 있다. 남북관계 상황이 어렵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자세와 의지가 중요하다.

이제는 코로나19 대응이 남북관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도록 연대와 협력의 정신으로 ‘한반도 생명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데 집중할 시점이다. 이인영 신임 통일부 장관은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을 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의적절한 접근이다. 남북 간에 정치·군사적인 갈등은 아직 존재한다. 당국은 정치·군사 문제와 별개로 인도적인 문제들을 책임지고 협의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과거 동서독의 경우, 냉전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에도 동서독 이산가족 교류가 허용되고 지원물품이 오갈 수 있었다. 당시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국가성을 인정받으려 했던 동독은 이를 함부로 차단하지 못했다. 인간의 생명,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관련된 것보다 우선되는 것은 없다. 북한은 서훈 안보실장을 중심으로 한 문재인 정부 통일외교안보 2기팀과의 대화가 빠르면 빠를수록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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